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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15. 201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에세이

누군가에게 용기 내 말했을 때 더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 뒤로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 감내했다. 친구를 만나지도,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도 하지 않았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 편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살아온 삶은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 더는 숨 쉴 이유도, 힘들게 버틸 필요도 없었다. 그간 내가 살아야만 했던 이유들이 한순간에 죽음의 사인들로 바뀌었다. 사람들과 나 사이에 가늘게 이어져있던 마음의 끈은 끊어지고, 나는 더이상 누군가의 딸도 친구도 아니었다. 잠들면 악몽을 꾸고 새벽은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이 세상에 내가 있을 곳은 없다고 느껴졌을 때, 살아있다는 것이 곧 지옥이었다.


보이지 않는 상처보다 보이는 상처를 보여주는 게 쉬웠다. 마음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로 이해시키는 것보다 신체에 난 상처를 보여줬을 때 사람들은 단번에 나를 걱정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죽음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육체적 상흔도 내 아픔의 크기에 가닿을 수 없었다. 때문에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나는 내 얘기를 하면서도 터놓을 곳이 없고 위로를 받으면서도 위로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죽음을 생각했던 어두운 마음이 나와 함께 울어 줄 사람을 만나고서야 맑아졌다. 진정으로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이는 내 얘기를 듣고서 눈물을 흘렸다. 나를 위해 울어 줄 사람이 있다는 건 또다시 내가 살아야만 하는 희망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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