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공연한 상상을 자주 한다.
쓸데없는 공상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 시대엔 오히려 그런 상상이 병든 구조를 흔드는 첫걸음 아닐까 싶다.
정부는 지방 거점 대학을 마치 숙원사업처럼 밀어붙인다.
그게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분권, 나아가 구조 개혁의 시작점이라는 데서 눈길이 머문다.
쪽지 예산.
그 단어가 지닌 반칙과 비리와 편법의 냄새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안엔 절박한 지역사회의 목소리도 있었을지 모른다.
개인의 안위만을 위한 비겁한 계산이 아니라,
‘없는 곳에 예산이 간다’는 원칙이 숨겨진 희망이었을지도.
그럼에도 더는
쪽지를 내밀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규제와 예산의 억압 없이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일이 스며드는 세상.
그런 나라, 그런 교회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이 상상에서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온다.
평생교육.
가르침은 한순간에 끝나지 않고,
믿음은 나이와 형편을 가리지 않는다.
권위를 뿌리 뽑으러 오신 그리스도의 성심을 생각하면,
이 시대에 사이버 가톨릭대학교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은
아이러니를 넘어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몸이 불편해 이동이 어려운 이들,
육아와 생계로 시간에 쫓기는 신자들,
늦은 밤 묵주를 잡고 묻는 사람들.
그들은 여전히 배움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갈증은 계속된다.
상상해본다.
장애학과, 기후과학과, 노동과 사회정의,
특수사목학과, 가정과 생명윤리.
지역 성당과 연계된 온라인 신학과정,
오프라인과 섞인 순례형 수업.
사이버 가톨릭대학교.
이것은 단지 지식의 축적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삶과 기도와 연대를 배우는 교회 안의 또 하나의 장.
성당, 모든 문턱을 없애는 세상의 불!
이 상상이
현실의 골조로 자라날 수 있을까.
아니, 자라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