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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비포 선라이즈>

영화에세이

이따금씩 낯선 곳으로 가서 아무도 모르는 존재가 되고 싶다. 새로 시작하는 그 느낌처럼, 새하얗고 순수하게 사람을 만나고 감정을 교류하고 싶다. 서로의 과거를 모르기에 되려 편할 것이다. 낯선 이 곳에서는 당신의 나쁜 점을 말해줄 사람도 없다. 때문에 나는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려서 당신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처럼 바보같은 짓은 면할 수 있다. 천천히 관찰하며, 대화 속에서 당신을 조금씩 발견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대화 안에 담긴 당신의 눈빛과 말투, 미소, 습관이 우리가 언어가 달라도, 짧은 대화를 나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똑같은 말이라도 전화보다 직접 만나는 게 감정을 공유하기 쉬운 이유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시작하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알아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복잡하게 만든다. 겁낼 것도 피할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 내가 그의 과거를 모르듯, 그 또한 나의 과거를 모른다. 많은 것에 연연하는 순간, 운명같은 사랑을 꿈꾸기 어렵다. 진실 된 교류는 지루하고 평범한 어떤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유리창에 비친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나의 진심일 것이다. 그저 이 순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감정에 충실하기로 하자.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미래를 우리는 모르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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