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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18. 2016

<김종욱 찾기>

영화에세이

우연히 당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보고서 나는 당신이 떠올랐다. 어렴풋했던 우리의 기억이 잠시 생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순수하고 밝게 웃었던 기억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우리가 참 풋풋할 때였다. 이후로 한 번도 당신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던지라, 지금쯤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딱히 만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문득 궁금해진 당신을 한번 찾아보려 한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기억인데 왜 별거 아닌 게 이토록 강렬하게 남아있는 건지, 당신을 만나면 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당신은 기억 속에만 남겨두고 싶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운 그 이름이 분명한데, 막상 SNS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자 한 편으론 맘이 놓였다. 내 기억 속의 당신이 지금과 다를까 봐, 서로 알아보지도 못할까 봐 나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었다. 평소에 연락도 안 하던 친구들에게까지 연락해서 당신을 수소문하면서도, 내가 당신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얘기를 알게 되는 게 신경 쓰였다. 마침내 당신과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당신을 언급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두려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두려움도 넘어설 만큼 절실하지 않아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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