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20190223.
사랑하는 후에게.
네가 우리에게 와주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커다란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몇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고래를 보았어.
그 고래가 당신하고 내 앞으로 오더니 신나게 춤을 추더라고. 사람들이 모두들 기적이라고 하더라.”
아빠의 꿈얘기와 함께 우리에게 찾아 온 너. 후가 어느새 일곱 살이 되고 공동육아를 졸업한다니 믿기지가 않는구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서툴고 힘들었지만. 그 때마다 후는 우리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되고 용기가 되어 주었단다.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우리의 부족함으로 인해 용서를 구한다.
후야.
얼마 전 후가 엄마에게 물었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게 뭔 줄 아냐고.
첫째는 하나님, 두 번째는 가족, 세 번째는 자연, 네 번째는 친구, 다섯 번째는 책, 여섯 번째는 레고라고 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뜨거운 마음과 헌신으로 후를 함께 돌보고 키워 준 공동육아 가족들 모두에게, 또 이 모든 만남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단다.
그 마음 잃지 않고,
너의 삶에 주어진 길을 걸음 걸음 찾아가는 인생이 되길 바란다.
대안학교란 새로운 품 안에서도 변함 없이 마음껏 뛰놀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주신 후 자신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격려해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후야. 진심으로 졸업 축하해!
덧붙여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 하나마을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제 생애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소란스러운 아이들 사이에 묻혀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의 지난 시간을 떠올릴 것입니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부족한 저와 저희 가족 모두를, 있는 모습 그대로 용납해 준 선생님들 한 분 한분의 도움에 힘입어 후후네 가족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을 좇아 자라갈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치열하고 뜨거웠던 우리의 이 시절 자체가,
우리의 자랑이고 면류관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고백하면서.
졸업 송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