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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프란시스 하>

영화에세이

나는 떳떳한 직업이 없다. 누군가 내게 직업을 물어볼 때면, 나는 아직 무언가를 준비 중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부끄럽고, 이제 시작이라 생각했는데 늦어버린 것만 같다. 뚜렷한 꿈은 있지만 아직은 모든게 불명확하다. 같은 취준생이어도 공부와 예술은, 집과 자취는 또 따로 나뉜다. 예술은 응원을 받기도, 믿음을 주기도 힘들다. 조금 다른 꿈을 꾼다해서 사람들은 헛된 꿈이라고 한다. 나의 꿈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던 유일한 친구와 뜸해지고 나면, 타지에서 만날 사람도 없이 혼자 밥을 먹다보면 어느새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있다. 때때로 나는 내가 예술의 도시인 파리에서 태어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태어났어야 했다. 유럽의 예술하는 젊은이들은 보다 자유로울 게 분명하니까. 그러나 전세계 어디서나 청춘들은 청춘이라는 이유로 처절함을 인내해야 했다.


현실과 타협해야 되는 순간이 있다. 더이상 생활이 불가능해서 꿈보다 돈을 쫓아야할 때, 이도저도 아닌 실력에 한계를 느꼈을 때 그리고 어느정도 나이가 찼을 때. 사실 이보다 초라할 수가 없다. 다른 건 어찌 버텨보겠는데, 나이가 차면 전에는 들리지도 않던 주변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적어도 내 밥벌이는 할 수 있게, 현실과 꿈 사이를 적당하게 저울질하게 된다. 주인공 자리를 넘보지도, 막연히 고집을 부릴 수도 없다. 작은 배역이라도 맡은 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택하게 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하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 하여도 말이다. 물론 쉽지 않다. 나는 분명 내 삶의 가치를 위해 버둥대며 살았는데,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다. 그러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은 벗을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을 때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 인정했을 때 비로소 빛날 수 있다. 꿈은 물론 사랑과 우정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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