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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연하게 Nov 18. 2022

익숙한 낡은 집 - 2


꿈에서 깨어났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시야는 아무것도 잡아내지 못한다. 홀로 어둠 속에서 잠재된 의식 속에서 뻣뻣하게 경직된 몸을 느낀다. 끝을 보지 못했다는 찝찝함이 남았지만, 이 모든 게 다 꿈이라는 사실은 큰 안심이다. 이제 다시 그에게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식은땀으로 젖은 몸을 겨우 느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살기 위해 발버둥 친 정신적 소모가 모두 허구였다는 게 스스로 바보 같이 느껴져 허탈하기도 했다.   

  

휴대폰 액정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깊은 새벽이지만 곧 도시에 푸른빛이 드리울 시간이었다. 악몽 탓에 잠을 설쳐 피로가 가시진 않았지만 잠을 자기에도 애매하다. 다시 악몽을 이어서 꿀 위험도 있어 수면 대신 냉수로 쓰린 속을 달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는데, 과거의 우울은 내 곁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지긋지긋하다 못해 진절머리 나는 과거의 감정이 내 몸과 마음을 잠식하기 전, 나를 긍정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친구들과 잡담, 뜨개질, 산책, 독서, 영화와 드라마 감상…….

별것 아닌 일들이 텅 비어있는 몸을 발끝부터 차곡차곡 채워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만든다. 결여됐던 감정이 다시 차올라 넘실거린다.     


“시작은 좋지 않지만, 오늘도 웃으면서 보내야지.”     


모두가 잠들어 있을 조용한 고요 속에 나직이 내뱉어 본다. 스스로 하는 다짐 같은 말이다. 이상적인 가정의 테두리에서 자라지는 못했지만, 그 덕에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익혔다. 이렇게 일어서는 법을 익히기까지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울었는지 모른다. 참 미련스럽게도 내 발로 구덩이에 빠져 자신을 상처 입히기도 했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동경하던 행복이 사실 조금의 여유로 손쉽게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북이처럼 답답할 정도로 느렸지만, 결국 꾸준히 걸어온 덕에 여기까지 겨우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이젠 고난 앞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것에 요령까지 생긴 지금, 과거의 기억과 대면하여 좀 더 가볍고 행복한 삶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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