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유치원 비리에 맞서 유치원3법을 만들어내기까지, '엄마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요?
2021. 6. 16.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대응 활동]의 시작
예컨대,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대신하는 민간 기관들에 연 2조 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치자. 게다가 해당 기관들이 평균적으로 운영비용의 약 45%를 국고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면? 당연히 위 기관들에 대한 적법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리가 적발된다면? 물론 그 내용 역시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지극히 상식적인 처사다. 그러나 불과 2년여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상식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바로 유치원 비리에 관한 이야기다.
2018년 10월 5일. 사립유치원 관계자 200여 명이 국회의원 회관에 난입해 행사장을 점거하고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진다. 교육위 소속이었던 박용진 의원이 주최하기로 한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관련 정책 토론회장이었다. 우산까지 펼쳐가며 토론회 진행을 막는 이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달되었고 그다음 주였던 10월 11일 MBC가 유치원 감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단독으로 공개한다.
■ 대한민국 정치를 바꾼 엄마들의 한마디
<정치하는엄마들>은 2017년 4월 11일 시작된 비영리단체다. 엄마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과 아이를 돌보는 모든 이들이 처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모순을 해결하는 데 단체의 목적을 두고 있다. 단체 출범 직후 우연한 기회에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의 보도자료(2017년 2월, 전국의 대형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 95곳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 총 91개 시설에서 609건의 위반사항이 발생했으며 부당 사용금액이 약 205억 원에 달함)를 접한 <정치하는엄마들>은 그 위험한 유치원이 혹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했다.
“우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많네요. 이 자료는 두어 달 전 발표된 국무조정실 보도자료입니다.
우리 함께 유아교육 현장 비리도 반드시 해결해가면 좋겠습니다.”
“자료를 이렇게 익명 처리해서 보여주면 일반 학부모들은 알 도리가 없는데 어쩌라는 건지...”
“그런데... 그 유치원이 대체 어디래요?”
“제 아이가 다니는 곳은 아닌지 너무 걱정됩니다.”
“전국 명단을 다 알 필요도 없이, 제 아이가 다니는 곳이 여기 해당되는지 아닌지라도 확인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뭘 해야 하죠?”
“<정치하는엄마들> 이름으로 공식 정보공개 청구를 해봅시다!”
“정보공개 청구해보신 분?”
“..........정보공개 청구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 분?”
그렇게 시작된 정보공개 청구 작업은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로 이어졌다. 2017년 7월 2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제2차 유아교육 발전 5개년 기본계획 4차 세미나가 이익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엄마들은 아이 손을 잡고 현장을 방문했다.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항의를 일삼고, 행사장을 장악한 채 행사를 보이콧하던 유아교육 관계자들. 학부모들이 현장에 함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들은 집단 휴원을 강행하면 어차피 워킹맘들은 원의 뜻대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등의 망언을 일삼으며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에 개탄한 엄마들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현장 성명서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했다. 그 외에도 국무조정실과 인천교육청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및 ‘비리 유치원 어린이집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 등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싸움이 단 한마디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체 그 유치원이 어디래요?”
MBC 뉴스 보도 이후, 대한민국의 대표 포털사이트 역시 이 당연한 질문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연일 상위 랭크에 ‘비리 유치원 명단’ 검색어가 오르내리고, 각종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사립유치원 비리 행태를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리 유치원 공개 뒤엔 ‘엄마들’의 추적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한겨레 신문사 토요판 커버스토리가 게재되면서 청취율이 높은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 섭외 요청도 쇄도하기 시작했고 전 국민이 유치원 비리 실태에 공분하며 법안 개정을 함께 요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 유치원3법을 입법시키기까지
교육부가 10월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11월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유치원3법 심사에 돌입했지만, 국회의 벽을 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유치원3법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위원회였다. 그중에서도 법안심사소위는 통상 비공개(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추후 회의록 확인은 가능) 및 만장일치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박용진3법을 당론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임재훈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다손 치더라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없이는 그 문턱을 거의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는 거셌다. 가히 필사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자당의 법안을 새로 제출해 ‘박용진3법’과 병합심사하겠다는 구실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사실상 회의를 방해하고 지연시켰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양석, 김순례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버젓이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지원금을 막 썼다고 탄압하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이거 의도적이다” 등의 발언을 늘어놓으며 공식적인 지원 사격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사립학교 이해관계자인 홍문종 전 의원(자유한국당)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 자리에서였다. 심지어 홍 전 의원은 토론회를 진행한 그 당시에도 부친이 설립하고 자신이 이사로 재임한 경민학원과 관련해 거액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었다. 현직 국회의원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임위에 속해 있는 것도 모자라, 사학 비리 문제로 재판 중인 당사자가 여전히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다루는 수준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참담하지만, 엄연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그런 그가 약 5-600여 명의 유치원 관계자들을 국회에 모아놓고 사립유치원들의 재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한 것이다.
어찌 보면 별반 새로운 일도 아니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8년 11월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유피아3법 정기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 한유총은 좋겠다. 자유한국당이 있어서!'를 개최하고 '누가 한유총을 비호하는가'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유아교육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할 때마다 한유총과 같은 논리로 앞장서 사립유치원을 비호해 온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공식 회의 발언들을 샅샅이 훑고 모았다. 제16대 국회에서부터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국회 안에서 이루어진 유아교육 관련 회의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 인물별 시리즈물을 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장우 전 의원(자유한국당, 대전 동구)이었다. 2016년 6월 21일 한유총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한 당시 한유총 임원진과 정책제안서를 주고받은 일부터, 2017년 9월 18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공립으로 전환하면 그분들이 그동안 전 재산을 투입해서 교육에 헌신해 왔는데, 그분들 망하라는 것”이라고 발언했던 사실, 이어 같은 달 28일 “평등권확보차원에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던 발언, 그뿐만 아니라 유치원 비리 폭로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인 직후에도 “(사립유치원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난할 때 많은 분이 사재를 털어서 인재를 육성했다. 사립유치원 하는 분들이 모두 적폐 집단인가?”라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강하게 질타하던 예결특위 회의장 모습까지. 그 외에도 곽상도, 황우여, 홍문종 등 여러 의원들이 공공연히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해왔다. 반면 우리 아이들의 입장은 누가 대변해 주었을까? 대한민국의 50만 어린이들과 이들을 돌보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우리 국회의 뼈아픈 현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법안심사소위를 사실상 파행시켰을 뿐 아니라 한유총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평가받는 자유한국당판 유치원3법 개정안을 공식 발의했다. 이른바 박용진3법이 발의된 지 한 달여 후의 일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법안 심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사립 유치원을 대표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치원3법 제정 반대 공세가 이어졌다. 사실상 계속해 법안 심사를 거부하던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이 그간 주장해 온 내용을 반영했다고 평가받는 자유한국당 유치원3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유치원 회계를 국가지원 회계와 일반회계로 이원화하고 원생 300명 이상 사립유치원에 대해 학교급식법을 적용하겠다는 등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유치원3법은 얼핏 보면 종전 입장에서 일면 후퇴한 안 같아 보였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여러 방법으로 회계 비리를 저지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꼼수 법안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과 한유총의 유착이 깊었던만큼, 그간 한유총이 사유재산 보장을 명분으로 공공연히 내세워 온 ‘시설 사용료 보상’관련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단 사실만으로 안도하게 되는 지경이었다.
이 지난한 과정에서 단연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바로 2018년 11월 29일 한유총이 개최한 광화문 집회(주최 측 추산 1만여 명, 경찰 추산 3천여 명 이상이 참석한 총궐기대회) 때다. 한유총은 며칠 전부터 수천여 명의 회원 결집을 예고하며 전국 집단 폐원 카드로 학부모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진 정치하는엄마들에게는 돌봐야 할 아이들과 지켜야 할 일상이 존재했다. 단 한 사람의 유급 활동가도, 사무실도 없는 현실이었기에 정치하는엄마답게, 정치하는엄마로서 어떻게 걸음걸음 내디디며 이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지 매 순간 고민이 많았다. 당시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가장 심도 있게 아이디어 회의를 지속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국에 있는 유치원을 다 문 닫아 버리겠다고 최소 수천 명씩 모여 협박하는 이들에 맞서, 현장 출석 자체가 거의 불가한 엄마들이 할 수 있는 대응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쏟아지는 아이디어 끝에, 최종적으로 거대 현수막을 행사장 뒤편에 기습으로 띄우기로 결정했다. 먹고살기 바빠서, 아이 보느라 여유가 없어서, 광화문 현장에 결집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모든 엄마 아빠들의 분노를 담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외치고 싶은 단 한마디의 말.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그렇게 세종대왕 동상 위로 보라색 대형 현수막이 펼쳐지고 유아교육의 주인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는 메시지가 광화문에 커다랗게 전시되었다. 자신들의 그릇된 이익을 지키고자 광화문에 앉아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위로 떠 있는 대형 현수막. 그 누가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유아교육 현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몇 날 밤을 새우고 광화문 바닥을 기어 다닌 활동가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편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결국 2018년 12월 27일 교육위원회는 유치원3법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한다. 물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383일 뒤인 2020년 1월 13일 유치원3법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 감격스러운 현장에서도 역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치원3법 입법운동]의 성과
누구도 대신 싸워주지 않아서, 누구도 대신 말해주지 않아서, 누구도 대신 앞장서 주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의한 엄마들. 그리고 이들과 뜻을 함께 한 평범한 시민들이 없었더라면 2020년 오늘까지도 유아교육 현장은 요지부동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당사자 정치의 힘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유치원 비리 척결을 위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 유치원3법 통과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먼저 모든 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도입되었다. 유치원 교비가 본래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덧붙여 정부가 부담하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해 학부모가 부담한 비용을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돈의 전부 또는 일부 반환을 명하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의 처벌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유치원의 운영 실태 평가 공개, 운영위원회 회의록 작성 및 공개 등을 의무화했으며 유치원이 제재 처분을 받을 경우 관할청이 그 위반행위, 처분 내용, 유치원 명칭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의 겸직을 금지시켰다. 셀프 징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마지막으로 급식의 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켰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최초 발의됐던 박용진3법의 주요 골자 중 하나는 현행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을 개정해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현재 무상유아교육비용은 누리과정 지원금이라는 이름의 바우처로 양육자에게 우선 지급된다. 사실상 정부가 유아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유치원에 지급하고 있는 비용이지만 형식상 부모 명의의 바우처 카드를 통해 유치원에 간접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누리과정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본래 목적 외에 관련 비용이 부당하게 사용될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적법한 처벌(형사처벌 포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 회의를 최종 통과한 유치원3법은 누리과정지원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종전과는 달리 일정 부분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당초 목표한 보조금 전환과는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다. 또한 모든 유치원에 예외 없이 유치원3법이 적용되기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일정 규모 및 일정 금액 이상의 경우로 한정 적용하도록 한 단서조항들도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유치원3법 통과가,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유의미한 사건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법으로 도입이 의무화된 에듀파인 및 학부모 운영위원회 등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교육지원청의 관리 감독 인원 충원 역시 차근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뿐만 아니다.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도 같은 수준의 보육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집 비리 해결을 위한 제반의 활동들도 꾸준히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돈이 오직 아이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일, 아이들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는 일 등, 이제는 이토록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변화를 넘어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유아교육 보육 현장을 위해 또 다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유치원3법은 국회의원 한 사람, 단체 한둘에 의해 만들어진 법안이 아니다. 그야말로 대다수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법안을 만들어왔다.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보육더하기인권)’를 비롯해 수차례의 기자회견과 공동행동을 함께 해 온 여러 시민단체들, 열의를 갖고 기사를 작성해 온 언론인들, 무엇보다 한마음으로 뜨겁게 분노하며 집회 현장에서, 거리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동네에서, 유치원3법의 필요성을 역설해 주신 전국 각지의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시간과 뜻을 모아 전화·문자 공동행동 및 여러 캠페인에 함께해 준 전국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들에게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그나마 조금은 더 안전해졌다고, 그 변화의 현장을 함께 지킬 수 있어서 영광이었노라고 말이다.
#[유치원 교육 정상화]의 현황과 과제
■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고 해도
유치원 비리에 맞선 활동들을 이어갈 때 종종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전국적으로 촘촘히 연결되고 세력화되어있는 이익집단에 비해, 엄마 아빠는 마치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간 국회가 압도적인 수에 해당하는 양육자들을 푸대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흩어진 개인은 제아무리 수가 많더라도 정치적으로 제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똘똘 뭉쳐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작은 '세력(이익집단 등)'을 대체로 이기기 어렵다. 수시로 국회 동향을 살피고 보고하는 전담 직원이 있고, 전국망으로 연결돼 언제든지 수천수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의 요구와, 개인의 요구 사이에서 대다수의 정치인은 전자의 손을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다음 선거에서 거꾸로 도움받게 될 확률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유치원3법은 사립 유치원의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시스템 도입을 넘어,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고 해도’ 연결된 시민의 힘이 있다면 결국 바위마저 부서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보다 연합회들을 더욱 신경 쓰고 관리하던 정치권의 문화도 ‘조금은’ 달라졌다. 물론 아직까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든지 조직화된 세력들의 물밑 로비와 이권 수호 활동은 지속될 테니까. 결국 이를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답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선 시민으로, 연결된 시민으로, 행동하는 시민으로 나와 내 가족의 삶을 지키고 바꾸겠다는 결심. 그렇게 행동하는 시민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유치원3법 이외에도 무려 22년째 동결되어 온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끈질기게 촉구해 관련 예산 증액을 이끌어냈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던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이 정기국회 내 통과될 수 있도록 제반의 활동을 이어왔고 그 결과 <하준이법> <민식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을 통과시켰다. 전국 스쿨미투 전수조사 및 스쿨미투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한국형 맥도날드 병의 사실상 검찰 재수사 착수 약속 등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남성 비율 81%, 평균 나이 54.9세, 평균 재산 21억 7942만 원. 21대 당선 국회의원 관련 통계다. 20대와 비교할 때 얼마나 달라졌을까? 남성 비율 83%, 평균 연령 55.5세, 평균 재산 약 41억. 정치하는엄마들은 양육자와 아이들을 대신해 주지 않는, 아니 어쩌면 대신할 수 없는 국회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의 절실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행동해나간다. 나 역시 정치하는엄마들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시민들의 힘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은 더 안전하고 인간다운 사회로 변화해갈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정치한다.
▮변화의 장면들
2017.07.26. 서울시교육청 방문 및 현장성명서 발표 ‘유아교육 보육은 비즈니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