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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Nov 28. 2017

무엇을 조기 교육할 것인가?

'영유아때부터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외치다.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CRC,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비준국(1991년 서명)으로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5년마다 협약 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위원회의 권고를 받는 일련의 과정은 정책적 변화로 체감되지 못한 채 문서로 확인되는 행정행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준다. 범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조차,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91년) 후 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 제출 및 위원회 권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존·보호·발달·참여 등 아동권리 보장 기반을 넓혀왔으나,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이념 및 관련 규정이 국내법적 효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아동권리에 관한 아동 및 어른의 인식 수준도 낮은 단계”

라고 진단다.


 아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때로는 가정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한다. 부당함을 인지하지 못해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마땅히 보장 받아야 할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는 사회가 아이들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제한한다. 그리고 박탈한다. 교육 공화국이라 불리우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아동인권 실태는 심각한 수준인데, 이러한 사실은 여러 자료를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1.5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참고 : (OECD 비교기준 11세, 13세, 15세 평균(점)) 대한민국 60.3, 네덜란드 94.2, 스웨덴 86.7, 영국 86.0, 미국 84.2, 루마니아 76.6) UNICEF 행복지수 모델을 기준으로 2013년 방정환재단이 측정한 주관적 행복도(주관적 건강, 개인행복, 학교생활 등)도 72.5점으로 OECD 국가(OECD 평균 :100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뿐 아니다. 아동결핍지수(Child deprivation index) 역시 OECD 비교기준 아동(11,13,15세) 54.8%(전체아동 53.3%)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해당한다(참고(% 기준): 헝가리 31.9, 슬로바키아 19.2, 이탈리아 13.3, 네덜란드 2.7, 덴마크 2.6, 핀란드 2.5, 노르웨이 1.9, 스웨덴 1.3, 아이슬란드 0.9) 대한민국 아동 인권 실태의 심각성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 및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권리 유형 및 세부 내용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도 차이를 보인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놀 권리’의 경우, 그나마 관심을 받아온 주제라 볼 수 있겠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아동들의 놀 권리를 확보하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했고, 시민단체와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다.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의식(아이들의 빼앗긴 놀 권리)에 공감하지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반면 참여권의 경우엔 사회적 관심도 적고 찬반의 여지가 많은 주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한겨레 21이 공동 기획한 어린이집 특집 기사 “국가정책 속 어린이는 나라의 찬밥”에 따르면, 243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127개의 어린이 정책은 42.5%(54개)가 발달권(보육·교육·인성)에 치중돼 있고, 참여권(인권·표현 및 결사의 자유)에 해당하는 정책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21

그나마 2016년 8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개정을 통해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청소년 참정권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찬반 논란과 함께 선거연령을 낮추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움직임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이어져왔다.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이 하향되면 고등학생들도 공직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게 되고 이는 직접적인 선거 결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반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 18세 유권자의 유입은 학교 현장과 교육 생태계 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해당 이슈의 중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다만 아동·청소년의 참여권에 대한 관심이 만 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 또는 청소년의 참정권에만 주목되는 현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생존·발달·보호권의 경우 아이들을 요보호 대상으로 설정하는데 반해, 참여권에서의 아동·청소년은 권리 행사의 실질적인 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참여권을 아동권리 헌장의 꽃이자, 핵심 권리라고도 볼 수 있는 이유다. 국내 아동의 인권 실태가 여러모로 열악하지만, 그 중에서도 참여권은 여타 권리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권리의 개념 자체가 부재한 수준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준다고? 꼬맹이들이 무얼 알아? 어떻게 애들에게 결정권을 맡겨? 애들이 뭘 안다고 정치에 참여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수동적인 지위로 존재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특정 이념에 경도된 교사들에게 휘둘리고 혹세무민 당하기 딱 좋은 미완의 존재로 인식될 뿐이다.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 중 참여권 관련 정책을 찾아보기 힘든 현 상황은 이러한 국내 정서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각 유형별 아동권리(생존·발달·보호·참여권)는 인권 현장에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구현된다. 참여권이 보장 돼 수요자의 목소리가 정책 구상 및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반영되면 생존·보호·발달권도 자연스럽게 함께 증진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또 의지적으로 아이들의 참여권 확보를 위해 힘써야 한다.

 실제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3·4차 국가보고서 심의결과 참여권에 해당하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표현, 결사 및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

40. 위원회는 과거 권고사항(CRC/C/15/Add.197, para.37)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여전히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생의 참여를 배제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도시 및 농촌지역 아동들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41. 위원회는 과거 권고안을 반복하며, 협약 12조부터 17조에 비추어 당사국이 법률, 교육부 발행 지침 및 교칙을 수정하여 아동이 의사결정 과정 및 교내외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아동이 교내 등에서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이를 수행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포함,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기를 촉구한다.

 아동의 생활 현장인 학교 내에서의 정치 참여와 표현 및 결사의 자유 보장이 위원회 권고의 핵심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연구Ⅳ:한국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국가보고서 권고사항 이행실태’에 따르면 유엔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에서 한국 학생의 표현, 집회 및 결사의 자유 개선에 대한 권고가 반복된 바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이 학교 운영위원회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해두었음에도 이를 아는 이도 드물고, 학생회와 같은 학생 대표 기구 역시 실제적인 결정 권한은 갖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것은, ‘민주 시민 교육’과 ‘시민 참여의 일상화’다.
 민주시민은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유치원은 민주주의를 바탕에 둔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바탕에 둔다’가 유치원·초등학교 교육 지침서 맨 첫줄에 교육 목표로 기재돼 있다고 한다. 현장 교사들은 ‘교사-아동 관계에서 표현되는 민주주의’, ‘아동-아동 사이에서 표현되는 민주주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의 민주주의’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한다. 스웨덴 아이들은 유아교육을 시작하면서부터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배우고 보장받는다. 독일의 경우도 비슷하다. 독일에서는 14세 아동에게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만 18세가 되면 투표권 뿐 아니라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부터 정치교육을 중시한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준거한 정치교육은 어린이 뉴스와 같은 미디어 교육으로, 나아가 지역사회·시민단체·정당 참여를 통한 정치의 일상화로 확장된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TV 뉴스 프로그램은 인상적이다. 그날의 정치사회 이슈와 시사기본지식을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어린이 뉴스 프로그램 ‘로고’의 주독자층은 8세에서 14세로 독일의 제2공영방송(ZDF)에서 제작 방송한다.

©EBS 뉴스 G


 우리 사회는 어떤가? 민주시민교육은 없고 소비자교육만 가득하다.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소비자로 길러진다. 공적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할 임신·출산·보육·교육의 전 과정은 사실상 시장에 맡겨져있다.. 산후조리, 모유수유, 자녀 양육 전반에 대한 정보를 사설 기관을 통해 얻고, 문화센터·마트·백화점·키즈카페에서 사람을 만난다. 아이들은 민주 시민보다도 소비자가 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상업시설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중에는 수유 시설 뿐 아니라 아이 전용 수면실까지 갖춰진 곳도 있고, 유아동반 고객을 위해 넓은 공간의 주차시설(아이들을 차에 태운 채 일반칸에 주차할 경우, 옆 차와의 좁은 간격으로 인해 차문을 열고 아이를 하차시키기가 어렵다. 양쪽에 아이가 타고 있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을 확보한 곳도 적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은 이동 약자를 위한 형식적인 시설만 갖춘 곳이 많고, 영유아를 위한 공공시설은 대체로 접근성이 낮고, 시설 수 자체도 적다. 영유아를 동반하면 이동 약자가 되기 때문에, 도보 가능 반경을 중심으로 이동하기 마련인데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영유아 시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참을 가야한다. 부실한 공적 지원 체계는 우리 아이들을 영유아시절부터 소비자로 조기교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보육지원학회가 전국의 문화센터(백화점·대형마트) 300곳의 실태를 조사한 ‘영유아 문화센터 프로그램 실태와 교육내용 분석’에 따르면 총 2만 7596개의 영유아용 프로그램 중 24개월 이하 영아들을 위해 개설된 수업만 1만 2286개(44.5%)에 이른다고 한다. 문화센터가 일반 학원과 다름없이 운영되며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연령을 낮추고, 영어·수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일반 사설 및 영재 학원과 다름 없는 조기 사교육의 메카가 되고 있단 우려가 크다. 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은 말과 글을 배우기도 훨씬 전인 영유아 시절부터 마트·백화점 등 상업공간을 자주 또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문화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이상의 것들을 문화적으로 학습한다. 그야말로 소비자로서의 조기 교육이다. 반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배우고, 시민으로서 참여할 기회를 얻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다. 공영방송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역시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공영 교육방송은 새로운 캐릭터와 상품을 쏟아내고 아이들은 프로그램과 함께 끊임없이 쏟아지는 광고에 노출된다. 이렇게 형성된 또래 문화는 아이들의 일상을 잠식한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자체 모니터링하는 시청자 위원회에서는 만화에 관해 한 번도 심의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교육·선행교육·인지과목 중심의 과잉 교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인데, 거기에 더해 소비자 조기교육까지.

 민주주의 성숙도를 이야기 할 때, 그 사회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민주주의 역사가 길다고 해서 성숙한 민주 사회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나라들은 대체로 일정 기간 이상의 민주주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민주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이 민주 시민으로서 자라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민주주의 역사(민주주의를 배우고 살아 온 세월)를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는 대학 입시를 기점으로 시민의 권리를 부여하는데, 20년 동안 대학입시를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다 대학 입시와 함께 시민의 권리를 기계적으로 부여받았을 때, ‘내 손에 쥐어진 권리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갖는 것인지, 어떻게 써야하는건지, 내 스스로의 판단을 믿어도 되는건지’, 여러 가지로 어렵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민주 시민의 자질과 성숙도는 특정 연령이 된다 해서, 또는 투표권을 획득함과 동시에 주어지는 수동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가정 및 학교·지역사회에서 배우고 실천해가는 일상적인 과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개발되는 역량이다. 고로 민주시민교육은 가능한 어린 나이일 때부터 시작돼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영유아 교육 보육 현장에서부터 민주 시민 교육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어야 한다. 앞선 스웨덴 유아교육에서 언급했듯이, 민주주의 교육의 무대는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공동체, 공동체 대 공동체의 관계이고, 민주 시민 교육이란 교사가 아동을 충분히 관찰하고 적절히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의 보육·교육 현장은 민주주의 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한 구조다. 서울시 발표 기준, 어린이집의 교사(보조교사 포함) 1인당 3∼5세 아동 수는 12명인데 반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스웨덴은 5.8명, 독일은 9.2명, 오스트리아는 9.4명 수준이다.(영유아보육법상 규정된 교사 1인당 아동 수는 초과보육 허용 없이도 만0세의 경우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만 4세 이상은 20명이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국가수준 보육·교육 과정에 맞춰 평가인증을 진행한다. 누리 과정을 포함한 국가수준 보육·교육 과정은 획일적이고 과잉계열화되어 있고 다양한 방식의 교육 철학을 포함하기 어렵고 불필요하게 과도한 서류 업무를 야기한다고 지적 받아왔다. 아동-교사간 시간이 제대로 확보될 수 없는 구조다. 유치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초·중·고등학교 역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별다른 장치가 없었고, 그나마 일회적 시범수업에 그치거나 교사 주도형 수업 위주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2013년 경기교육청이 발간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교과서 발행 소식은 고무적이다. 초등 3-4학년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에 이르기까지 인권·노동·평등·다양성·평화·연대·환경·민주주의·미디어·선거·참여 등 사회의 주요한 쟁점들에 관해 주제별로 생각해보고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러한 교육들이 지역 편차 없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내 민주시민 교육을 의무화 시키는 법안 또는 시행령 개정이 요구된다.

 그 뿐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바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니고 있는 학교, 살고 있는 지역 사회와의 밀접한 연결고리가 마련돼야 한다. 입시 부담에 몰려 수면시간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기존 제도권에서 제공하는 청소년의회 등은 소수를 위한 스펙용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되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교복 입은 시민을 키우는 청소년 의회’를 목표로 진행된 2016년 ‘제1대 금천구 청소년 의회’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금천구를 중심으로 청소년 시민교육과 주말 학교 등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꿈지락 네트워크’가 구내 중·고등학교 자치회를 이끄는 100여명의 학생과 선거방식, 의회구성, 활동 내용까지 직접 토론을 거쳐 기획한 위 행사에서 800여명의 학생들이 투표해 총 4개 정당에서 비례대표로 뽑힌 20명의 청소년 의원을 중심으로 1년 임기의 ‘제1대 금천구 청소년 의회’를 구성됐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부릅니다. 청소년 의원들이 금천구의 교육 부문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 그간의 사업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박석준 대표의 인터뷰다. 해당 단체는 미래 세대들이 모여 놀고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치 실험’의 공간을 그리며, 금천구 독산동의 청소년 독서실을 ‘청년빌딩’으로 새 단장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적지 않은 공동체 지원 사업이 이미 팀을 꾸린(또는 꾸리려고 하는) 이들에게 지원금을 주거나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공동체를 만들어 오면 지원을 해주는 현재의 방식은, 공동체를 꿈꾸지만 이루지 못한 이들보다는 기존에 공동체 활동에 참여했거나 이미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발상을 바꿔보면 어떨까.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선제공하는 방식으로의 전환. 이용 대상자 중 자원자들을 받아 공간 기획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주 이용 대상자와 지역의 특성이 발휘된 마을공용공간이 곳곳에 주어진다면, 지역 내 주민 자치 모임이 만들어지기 쉬울 것이고, 이런 공간과 조직이 중심이 된 시민 참여 활동도 잦아질 것이다. 학교 내 운영위 뿐 아니라 지역 네트워크 안에서의 활동들이야말로 아동·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교과서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서울특별시 교육청 블로그

영유아가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이 자라 성인이 된다.  

민주 시민이 필요하다면,
일찍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시작해
사회 구성원들을
민주 시민으로 앙성해 내면 된다.

그런 체계와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국가가 개인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인권 보호가 아닐까.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주목 받았던 독일의 안나뤼어만. 안나뤼어만의 출현은, 만 18세 독일 청소년에게 주어진 피선거권의 결과가 아니라, 이른 시기부터 시작된 민주시민교육의 열매다. 유·초등 학생때부터 민주시민의 가치를 배우고 경험해 온 아이들이 청소년기 정당 및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며 몸으로 배워 온 민주주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노동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토론문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가정에서, 기관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의 인권이 제대로 확보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게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제도적 변화도 시급하지만, 그 모든 제도가 실효성 있게 구동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다. 이례 없이 과도한 한국 사회의 노동시간은 영유아를 불문한 장시간 보육, 보육교사의 장시간 노동, 낮은 부모 참여 등등의 결과를 파생한다. 부모들이 OECD 평균 수준만큼만 일하게 된대도,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 달라질 것이다. 열린 어린이집을 만들어도 부모들이 참여를 안 하는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다. 각 단위의 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면 부모도,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치를 경험하게 될테고, 그 과정에서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도 강화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지 않던가. 어쩌면 가장 확실한 민주시민교육은 부모들의 일상적인 정치․사회 참여에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가장 시급한건 시간. 노동시간 단축이 아이들의 참여권 증진에 미칠 나비효과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영어조기교육 시기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현 고 2학생 중 만 3세에 영어교육을 시작했단 비중이 3.2%인데 반해, 현재 만5세 유아 중 가장 많은 비중인 27.7%가 만 3세에 영어교육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 “만 3세에 영어교육을 시작한 경우가 10년 사이 9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0세 사교육이란 말이 통용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빼앗긴 자신의 인권이 무엇인지조차 배우지 못한 채, ‘주관적 행복도’최하위, ‘삶의 만족도’최하위, ‘아동결핍지수’최상위의 불명예를 메고 힘겹게 걸어간다. 해맑게 뛰어 놀아야 할 우리아이들이 때론 위태롭게 주저앉는다.

이 엄중한 질문에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무엇을 조기교육할 것인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2017 아동인권보고대회 중 ‘아동청소년의 참정권’ Session 토론문으로 제출함.

*브런치에 업로드 하는 과정에서 각주를 일일이 옮기지 못하고, 각주 내용만 일괄적으로 덧붙임.


 

1) <세션3 : 아동청소년의 참정권>

·목적: 권리주체로서 청소년의 참여권 보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발제1: “청소년 참정권의 의미”(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발제2: “청소년 참정권의 보장방안”(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협약으로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돼 한국과 북한을 포함해 세계195개(2014년 기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홈페이지)국이 비준함. 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의 생명권, 의사 표시권, 고문 및 형벌금지, 불법해외이송 및 성적학대금지 등 각종「아동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으며 협약가입국은 이를 위해 최대한의 입법 사법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음. 협약이 정한 의무에 따라 가입국 정부는 가입 뒤 2년 안에, 그 뒤 5년마다 어린이인권 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함.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그 국가보고서를 심의해 어린이인권 보장의 장애요인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해당국 정부와 함께 모색함. (참조:시사상식사전, 박문각)


3)

 2015년 4월, 관계부처 합동(보건복지부 발행), 아동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제1차(‘15-’19)아동정책 기본계획


4)

 아동 성장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소유상태를 14항목(정기적인 취미생활·스포츠·동아리 활동, 자전거 등 야외활동 장비 보유, 생일잔치·가족행사 등 이벤트 참여, 친구초대 기회, 매일 과일·채소 섭취, 한끼 이상 육류·생선 섭취, 장난감·교육용 실내 활용 도구 보유, 교과서 이외 도서 보유, 하루 세끼 섭취, 가정 내 독서 공간 여부, 소풍·수학여행 등 학교 이벤트 참가, 새 옷 보유, 2켤레 이상 신발 보유, 가정에서 인터넷 활용 가능)으로 구분해 아동자체의 빈곤상태를 측정


5)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습니다.


6)

 해당 기사의 경우, 어린이(만7세-만12세, 주로 초등학생)를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분석되었음


7)

 2015.05.04., 한겨레21, “국가정책 속 어린이는 나라의 찬밥” 어린이만을 위한 아동 예산은 3.6%에 불과, 그나마 발달권 중심으로만 짜여 있어, 어린이 정책을 어린이가 이야기할 ‘참여권’ 보장 필요해


8)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3․ 4차 국가보고서 심의결과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사항,58차 회기(2011년 9월 19일~10월 7일), 유엔아동권리협약(이하“협약”) 제44조에 따라 제출된 국가보고서 심사, 최종견해: 대한민국


9)

 Universal Periodic Review Second Cycle-Republic of Korea 웹 사이트http://www.chchr.org/EN/HRBodies/UPR/Pages/KRSession14.aspx


10)

 인권친화적 학교+너무 운동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2013(‘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연구Ⅳ:한국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국가보고서 권고사항 이행실태’83p,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11)

 ‘스웨덴의 유아교육, 그리고 보육정책의 핵심을 이야기하다’ (인터뷰1. 말뫼대학교 유아교육과 학생 한유정) https://brunch.co.kr/@education/15


12)

 1976년 서독의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교육자, 정치가, 연구자 등이 독일의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정립한 교육지침이다. 이 협약은 다음 세 가지 원칙을 골자로 한다. ① 강제성의 금지(강압적인 교화 교육 또는 주입식 교육의 금지), ② 논쟁성의 유지(수업시간에도 실제와 같은 논쟁적 상황을 드러낼 것), ③ 정치적 행위 능력의 강화(학생 자신의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한 실천 능력을 기를 것) 등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이텔스바흐 협약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13)

 2017.02.01. EBS NEWS, <뉴스G>독일의 어린이 뉴스 ‘로고‘


14)

 반면 호주의 경우 부모역활 웹센터(Rasing Children Network:the Austrailian Parenting Website)를 통해 자녀 연령별 부모 역할 안내 및 부부의 부모 역할 지원시 고려해야 할 정책적 사안을 별도 메뉴로 구성해 제공한다고 한다. 영국 역시 부모센터(www. parentscentre.gov.uk)를 통해 건전한 부모역할을 지원하고 자녀 연령에 따른 필요 정보를 부모에게 제공한다. 대만의 경우에도 가정교육법(Family Education Law, 2003)을 통해 부모교육, 자녀교육, 성별교육, 혼인교육, 한부모교육, 윤리교육, 가정자원과 관리 교육 등을 평생교육기관, 학교, 미디어 등을 통해 교육하고 고등학교 이하의 학교에서는 매학년 정식 과정 외에 4시간 이상의 가정교육과정과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참고:2015년 4월, 관계부처 합동(보건복지부 발행), 아동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제1차(‘15-’19)아동정책 기본계획)


15)

 2017.09.24. 한겨레[토요판], 장하나의 엄마정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가 ‘테레비’ 타령을 시작했다.” ⑭EBS 만화의 차별적 시선


16)

 2017.07.26. 연합뉴스, [국공립어린이집 전환] ⑤ 서울시 "보육교사 1명당 아동수 8명까지 낮출 것",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인터뷰


17)

 (수면시간) 중고생 평균 7시간 28분으로 외국보다 1시간 부족(비교:미국 8시간 47분, 영국 8시간 36분, 핀란드 8시간 31분, 스웨덴 8시간 26분)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18)

 2016.11.17., 중앙일보, “교복입은 시민 키우는 청소년 의회” 시민교육 단체 ‘꿈지락’ 박석준 대표 인터뷰


19)

 2017년 대한민국은 멕시코에 이어 OECD 국가 중 2번째로 최장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천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았다. 이를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38일 더 일한 셈이 된다.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OECD 평균보다 1.7개월 가까이 더 일한 꼴이다.”(인용:2017.08.16., 연합뉴스, “韓 노동시간 OECD 2위…獨보다 넉달 더 일하고 임금은 70%”)

     

20)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4)이 서울·경기 지역 학부모 총 7,628명(유치원생(만5세),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부모)을 대상으로 자녀 영어교육 시작 시기에 대해 진행한 조사 결과, 현재 유치원생의 경우 만 3세, 현 중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현 고등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교육을 시작했다는 응답자 비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 최현주·이슬기(2014), “조기영어교육의 인식실태 분석 토론회 자료집”,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쉽게 말해, 아이들의 영어조기교육시점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21)

 이슬기·홍민정(2017), “과잉학습 규제와 인권 보장을 위한 영유아인권법 제정을 설계한다자료집”,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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