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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Jan 11. 2021

나를 옭아매는 몸뚱아리

살려달라는데 돌아볼 여유가 없다.

1월의 시작이 벌써 중반을 달려가고 있다. 여느 때처럼 한 해의 시작은 본가에서 이루어지기에 남들보다는 조금 더딘 새해를 맞이한 탓일까. 첫 1주일은 집에 돌아와 다시금 일상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집이 그 사이 남의 집이 된 기분이었다. 1월부터 새로 시작하는 많은 프로젝트와 읽어야 할 책들, 서평단 책들을 정리한 후 만들어야 할 샘플들을 나열하고 보니 머리가 아찔해졌다. 이 많은 것들을 내가 다 할 수 있을까? 1월에만 마감되는 강의가 2개인데 아직 첫 강도 듣지 않았다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나는 왜 이리 욕심을 부리며 놓치지 않으려고 움켜쥐고 있는 것인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나서인지 부담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글 한 문장,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혼자만의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혼자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오죽하면 꿈도 잘 꾸지 않는 내가 꿈속에서 해야 할 일을 또 정리하고 있을까. 주말에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월요일부터 잘해야지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이 되었다.


사실 몸이 힘들어하는 신호는 어제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주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새벽 5시 기상을 고수하는 중이다. 어제도 어김없이 5시에 일어났는데 온 몸이 퉁퉁 부어 손가락 하나 들기도 힘들게 느껴졌다.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며 새벽 루틴을 마쳤다. 다른 업무 좀 하려고 하니 둘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귀엽지만 엄마 껌딱지인 녀석은 엄마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푹 자주는 적이 없다. 투덜투덜 침대에 가서 몸을 눕힌다. 아이가 낑낑대고 울어도 아빠와 큰 아이는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다. 아이의 옆에 몸을 눕히는데 온 몸이 떨려옴이 느껴졌다. 아침 7시. 새벽 5시에도 느끼지 못했던 추위를 느끼며 나는 이불속으로 깊이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오후 1시가 되어야 눈을 떴다.






이상하리만큼 잠이 쏟아졌다. 책을 들어도 졸리고 고개는 뒤로 젖혀지지 않으며 아이를 재운답시고 내가 잠들어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동안 아껴두었던 잠이 다 쏟아진 거라고 해도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양 팔은 항상 앞으로 향해 무언가를 만들거나 타자를 치고 있고 그것도 아님 위로 올려 누워서 핸드폰을 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어깨에도 무리가 가고 두 팔은 마동석 팔 못지않게 딴딴해져 가고 있다. 원래도 움직임이 없는 내가 코로나로 집 밖을 나갈 일이 없자 내가 움직이는 시간은 하루 30분이나 될까 싶다. 하루 물 한 잔 들이켤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딱 1박 2일만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지내고 싶다고 신랑에게 말을 하니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 내내 몸이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아서 신랑이 집안일을 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불어난 체중만큼이나 나의 남은 날들을 갉아먹고 있을 터이다. 새해가 되면 항상 올해의 계획 중에 하나로 운동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가장 지켜지지 못한 계획으로 연말에 또 인사를 나눈다. 숨 쉬는 게 불편할 정도라고 하면 고통이 느껴질까. 몸의 신호를 알아채면서도 어찌할 방법을 알지 못하겠다. 여전히 몸보다는 일을, 아이들을 우선순위로 두는 미련 곰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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