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ㅇ Nov 18. 2016

<최악의 하루>

영화에세이

누군가를 만나 함께 있는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상대의 기분을 배려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기분을 망치기 싫은 것이다. 만나는 상대에 따라 가끔씩 연기를 해야 했고 거짓말을 해야 했지만, 나는 그것이 무난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와 합이 맞지 않을 때에는 더 맞춰야 하는 게 많았다. 내 얘기를 포기하고 상대의 얘기만 들어주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였다. 그렇게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내 하루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때때로 내 의지와는 다르게 최악의 하루가 되기도 했다.


최악은 우연과 머피의 법칙을 데리고 온다. 되는 것 하나 없고, 나쁜 일은 연달아 터진다. 더 분한 것이 그 원인은 모두 과거의 내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던졌던 말이 독이 되어 돌아오거나, 잘하려고 했던 것이 더 엉망으로 꼬여버린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고, 잡아왔던 관계의 끈은 끊어진다. 내가 잡고 있던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었는지도 모른 채 오늘을 최악의 하루로 만들어준 하늘을 원망했다. 하지만 나만 노력하는 관계라면 어차피 끊어질 줄이었고, 최악을 더 빨리 맞이함으로써 나는 더 이상 연기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 내게 닥친 시련이 최악 같아도, 결국엔 더 나은 길을 갈 기회였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니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