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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Nov 07. 2016

<탐엣더팜>

영화에세이

당신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 무례하고 폭력적인 성향은 당신의 가족도 달아나게 만들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내뱉는 당신은 변하지 않는다. 내게 용서를 빌어도 그때 뿐, 당신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가도 끝내 이해하게 된다. 타고난 성격이라고 생각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본인의 성격 탓에 많은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 것이지, 알고 보면 당신도 여리고 외로운 사람이다. 내게 일말의 잘못도 느끼지 못하는 당신이지만, 당신을 외롭게 두고 싶지 않다. 나마저 떠나면 당신 곁에는 아무도 없다. 당신을 생각하면 당신 곁에는 내가 없으면 안된다 싶으면서도, 나를 생각하면 반드시 지옥같은 당신에게서 벗어나야만 한다.


결국 당신에게 돌아가고야 만다. 내 감정보다 당신의 감정에 더 집중하게 된 나는 당신에게 질 수 밖에 없다. 이리 물리고 저리 물려도 결국 스스로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만 변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당신의 구속에서 도망치지 않는 나도 변하지 않았다. 마음 속에 악마가 들어선 것만 같다. 당신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합리화하게 된다. 마치 폭력을 일삼는 남친을 그래도 사랑한다며 떠나지 못하는 한심한 여자처럼 말이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헤어지라고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 되려 너희가 뭘 아느냐고 호통을 친다. 내가 그 꼴이다. 진실이 당신을 다치게 한다면, 나는 진실을 숨긴다. 어쩌면 당신의 집착과 폭력이 내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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