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요즘 나의 머릿속은 공방 창업으로 가득하다. 당장 오프라인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보는 것마다 공방과 관련을 두고 생각한다. 요 며칠 신랑 휴가 차 친정과 시댁이 있는 군산을 다녀왔다.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대학교 때 아빠 고향인 군산으로 이사를 갔다. 친정만 군산일 뿐 군산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에 비해 신랑은 군산 토박이다. 그런데 상황은 나와 별다를 바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 군산에 살았지만 성인이 된 후로 서울에 살아서 군산 곳곳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항상 군산을 가도 우리 가족은 집 밖으로 도통 나가지를 않는다. 외출해봤자 근처 마트나 집에서 가까운 3.1 운동 100주년 기념관 산책이 전부다. 초, 중, 고를 군산에서 나온 신랑은 친구를 만나러 갈 법도 한데 다행히(?) 그러지도 않는다.
우리가 군산에 내려갔을 때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그림책 책방 투어를 하고자 하는 나는 이번 방문 역시 전주에 있는 그림책 책방을 다녀올 목적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군산에 있는 동안 매일 확진자 소식이 들려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전주까지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아무 데도 나가지 않겠다 선언했다. 원래 계획은 제주도 여행이었기에 신랑은 무언가 몹시도 서운했나 보다. 방송에 출연한 분식집이라도 다녀오자며 우리를 이끌었다. 사람이 많으면 포장해와야지 싶었는데 점심시간도 비껴갔고, 평일이라 그런지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우리가 간 곳은 영화동이라는 곳이었다. 근대화거리라 불리는 여행객들이 자주 오는 관광지였다. 일제시대의 모습이 많이 남겨진 상태라던 군산의 모습을 새롭게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온통 목조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을 하여 커피숍, 또는 디저트 카페,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해 있었다. 곳곳에 현재 살고 있는 가정집도 섞여 독특한 어울림이 느껴졌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초원 사진관도 보였다. 이리 가까이 있는 것을 단 한 번도 올 생각을 못했다니! 한옥을 좋아한다 생각했던 나는 오늘 정확한 취향을 알게 되었다. 내가 목조건물과 기와를 좋아한다는 것. 한옥과 비슷하지만 꼭 한옥이라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나의 오프라인 공방은 이런 분위기였음 좋겠다며 보는 곳마다 소리를 꺅꺅 질러댔다.
작고 아담하지만 따뜻한 공간. 상업성보다는 내 쉼터이자 작업실이 먼저일 공간. 당당하게 지금은 작업 중이라 오픈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걸어두고 나 홀로 온 우주를 맞이할 시간. 이것이 내가 꿈꾸는 공방이다.
망하기 딱 좋은 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