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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섭 Jul 07. 2021

덕천강을 건너다

아홉 번째 이야기-지리산권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 하동 북천면~산청 단성면

[배토재. 하동군 북천면과 옥종면의 경계를 이룬다. 낙동강과 남해의 수계를 가르는 '낙남정맥' 상의 고개이기도 하다]


조용섭의 지리산이야기<38>지리산권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7)

하동 북천면 화정리~ 산청 단성면 창촌리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6월의 마지막 주말, 경남 하동군 북천면 화정리로 향했다. 이번 구간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는 화정마을 입구에서 옥종면으로 들어선 후, 진주시 수곡면 원계리 - 산청군 단성면 창촌리 금만마을로 이어진다. 약 19.3km에 이르는 거리로, 금만마을회관은 장군의 유숙지로 고증되어 있는 남사마을(이사재)에 약 5km 못 미친 지점에 있다. 북천면과 옥종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토재(배토재)는 낙남정맥 산줄기 상의 고개로, 낙동강과 남해로 흐르는 물길의 분수령이 되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곳을 지날 즈음은 음력 6월 1일, 양력으로는 7월 14일이 되는 한여름의 날로, 장마가 한창이었던 듯하다. 하동현청을 출발하여 단성 유숙지에 이르는 이날의 일기를 보자.     


6월 1비가 계속 내렸다일찍 출발하여 청수역 시냇가의 정자에 이르러 말을 쉬게 하였다저물녘 단성 땅과 진주 땅의 경계에 사는 박호원의 농사짓는 종의 집에 투숙하려는데주인이 반갑게 맞기는 하나 잠자는 방이 좋지 못하여 간신히 밤을 지냈다비가 밤새도록 내렸다.(하략)[난중일기/노승석 역]     


화정마을 입구에서 백토재를 넘어 청수역이 있었던 옥종면 정수리 청수마을로 가는 길은 1005번지방도(옥단로)로 이어진다. ‘청수’ 버스정류장이 있고, 백의종군로 안내표지석이 서있는 곳에는 ‘북방천’이라는 이름의 개울이 흐르고 있다. 장군은 이곳 어딘가에 있었을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며, 말도 쉬게 하였을 것이다. 백의종군로는 이곳에서 1005번 지방도와 헤어지고 오른쪽 옥산서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를 배향하고 있는 옥산서원 앞을 지나면 이내 영당마을회관 사거리를 만난다. 이곳의 길 안내 표지석에는 합천으로 향하는 길 외에 ‘노량’ 방향 화살표가 새겨져 있다. ‘세종태실로’라는 이름의 이 길은 사천시 곤명-곤양으로 이어지는데, 합천에서 백의종군 중이던 장군이 칠천량해전 패전 소식을 접한 후, 남해안 연안의 전황을 살펴보기 위하여 다녀오는 길이다. 백의종군을 하기 위해 합천으로 가는 길은 정면으로 나있는 동곡길로 향한다. ‘지족당 조지서 묘비’ 입구와 동곡교를 차례로 지나면 ‘산길구간’ 백의종군로 안내표지석 앞에 이른다. 곧게 뻗은 포장 농로를 약 300여m 진행하면 삼거리를 만나는데, 길 안내 표시가 전혀 없어 당황스럽다. 이곳에서는 왼쪽의 외딴집을 지나 오른쪽 야트막한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른다. ‘산길구간’이라고 하지만, 시멘트포장임도로 나있는 길이다. 언덕을 넘으면 넓은 들판과 대형 축사가 들어서 있는 한적한 농촌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 농로를 에돌아 축사 뒤로 난 길을 거쳐 후평마을회관에 닿으면, 1014번지방도(옥수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백의종군로는 약 700m 거리에 있는 산길구간 안내 표지석에서 좁은 마을길(개고개길)로 이어진다. 법대마을회관을 지나면 길은 좁은 시멘트포장임도로 바뀌며 대숲 사이로 들어서는데, 고개를 넘자 병촌리의 넓은 들녘풍경이 활짝 열린다. 이 두 곳의 산길구간은 걷기에 힘든 곳은 없으나, 마을길을 잇는 길 안내가 잘 되어있지 않으니 진행에 주의를 요한다. 


[옥산서원. 고려말 충신 정몽주를 배향하고 있다]

     

고개를 내려서서는 덕천강 지류인 하천 오른쪽 강변길로 진행하여 산성교에 닿는다. 백의종군로는 다리를 건너 딸기농원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사잇길을 따르다가, ‘병천마을’ 마을표지석이 있는 사거리에 닿는다. 사거리에서는 오른쪽 덕천로를 따르는데, 약 3km 남짓 진행하면 덕천강을 가로지르는 문암교를 만난다. 이곳에는 이순신 장군이 노량을 다녀온 후 여러 지휘관들과 회의를 하던 ‘강정(江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문암교를 건너면 진주시(수곡면 원계리)의 관할로 들어서며 오랫동안 걸어왔던 하동의 땅과 헤어진다. 


[덕천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문암교. 현재는 덕천강을 경계로 하동 옥종면과 진주 수곡면으로 구분되나 예전에는 이곳 모두 진주에 속하였다]


덕천강은 지리산 동부 산자락 골골의 물길이 모여 흐르는 강으로, 남명 조식 선생의 체취가 깊게 서려있는 강이다. 백의종군로는 삼거리에서 왼쪽 단성 방향으로 향한다. 표지석 오른쪽으로 나있는 ‘손경례가(家)’ 등의 안내 표시 역시 장군이 노량을 다녀와서 머물던 곳들이다. 길은 이내 산청군 단성면으로 들어서며 지리산고등학교와 주유소 삼거리를 차례로 지나, 창촌리 금만마을 입구로 이어진다. 약 500m 마을길을 걸어 금만마을회관에 도착하며 답사를 마친다. 휴식시간 포함 약 6시간 30분 소요되었다. [2020년 6월 답사]   

글,사진/조용섭/협동조합 지리산권 마실/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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