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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Dec 02. 2016

<셰임>

영화에세이

방금 또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늘 엉망진창인 나를 컨트롤하지 못한다. 제어할 새도 없이 나는 행동한다. 나에게 생각이란 정말 쓰여져야할 때 쓰여지지 못하고, 매번 후회와 자책과 함께 쓰인다. 나는 나를 위한 짓이 아닌 내가 원하는 짓을 한다. 일시적인 충동 그 순간만큼은 내 본심을 따르는 것이다. 자의에 의해서 나를 망치기로 작정한 듯이 나는 나 스스로의 가치를 조금씩 떨어뜨리고 있다. 앞을 조금만 내다볼 수 있다면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을 텐데 나는 또 후회할 말을 내뱉고 후회할 행동을 한다. 일어난 상황을 돌이킬 수가 없다. 충동적인 말과 행동들이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삶을 망가뜨려 놓는다.


이미 나는 곧바르게 펴져 있던 관계에 수차례 흠집을 냈다.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디 하나 매끄러운 부분이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냐고 물으면 나는 처음부터 그랬다. 처음이 잘못되었고, 반복은 쉬웠으며 부끄러운 마음은 금세 잊혀졌다. 내게 또 하나의 관계가 이어진다고 한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이미 관계에 실망했다. 어두운 곳에 있으면 어둠에 익숙해지듯이 나는 금세 나에 대한 죄책을 덜어버린다. 내가 망가뜨려 놓은 삶이 나를 망가뜨릴 때까지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추락한다. 이윽고 모든 것이 나빠져 가는 데도 나는 괜찮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도 나의 수치로부터 달아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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