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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보내줘야 새로 온다

Revised on Oct 24, 2021

나의 고무나무가 하엽을 준비하고 있다.


키우는 식물의 아래 잎이 갈색이 되어 떨어지는데 문제가 뭔지 모르겠다며 주변 지인들이 물었다. 물론 식물마다 원인은 다를 수 있어 사진을 본 후 답변을 해주는데, 대부분의 원인은 맨 아래 헌 잎이 지는 것들이었다. 이를 ‘하엽(식물의 가장 아래 잎) 지는 것’이라 한다. 


나의 상처많은 고무나무가 하엽을 준비하고 있다.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인지라, 시들고 자연스레 죽는 잎이 생긴다. 가을이 되면 여름에 새파랗던 잎들이 낙엽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지듯이, 실내 식물들도 먼저 나온 잎들은 먼저 시들어 떨어진다. 이렇게 하엽을 보내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새 잎이 올라온다.


나는 이렇게 하엽이 질 때마다 새 잎이 나오겠구나 하면서 설레다가도, 괜히 이 하엽과 헤어지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저 하엽을 보내주지 않으면 식물은 하엽도 유지하며 새 잎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자체로 힘들 뿐만 아니라, 새 잎에 가야 할 영양이 부족하여 건강하지 못하게 성장할 것이다.


결국은 보내주어야 한다. 싫다고 억지로 잡아둘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은 나의 욕심이다. 보내줘야 나의 고무나무는 새 잎을 내어 자신의 키를 키우고, 더 크고 멋진 잎을 펼칠 수 있다.


하엽은 보기에도 힘이 없다. 색이 바래고 곧 떨어질 것같이 아슬아슬하다. 힘에 겨워 보여 손으로 떼어주려 하니,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이 툭하니 떨어진다.


너무 쉽게 떨어져 버렸다.


하엽을 보내고 하루가 다르게 새 잎을 올려주는 나의 고무나무


하엽이 떨어진 후 식물은 이제 더 이상 하엽에 영양을 보내지 않아도 되어 그 힘으로 바로 새순을 올린다. 아마 떨어진 하엽도 저 새순처럼 반짝이고 여린 모습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하엽이 지는 순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고무나무가 성장할 수 있도록 고무나무의 가장 아래 자리 잡아주었다.


슬프지만 보내줘야 새로 온다. 


그것이 사람이던, 미련이던 혹은 기억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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