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憧憬)과 할슈타트 ①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시절, 책상 앞에 있던 창문 바로 위에는 네댓 장의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외국의 풍경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맨해튼의 마천루 사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고, 바다 쪽으로 길게 휘어진 야자수가 오른쪽 가장자리에 있었던 사진 속 해변의 국적은 기억나지 않는다. 두 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진들은 기분에 따라 수시로 교체되었을 것이다. 게시의 목적은 단기와 장기로 나뉘었다. 당장은 대학 합격을 위해서. 책걸상과 한 몸이 되어 웅크리고 문제와 씨름을 하다 기지개를 켤 겸 허리의 시위를 뒤로 당기면 천장 바로 아래 사진들이 보였다. 낯선 곳이 무작정 좋은 입시생은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그러니까 창문 위 사진들은 떨어지는 공부 의욕을 제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평형추였다. 더 먼 앞날의 목적은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도 있던 것이었다. 언젠가 저 사진들 속 장소를 빠짐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고 말겠다는 결심용 게시. 세상 안의 이상향들을 순례하려면 그에 걸맞은 직업이 필요하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한 발짝씩,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할 거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