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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어바웃 타임>

영화에세이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린다. 당신의 첫인상, 당신이 건넸던 첫 마디, 당신이 쳤던 장난, 그리고 찰나였지만 당신의 눈빛까지도 전부 생각이 난다. 마치 스무살의 풋풋했던 때를 추억하듯, 당신은 새로웠고 나는 무척이나 서툴었었다. 당신의 장난을 장난이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괜히 진지해졌다거나, 잠깐이라도 아이컨텍하기 위해 일부러 질문할 거리를 만들어냈다거나, 당신의 연락처를 물어보지 못해 집에 와서 후회를 하곤 했다. 다음날도 그곳을 가서 당신에게 말을 걸어 아이컨텍을 했고 집에 돌아와서 또 후회를 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었지만, 다시 집을 나와 당신에게 달려가 연락처를 물어본 순간부터 어제와 다른 특별한 오늘이 되었다. 시간여행을 할 수는 없었지만, 어차피 과거가 될 오늘을 두 번째 맞는 과거처럼 살 수는 있었다.


당신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매번 나를 과거로 불러 들였다. 당신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행여나 당신이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늘 지나 온 시간을 되짚어 봤다. 후회할 오늘이 될까봐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쪽보다는, 차라리 내 마음을 표현하고 후회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과거는 완벽할 수 없고, 후회가 필수라면 내 감정도 과거에 두고 오는 것이 속시원하기 때문이다. 후회하지 않을 현재보다는, 덜 후회할 현재를 살기 위해 나는 지금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보고 싶으면 달려가고,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시간을 넘어 이 순간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끝에 우리의 인생은 모두 다 비슷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성공적이진 못해도 자신이 바라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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