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4
"아직도 엄마한테 화났어? 옆에 누워도 돼?"하고 묻자 정후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들릴듯안들린듯 한다는 말이. 난 여전히 엄마 사랑하지. 후와 한바탕 한 날. 후는 내게 짜증내지 말라하고 내가 볼 땐 정후가 계속 내 말을 무시한 날. 저녁에 정후랑 얘기하다 요즘은 누구와 결혼하고 싶은지 물었다.
엄마랑은 못해. 아직도 엄마랑 하고는 싶은데 우리는 가족이잖아. 그러면 결혼 못하는거래.
큰 아이가 더 많은 에너지와 혜택을 받지만 (아직까진)늘 큰 애에게 마음이 짠한 건 내 미숙함 때문일거다. 수용받지 못했단 생각에 방방 뛰는 정후에게 내가 건넨 사과. 미안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수용받지 못해 울며 안긴건데 내가 정후를 안고선 또 내 입장을 먼저 정리하니... 듣지도 않고 정후가 용수철처럼 뛰쳐나갔다. 엄마 미워 나빠 엄마랑 안놀거야. 놔줘. 엄마때문에 아프잖아. 저리가.
사랑 또 다시 사랑
늘 되새기지만
늘 나는 가르치기는 빠르고 용납은 더디다.
내 자신에게 가장 그렇고 다음이 아이.
오랜만에 정후가 공동육아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도 선생님하래서 그건 안된다 선택하라니 그럼 친구들이랑 안 놀고 엄마랑 매봉산에 가겠다며 나선다. 등원하려는데 잠든 준후 보고선. 이번엔 준후를 놓고 가자 속삭이고.
아이에게 과했던 날. 실수한 날. 정당한 훈육이었더래도 마음이 무겁고 짠한 날. 내 마음을 붙잡는건 아쉬움이다. 오늘처럼 아이가 날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걸 알고, 사랑은 타이밍이란 사실을 알아서. 물론 별 일 없이 다들 잘 커가지만...이미 숙연히 받아들여버린 사실은. 제 몫으로 지고 갈뿐 더 이상 엄마가 함께 들어주길 바라지 않게 된단걸 알아서. 뒤늦게 노력해도 이미 아이가 제 몫으로 져버린 짐은 더이상 나와 공유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아서.
그래서 늘 혹여 내가 뒤늦진 않을까 미안하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 그 자리에 서 있는 엄마이고 싶어서. 절실히 원하는 때 보듬고 안아주는 선배이고 싶어서.
엄마도 사람이고 실수하지만. 아이가 지나칠 때도 사실 많지만.
내가 넉넉하게 훈육하지 못할 때, 뒤늦게 사과할 때, 그게 자꾸 쌓일 때. 더 이상 아이가 내 실수를 실수로 받지 않고. 그냥 엄마의 모습으로 인정하게만 될 것 같아서.
때론 두렵다.
완벽하지 못할테지만
후회는 없이 사랑해야지.
언제든 달콤하게 꺼내 먹는 시절이기를.
아쉽고 씁쓸한 순간으로 남겨두지 않기를.
돌아오면 더 안아주겠다
더 들어주겠다
더 집중하겠다.
아이둘에게 늘 분산된 정신을 기가 막히게 아는 첫아이가. 자주 묻는 말.
엄마 이것봐봐. 보고 있지? 봤어? 봐주라니까.
들어봐. 들었어? 안 들었지?
정후 말대로 내 몸이 세개라면 좋으련만.
준후 안는 엄마 정후랑 노는 엄마 책 읽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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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모두 정후의 작품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