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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16. 2016

<우리도 사랑일까>

영화에세이

나는 설렘을 찾고 있었다. 익숙해진 당신은 절대 줄 수 없는 그것, 나는 그것을 찾을 때부터 이미 다른 사람에게 흔들릴 여지가 있었다. 설렘을 잡으려면 익숙함을 놓아야 했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익숙함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잔잔한 바다가 주는 소리 없는 배려보다는, 낯선 온도의 덜 친절한 파도에 시선을 뺏겼다. 그 매력적인 모습에 발만 담그려 했지만, 풍덩 빠진 마음은 돌이키기에 이미 다 젖어 버렸다. 이내 사랑받고 싶은 대상이 바뀌었다. 이 마음을 갖고 당신의 곁에 있는 게 죄 같아서 떠났지만, 내가 당신을 떠남으로써 나는 더 큰 죄를 짓고 있었다.


오랜 기간 남녀가 만나다 보면 더이상 설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내가 한 실수는 사랑이 식었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왔고, 소중한 당신에게서는 단점만 보였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의 내 모습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말이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익숙함을 밀어내는 순간, 다시는 안정적인 삶을 만날 수 없었다. 또다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런 사랑은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새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고, 새 것 또한 헌 것이 되어 가는 걸 지켜보며 내 어리석음을 비판할 뿐이었다. 진작에 권태를 알고 사랑을 알고 빈틈을 인정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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