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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태진 Sep 15. 2021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최근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개념 두 개가 있는데 그건 유전형질(genotype)과 표현 형질(phenotype)입니다. 첫 번째 유전형질이란 태아 때부터 부모의 유전자로 물려받은 한 개인의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으로서의 유전적 속성인데 태어난 뒤  이 유전형질이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 발전 그리고 전개되는 인간 및 개인의 속성이 표현 형질이라고 합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중국의 유학자인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고 그 반면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접한 뒤 제 머릿속에 든 의문은 인간이 원래, 즉 본질적으로 선하다면 인간의 역사는 왜 그토록 참혹한 전쟁과 착취와 미움과 시기 그리고 차별로 가득 차 있는지, 반대로 인간이 악하기만 하다면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왜 그토록 인간이 저지른 악행을 비난하고 제거하려는 시도를 했는지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할 때 어느 날 심리 진단학 수업시간에 환경 진단학이라는 학문의 명칭을 접했습니다. 설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인간도 다른 생물체들처럼 외부조건에 반응하는 생명체인데 이를 거찰게 표현하면 자신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기본적으로 타고난 속성들을 바탕으로 외부의 환경에 반응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생명체의 반응 체계는 뚜렷한 한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햇볕을 오랫동안 받지 못하거나 땅이 오랫동안 말라서 수분 섭취가 극도로 결핍되거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양분이 고갈된다면 나무나 꽃과 같은 식물은 천천히 시들다가 더 이상 외부의 열악한 조건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물리적 이치는 인간에게도 거의 똑같이 적용될 텐데 다른 생명체와 달리 인간은 고도로 복잡한 심리적 반응 체계를 갖추고 태어나며 이 심리적 반응 체계를 바탕으로 외부의 물리적 심리적 조건들에 반응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심리적 체계도 뚜렷한 한계치를 가지고 있어서 외부의 열악하고 극심하게 상처를 주는 자극(조건)을 견디지 못하면 심리적 이상 상태, 즉 불안증, 우울증, 강박증, 충동조절 장애 그리고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려는 신경질적인 공격성 등이 발현되고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한국에서 주목받았던, 프로이트 2세대 학자로 꼽히는 아들러의 이론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은 <의지>입니다. 분명히 인간은 처한 외부환경과 조건에 맥 놓고 완전히 종속되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어서 처한 환경이 열악하고 성장이나 발달을 방해하더라도 행복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이른바 역경을 견디거나 극복하려고 애쓸 가능성이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마다 처한 상황이나 기울인 노력과  그로 인해 성취한 결과 등에 따라서 의지의 한계치가 다소 또는 많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의지가 무한하진 않아서 처한 상황과 조건이 그 한계치를 넘어서면 인간은 산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으로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안타까운 현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신체적 성장만이 아니라 정신적 삼라적 안녕과 성장에 우호적인; 즉 도움 돠는 환경이 현실화된다면, 다사 말해서 지금의 열악하고 인간에게 해로운 환경이 조금이라도 좋아진다면 주변 환경의 조건에  자신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수동적일 뿐만 아니라 능동적,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은 전보다는 좀 더 개방된 자신의 건강한 행복 추구에 대한 가능성 때문에 예전의 절망적인 우울함, 무력함, 그리고 그런 자신과 사회에 대한 분노 등으로 인한 자기 파괴적 충동에 더 이상  사로잡혀 질질 끌려 다니는 존재가 아닌 좀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개인이 돨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저의 생각이 지나친 낙관론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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