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요리기록소 #5
시골에 살면 외식을 할 일이 잘 없다. 맛난 음식에 소주 한잔 걸쳐도 대리를 부를 수 없으니 외식에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사실 주변에 갈만한 식당이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웬만한 식사나 술안주는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되었다.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트나 시장에 자주 가게 된다. 물론 식당을 운영할 때도 마트에 거의 매일 들렀지만 그때는 내가 먹을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게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다 보니 매일 똑같은 품목만 샀었다. 그런데 내가 만들어 먹을 재료를 사게 되니 식자재 가격이 매일매일 어떻게 바뀌는지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니 야채류의 가격이 많이 착해졌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쪽파도 이제는 한단에 2~3천 원 선이고 감자도 100그램에 5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봄이오니 달래나 냉이 같은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식자재도 눈에 들어온다. 며칠 전 마트에 가니 부추가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진열되어 있어서 충동적으로 많은 양을 구입했다. 썰어서 갖은양념에 버무려 무침으로 먹었지만 웬걸 양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조금씩 남아있는 감자, 당근, 애호박을 채치고 부추를 잔뜩 넣어 부추전을 만들었다. 기름에 지지면 뭔들 맛있지 않겠냐만은 봄비 오는 밤, 향기로운 봄 부추 내음을 품은 전에 달래 잔뜩 썰어 넣고 양념장 만들어서 찍어먹으면 소주, 맥주, 막걸리 뭐 주종이 문제겠는가. 환상이지.
부추전
부추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꽉 차게 한 줌
감자 1알, 당근 1/4개, 애호박 1/4개, 청양고추 2개
부침가루 소주잔 5개, 소금 약간, 후추 약간, 건새우 2큰술
양념장
진간장 3큰술, 물 3큰술, 설탕 1큰술, 달래 약간, 참기름 반 큰 술, 참깨 약간
1. 부추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 채에 받쳐 물기를 뺀 뒤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로 잘라준다
2. 감자, 당근, 애호박은 부추 길이로 잘라 얇게 채치고 청양고추로 얇게 썰어준다. 과한 매운맛이 싫은 경우 고추를 반으로 자른 뒤 속의 씨를 제거하고 썰어준다.
3. 건새우는 왕소금 정도 사이즈로 다져준다.
4. 손질한 야채와 건새우를 볼에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건새우가 간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므로 간을 세게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부침가루를 넣고 물을 소주잔으로 2~3개 정도 부어 섞어준다. 농도를 확인해가며 물을 맞춰주나.
5. 팬에 기름(카놀라유, 식용유)을 자작하게 넣고 강불에서 가열한 뒤 기름이 충분히 데워지면 중 약불로 불을 조절하고 4의 반죽을 넣는다. 앞뒤로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부쳐낸다.
6.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