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영화에세이

당신은 나에게 반하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 당신이 내게 연락이 없는 이유이다. 바빠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덜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신을 더 좋아한 나는, 애써 합리화하며 당신은 여느 남자들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당신에게 있어서 아무 여자가 아닌 특별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이미 나는 당신의 심리전에 말려들었다. 흔히들 하는 연애의 정석이 아닌 당신 식대로의 사랑이었다. 거기서 나는 우습고 한심하게 제 발로 상처받는 길로 걸어 들어갔다. 계속해서 깊게 들어갈 수록 다치고 아픈 건 시간 문제였다. 이 고통을 다 겪고 나면 당신도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초한 아픔이었고, 아파하는 나를 보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나혼자만의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당신이 내게 반했다면 이미 나를 감정이라는 가시밭 길에서 아프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신에게 있어서 나는 예외이길 바랬다. 당신이 사랑보다 중요시하는 일, 친구, 취미 등의 일상이 모조리 무너지고 나만 찾을 만큼 당신이 내게 푹 빠지길 바랬다. 그리고 나로 인해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길 바랬다. 하지만 언제나 아쉬운 쪽은 나였고, 나는 당신의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내게 반하지 않은 당신에게 화가 난다기 보다는, 훗날 당신에게 예외가 될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게 나를 자꾸 미련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을 변화시킬 수 없었는데, 다른 이가 별다른 노력도 없이 당신의 사랑을 쟁취할 거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당신이 영영 사랑을 몰랐으면 좋겠다. 행복한 반전이란 없었다. 남자가 연락이 없는 건 맘이 없어서였고, 맘에 드는 여자에게 꽂히면 어떻게든 핑계를 대서라도 다가간다는 거였다. 남자는 절대 사랑하는 여자를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 비록 당신은 내게 반하지 않았을 지언정,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에 나를 던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지만, 동시에 어떠한 사랑도 찾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