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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3. 2016

<500일의 썸머>

영화에세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를 덜 사랑한다. '당신은 나를 덜 사랑한다'에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사실 양심에 걸린다. 하지만 나의 무한한 애정과 헌신으로 당신또한 나와 같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현실의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로 가버렸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랑을 보고서 나는 알았다. 당신도 저만큼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그 상대가 내가 될 수는 없었던 거 였구나. 애초에 나는 노력해도 당신에게 운명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이 나의 운명임을 믿어의심치 않았지만, 결국 떠나가는 당신을 보며 나의 착각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내게 당신은 전부였지만, 당신에게 나는 일부였다.


서로가 운명이었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끝을 봐야 우리가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나의 오만과 편견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끝은 커녕 당신을 만난 그 순간부터 이미 운명이길 바란다.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고 좋은 점만 기억하며 스스로 자신을 세뇌시킨다. 결국 혼자 사랑에 빠지고 혼자 이야기를 쓰고 혼자 상처받게 된다. 미치도록 쓸쓸하지만 되돌아보면 그럼에도 괜찮다고 한 것은 나였다. 나와 같지 않은 당신이었지만 곁에 머무르고 싶었고, 당신이 나의 운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알 수 있었으면서도 우주의 이치에 작은 반항을 한 것은 나였다. 그렇게 나는 다 알면서도 당신에 대한 마음을 멈추지 못해, 우리의 이야기를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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