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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08. 2016

<심야식당>

영화에세이

잠 못 드는 밤이 자주 있었다. 소란한 마음 속 소리 때문에 도무지 잠들 수 없는 밤에는 허기도 쉽게 졌다. 가정집이었다면 냉장고만 열어도 금방 야식거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사는 이들은 허기를 채우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다. 화려한 서울의 달 아래에서는 초라한 내 그림자가 유독 잘 보였다. 문 닫은 가게들 사이로 보이는 불켜진 식당은 반가움을 넘어 고마운 존재였다. 인스턴트 밥이 아닌 직접 지은 밥 한 숟갈 뜨면 온 몸에 온기가 퍼졌다. 모두가 잠든 시간 삶의 공허함을 따뜻한 음식으로 채우고자 하는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녔다.


때때로 내 앞에 앉아 혼술하는 사람을 보며 몰래 그의 사연을 추리해보기도 했다. 심야에 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슬픔이 많기 때문이고, 그 중에서도 술을 마시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일 가능성이 컸다. 그저 우리 같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정이고, 식당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정이 담긴 음식을 내주는 것이었다. 터놓을 곳도 없고 위로해 주는 이도 없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제각기 밥먹는 모습을 보면, 마치 말하고 있지 않아도 서로 제 얘기를 하고 있고 들리지 않아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저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운 이들에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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