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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영화에세이

사회초년생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다. 복사기 잉크는 어떻게 가는 건지, 물품은 어디있는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회의 시간에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 듣지 못한다. 우물쭈물 거리다가 잔소리먹기 일쑤이고, 물어보면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고 한소리 듣는다. 회사는 언제나 준비 된 완벽한 신입을 원하고, 나는 완벽한 막내가 되기 위해 눈치껏 움직여야 한다. 첫 월급을 받으면 어디에 쓸까 생각하던 설렘은 온데간데 없고, 단 며칠만에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장 걱정과 불안부터 앞서지만, 나는 오늘도 커피를 타고 싫어하는 선배에게 웃으며 인사해야한다. 내가 그만둔다한들 손해보는 건 회사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평균이상을 원하면서 평균이하의 처우를 해준다. 취업 불황을 이용해 청춘의 열정의 값싸게 착취하려 한다. 취직했으니 월세와 통신비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가족들 말에 당당하게 알겠다고 했지만, 생활비와 교통비까지 감당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이다. 회사마다 수습기간도, 쉬는 날도 제멋대로다. 취미생활은 꿈도 못 꾸고 마감날짜를 지키기 위해 밤을 새거나, 퇴근을 해도 사회의 연장선이 이어진다. 학교다닐 때는 공부에만 열정을 쏟으면 됐는데, 사회는 일 이외에도 열정을 쏟아야하는 데가 많다. 더군다나 신입은 늘 동기들과 비교 당하고 채점받는 위치에 놓여있다. 미친개같은 성격의 상사는 어딜가나 있고, 선배들의 텃세에 때때로 나는 화풀이 상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순간을 꾹참고 버티면 나의 열정을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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