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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후반작업의 매력

(안부귀영화2) CG와 외국어

by 초별


전쟁 같은 촬영이 끝난 후, 다시 사무실 출근을 했다. 한바탕의 태풍이 휘몰아치고 드디어 일단락은 됐으니 내가 감독이라면 한달 까지는 아니라도 최소 이주일쯤은 절대 촬영 소스는 쳐다보지도 않고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쉬고 싶을 것 같은데, 독한 J 감독님은 바로 혼자 편집을 시작하셨다(이정도의 집착이 있어야 상업영화 감독을 하는 것일까).


나는 조감독님2와 함께 후반 작업을 하기로 계약을 연장했다. 휴~ 내가 일을 얼마나 잘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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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자뻑을 한번 해보지만... 사실 나를 쫓아내고 싶었으나 실패한 것 아닐까 싶다. 왜냐면 새로운 후반 스크립터가 온다면 그동안 촬영 분량이나 외국어 대사 관련을 다 다시 공부하는데만도 시간이 걸릴테니까! 하하하! 개이득!


보통 후반은 조감독이(또는 짬이 많은 스크립터가) 혼자 붙어서 하는 경우들이 있다(아예 후반 조감독을 따로 뽑기도 하고). 그런데 이 영화는 외국어 대사가 많아서 대사를 맡아줄 사람이 있어야 했다. 또 CG컷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그것들을 정리하기 위한 조수도 필요하니 겸사겸사 내가 후반까지 있게 된 것이다.


후반 작업은 편집, CG, 믹싱(ADR), 음악, 색보정이 있다. 그러나 이런 그럴싸한(?) 표현 말고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해보면 후반작업은 "똥 닦아주는...(?) 그런 일"이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차마 다 해내지 못한 것들, 계획대로 찍지 못하고 싸질러버린 것들을 "뒷처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이 계획대로 된다면... 감독의 머리속에 그렸던 것이 100% 그대로 구현된다면... 그건 아마 극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지 않을까? 그렇다 보니 모든 영화는 촬영이 끝나면 후반에서 닦아줘야 할 똥이 꽤나 많은데, 현장이 얼마나 난장판이었느냐에 따라 닦을 똥이 딱딱하고 건강한 똥이냐 설사똥이냐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자꾸 똥똥 거리니 이것은 후반작업 일을 비하하는 비하발언 아니냐! 하고 발끈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비하발언이 절대 아님을 알려드린다. 아니 세상에 똥 닦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러나 너무 지저분하지 않나! 하고 누군가 주장할 수 있으니 다르게 표현해 보자면... 이 후반작업 일은 마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말 날 것 그대로의 촬영 소스들에 예쁜 옷을 입히고 아이라인 그려주고 립스틱 발라주고 화장을 시키면서 아름답게, 진짜 영화답게 탈바꿈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특히 편집의 힘은...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음악의 힘은 쏙 들어갔던 눈물도 끄집어낸다. CG는 상상을 구현해주고 사운드는 오감을 더 실감나게 만들어주고 여튼 모든게 다 중요한다. 그래, 모든 영역이 다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휘황찬란한 마법! (후반작업 작업자들이여 영원하라!)




이 영화는 8할... 아니... 9할이 CG인 영화였다. 다 만들어진 세트 안에서 배우들만 나온다고 해도 세트장 안의 모니터 화면이라던가 (우주 시대에 걸맞는) 홀로그램 같은 것이 공중에 떠 있어야 하는 등 촬영 컷들중 CG가 안 들어간 컷이 손꼽힐 정도였다. 아는 분들은 아실텐데... 이 말은 후반이 후반이 아니라 거의 뭐... 아직 현장이 절반쯤 남은 것으로 봐야할 정도로 끔찍한 일 폭탄이 많다는 뜻이다. 그 일폭탄을 떠맡은 후반 조감독은 이제 촬영본을 가지고 모든 컷들을 다 정리하고 문서화 해야 한다. 촬영 전쟁이 끝났더니 이제는 엑셀전쟁이 시작된다... 정도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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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편파적이고 제멋대로 해석한 영화제작 과정입니다. 혹시나 저를 아신다면 (제발) 모른척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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