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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시멘트 사이로 피어난 꽃

Revised on Oct 24, 2021 

하남 농장에서 편하게 자라고 있는 아레카야자 (사진: 나)


이제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야자들. 우리는 도시 한가운데에 살면서도 이제 언제 어디서나 태평양 한가운데 휴양지에 온 듯 야자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야자를 보며 주변 지인 야자 농장에서는 야자는 물을 적게 주고 스트레스를 주면   자란다고 하더라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간다.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살아남으려 물을 저장하려는 능력이 강해진 것이 선인장들이고, 해가 부족한 곳에서 태어나 악착같이 살아남은 식물들이 음지식물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인장에게 물 주는 것을 게을리하여도 오래 키울 수 있고, 고맙게도 해가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초록의 생명을 감상할 수 있다. 


야자를 오래 키웠다는 그분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나름 저 방법이 그분의 노하우(know-how)이자 야자를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준 따듯한 조언일 것이다.


사람들은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이제는 행복도 돈으로   있다고 말한다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그러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하지만 아무리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더라도 돈과 관련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행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데 스트레스받아 몸과 정신이 힘들어 행복하지 않아 한다.


돈이 행복의 척도라면, 부유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없고 마냥 행복해야 한다. 전혀 아니다. 그들은 가진 것을 잃을까 항상 불안해한다. 그리고 돈으로 산 행복은 사실 오래가지도, 진실되지도 못하다. 이것은 내가 직접 본 사실이다.


악착같이 살아보았는가. 어쩔 수 없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강해져 본 적이 있는가. 가족에게도, 몇십 년 된 친구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심지어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인터넷에도 차마 꺼내지 못하는 상처가 있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 슬픈 장면들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장면들을 직접 경험해 보았는가.


그래서 나라면 일부로 스트레스를 주어 강해지게 하라는 말은 못 할 것 같다.


우리 주위의 식물들은 악착같이 살아남은 식물들이다. 인간에 의하여 원래 서식지인 곳에서 옮겨져 오고, 좁은 화분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운이 나쁘면 평생 신선한 공기도, 빗물도 한번 맞아보지 못한 채 말라죽거나, 곰팡이가 피어 죽는다.


그래서 말도 못 하고 도망도 가지 못하는 식물들이 안쓰럽다. 길을 지나가다 물이 고픈데 말을 못 해 말라죽어가는 식물들을 보면 슬프다. 이미 죽은 식물을 보면 차라리 낫다. 내가 이미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강하다는 말은 긍정적인 말이다. 그렇다고 약하다는 반대말도 아니고 부정적인 말도 아니다. 식물도 사람의 삶도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인데, 거기에 스트레스까지 주어가며 강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따듯한 곳에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야자와는 반대로, 세상 한가운데 시멘트에 떨어져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길을 가다 이렇게 시멘트 사이나 아스팔트 사이로 자란 꽃들을 보면 기특해서 울컥한다.


꽃이 지고 남은 자리에는 씨앗이 생긴다. 이렇게 다시 싹을 틔울 씨앗들은 양지바르고 비옥한 토양으로 자리 잡을 것을 한껏 기대했을 텐데, 결국 안착한 곳은 뿌리내리기 불가능해 보이는 갈라진 시멘트 사이다. 이 씨앗은  아무도 모를 차가운 구석자리에 떨어져 버렸다. 발이라도 달렸으면 조금만 더 옆으로 가 때 되면 물도 주고 영양제도 주는 화단으로라도가고 싶을텐데, 저 씨앗은 그럴 수가 없다. 딱딱한 시멘트 사이에서 비가 귀한 봄에 내리는 봄비를 한 방울이라도 더 저장하여 싹을 틔운다. 그리고 또 버티고 버틴다.


꽃이 피기까지 식물은 엄청난 에너지와 영양,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멘트 사이에 자리 잡은 꽃 씨앗은 가끔 내리는 단비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틴다. 그리고 기특하게도 이 꽃씨앗은 회색 빛 시멘트 사이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아름다운 노란색 꽃을 피워 나의 발길을 잡았다.


가드닝을 시작하니 그 과정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러니 저 꽃의 일생이 너무 안쓰러워 사진도 찍고 가만히 오래 쳐다도 보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버틴 저 꽃이 지면 생길 씨앗들은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사이가 아닌, 가장 비옥하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길 바랬다.


시멘트 좁은 틈 사이로 꽃을 피워 이렇게 오랫동안 잊지못할 감동을 준 저 꽃의 씨앗들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 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노란 꽃이 되길 바란다. 


이 꽃이 사람이라면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고 꼭 안아주며 말해주고 싶다.


너는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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