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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Nov 30. 2020

공간의 욕심

욕망인가 필요인가


어제 큰 맘먹고 작업방을 치웠다. 책장에 그동안 사고 쌓아두기만 했던 그림책을 정리하려는데... 맙소사! 들어갈 공간이 없다. 이미 책이며 칼림바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의 소중한 그림책을 겹겹이 쌓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또 오프라인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나는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다. 통유리의 창문에 햇살이 잘 들어오는 깊은 우드 톤의 작업실. 나는 공방이 필요한 것인가, 작업실이 필요한 것인가. 아무나 지나가면서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가,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가. 보통 공방이라고 한다면 물건을 만드는 곳,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무엇을 만드는 곳인지 궁금한 마음에 들어와 볼 것이다.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 무엇을 가르칠 건데? 무엇을 만들 건데? 그림책 공방이라고 하면 그림책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쩐담, 당장 그림책을 만들지는 않을 텐데. 내가 만드는 수많은 작업들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 햇빛이 잘 들어서 자연광에 어여쁜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곳. 누군가 찾아오고 싶다고 할 때 안내할 수 있는 곳. 그림책 테라피를 오프라인으로 할 때 모일 수 있는 곳. 주거 공간과 작업 공간이 분리될 수 있는 곳. 나만의 공간. 이것들이 내가 꿈꾸는 공간이다. 지극히 개인적이지 않은가. 이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까?



서점일지, 공방일지도 고민되는 문제다.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곳이 따스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욕심이고 허영인 것은 아닐까? 그나저나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공간을 계약하게 되면 계속 유지는 가능할까? 사업자를 내면서 모든 것이 사업자 마인드로 세팅되었듯이 공간이 생기면 또 생각이 바뀌게 될까? 하루에 몇 백명의 확진자가 생기고 조용했던 동네에도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로 불안에 떨 때 공간의 욕심만으로 계약을 해도 되는 걸까? 가장 중요한 것! 계약할 돈은 있는가? 6개월 동안 버틸 수 있는 유지비는 있는가? 나는 지금 욕망에 휩싸여 있다. 현실적인 뇌로 재부팅이 필요하다.



우리 아파트 상가에 매물이 딱 하나가 남아 있다. 2층으로 이루어진 8개의 매장 중에 2층 안 쪽 끝 매장이 오래도록 비워져 있다. 나는 그 공간이 마음에 든다. 월세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3년 된 신축건물에 오래도록 비워져 있던 것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워 아이들을 언제든 케어할 수 있고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면 출근 시간도 짧아서 좋다. 일이 많으면 늦게까지 작업을 해도 부담이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편하다. 크지 않은 공간이라 관리하기도 쉽다. 쓰다 보니 더 들어가고 싶네. 그러나 다른 곳보다 비싸지 않은 월세이긴 하지만 수입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매달 월세를 내는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 오프라인 매장을 낼 생각이었다. 신랑 또한 월세와 관리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보증금은 해결해 준다고 했다.



쉐어 공방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처음 유지비가 부담이 되어 쉐어 공방을 하게 되면 장점이 많을까, 단점이 많을까? 둘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손님이 오게 되면 어떻게 하지? 시간을 조절해야 하나? 함께 있어서 도움이 되는 업종이기는 할까? 내가 공간을 갖고 싶은 것은 욕망인가, 필요인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니 내년 6월 안에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지금 당장!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기에 더 욕심이 나고 더 갈망하게 된다. 그래서 어제 작업방을 공방인 듯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청소했는데 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 많은 물건들을 매장으로 옮기는 것도 일이겠다.


지금, 매장을 계약하는 건 미친 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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