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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Nov 27. 2016

<러브 픽션>

영화에세이

나는 단지 과거를 공유하고 싶었다. 나를 만나기 전의 당신이 궁금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과 어떤 사랑을 했으며 어떤 기쁨과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었는지, 크고 중요한 것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다 말이다. 행여나 부담스러울까 봐 먼저 내 얘기 잔뜩 꺼내놓고는 당신의 얘기를 기다리는 것은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잊어버리지 않게 메모해두며, 그 누구보다 당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과거의 당신을 알아가는 것이 더 많은 당신을 알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는 것이 많아질수록, 알지 않았으면 했던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를 묻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당신에 대한 편견을 만들고, 끝없는 상상이 열리는 길이자 당신의 과거를 반추하고 추궁하는 나의 찌질한 면모를 만나는 일이었다. 나의 관심사는 당신에서 당신의 특정한 무엇이 되었고, 우리의 대화는 돌고 돌아 결국엔 같은 주제의 싸움으로 번졌다. 당신의 모든 면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자꾸만 당신의 과거를 나의 현재에 묶어두었다. 애초에 나는 어떤 이야기든 간에 당신의 과거에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 내가 그린 당신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고 한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과거의 당신이 아니라 지금의 당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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