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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에세이

신기하게도 그 시절의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대게 같았다. 각 학년 별로 인기있는 애들은 정해져 있었고, 그들은 가만있어도 유명했다. 떠들썩하게 그 애를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면서 찜해놓은 애도 있었고, 같이 다니는 친구도 몰랐을 정도로 소심하게 속으로만 좋아하는 애도 있었다. 나는 분명 후자를 택했으나, 모두가 눈치를 챌 정도로 티가 났었다. 한창 이성에 관심이 많을 때라 그런지 책보다는 거울을 더 자주 들여다보았고, 시험이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 애가 누구한테 관심이 있는지는 중요했다. 그 애를 좋아하고부터는 학교에 나가는 의미도 달라졌다. 전에는 그저 급식을 먹기 위해서 였는데, 그 애 때문에 학교를 가는 게 설레는 일이 되었다.


그 애는 인기가 많았고 나는 걔를 좋아하는 애들 중에 하나였기에,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젊은 남자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그 과목만 파는 것처럼, 나는 네 관심사만 집중적으로 팠다.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 얘기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그토록 싫어하던 것도 하루 아침에 좋아지곤 했다. 그땐 좋아하는 사람에 따라 모든 것이 영향을 미쳤었다. 동아리 선택부터, 제2외국어 선택도, 이과문과 선택도, 청소담당까지도. 모두 그 애가 중점이 될만큼 내 청춘에 있어서 중심이었다. 그 애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내 청춘 속에 가득하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졸업한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볼 때면 교실에 앉아있는 내가, 운동장을 거닐던 내가 그리고 너를 좋아하던 내가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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