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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Nov 28. 2016

<경주>

영화에세이

텅 빈 마음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 알지 못한다. 뭔가를 얻을 생각도 뭘 하고자 하는 생각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가끔 없는 것을 찾는다. 없는 그림을 찾고 없는 사람을 찾고 없는 강을 찾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없어진 것을 찾아 떠날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흩어지는 사람 중 누군가는 내일 사라진다. 부재에 따른 텅 빈 공허만이 그곳에 남는다. 죽음이 매 순간 왔다갔다하는데 나는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나는 내가 직접 죽음을 경험하기 전에 수많은 죽음이 남기고 간 빈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어쩌면 나는 알 수도 있겠다. 텅 빈 마음은 그들에 의한 것이 아닌 내 것이다. 낮에는 맑은 바람이 불고 밤에는 밝은 초승달이 뜨는데 마음이 텅 비어있는 것은 내 탓이다.

   

나는 살아있어도 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때로는 내가 죽음을 대비하기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서를 미리 써둘까 하다가도, 딱히 적을 내용도 없어서 펜을 내려놓는다. 나는 벌써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보다는 '죽다'라는 단어를 더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실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늘 환상이 일어난다. 환상을 떠올리다가도 현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하나만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삶과 죽음은, 현실과 환상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죽음이 내게 손내밀고 있고 보이지 않는 공기 속에서 뭔가가 계속해서 그 손을 뿌리치고 있다. 낮과 밤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내 주변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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