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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쌍 Sep 18. 2018

향긋한 돼지 수육

안주요리기록소 #6

돼지고기 전지 수육

제주도에 사는 나에게 가장 제주다운 음식을 뽑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돔베고기를 뽑을 것이다. 돔베고기란 잘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서 먹는 제주도 스타일의 수육이다. 제주 수육은 고기가 신선해서인지 향을 잡는 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된장 조금 파나 양파껍질 조금 넣고 깔끔하게 삶는다. 이제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고기 국수는 그렇게 고기와 뼈를 삶은 물에 간을 하고 중면을 넣어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옛날에는 제주에서 잔치할 때 그 잔치의 크고 작음을 돗(제주 방언으로 돼지) 몇 마리 잡았나로 가늠했다고 한다. 지금은 잔치 풍습이 많이 약소화되었다 해도, 제주 잔칫상에 돼지 수육이 빠지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잔칫상에 오르는 돼지 수육은 따뜻한 수육이 아닌 식은 수육이고 이런 수육을 자르는 분들을 도감이라고 부르며 아무나 고기를 만질 수 없다.


전통방식의 수육도 맛있지만,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의 경우 나는 향이 조금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고기를 삶는 이 저런 시도 끝에 나의 방식을 찾아냈다. 집에서 삶은 수육에서 고급 중국집의 간지를 만들어내는 포인트는 삶는 국물에 스타아니스(팔각)과 클로브(정향)를 넣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느끼한 맛의 수육을 먹을 때 참기름이 많이 들어간 막장이나 쌈장을 찍으면 그 느끼한 맛이 더 도드라지는 경우가 있다. 제주도에서 유명한 밀면집은 수육에 된장을 주지 않고 양념 고추장을 주는데 고추장에 설탕과 식초 깨 다진 마늘을 넣고 약간 되직한 초장을 만들어 찍어 먹으면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연겨자와 알이 굵은 천일염을 준비해 한가지 맛만이 아니라 다양한 맛을 주면 질리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다.


재료

수육 (2인 기준)

돼지고기 전지 600g, 통마늘(3~4알), 대파(1/2뿌리), 정향(3~4개), 팔각(2개), 된장(1큰술), 인스턴트커피(1봉):커피는 냄새를 잡아줄 뿐 아니라 수육의 색을 이쁘게 만들어 준다

양념장

연겨자, 알이 굵은 천일염 혹은 다양한 소금 중 선택, 양념고추장(고추장1큰술 반, 다진마늘 반큰술, 깨, 식초반큰술, 깨)

곁들임 채소

다양한 쌈채소, 마늘편, 대파의 흰부분을 얇게 채친 것, 부추(한움큼) 


레시피

1. 고기를 흐르는 물에 씻어 불순물과 피를 제거한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빼준다.

2. 고기가 잠길 수 있는 큰 냄비에 물을 붓고 고기를 제외한 분량의 수육 재료를 넣어준다.

3. 물이 끓으면 고기를 넣고 뚜껑을 덮어 30~40분 가열한다. (해당 시간 가열하면 충분히 고기가 익지만 단단한 식감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한다면 10~20분 더 가열해도 무방하다. 단 그랬을 경우 고기의 모양이 뭉개질 수 있으므로 주의)

4. 익은 고기를 건져 5분 정도 식힌 후 썰어준다. 건진 고기를 바로 썰면 지방 부분이 연해 얇고 이쁘게 썰 수 없으므로 조금 식혀 단단하게 만들어 주면 얇게 썰 수 있다.

5. 고기를 건져낸 육수에 부추를 살짝 넣었다가 빼는 느낌으로 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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