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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동주>

영화에세이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뜨문뜨문 봰다. 그간 많은 별들이 죽으면서 당신의 시를 낭독했다. 안개처럼 가려졌던 당신의 시는 죽어서 빛처럼 널리 퍼졌다. 주옥같은 시의 구절들을 곱씹으면 자주 잊었던 밤이 떠오른다. 펜이라는 총을 들고 시대에 저항했던 당신의 시가 남아서 도리어 우리를 위로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처럼 살다간 당신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본다. 당신의 젊음은 시 속에 오래 남아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읽는다는 것, 그토록 쉽게 시가 읽히던 것이 죄스럽기만 하다.


우리가 쓰는 시는 당신의 삶에 비해 너무 가벼워서 바람에 지워지고, 부끄러워서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 당신의 시를 읽으면서도, 당신의 삶을 알지 못했고, 그런 당신을 안다고 했던 우리였다. 시를 사랑했던 당신에 비해 이 시대의 청년들은 시를 읽지 않고, 당신 덕분에 살만해진 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시인 한 명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메마른 청년들의 가슴에는 꿈이 없다. 별 하나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을 모른채 시를 쓰 시를 읽던 기억이 흑백필름처럼 스쳐간다. 당신의 시, 한 구절에 담긴 많은 의미를 되새기며 반성해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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