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컸네 아가들, 우리의 첫 번째 럭키

by 초율

이른 새벽, 조용하고 빠르게 짐을 챙겼다.

나루와 바다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면서도 제 몫의 가방을 챙겨 문을 나선다.

현관문을 닫기 전, 텅 빈 거실을 향해 마음속으로 짧은 인사를 건넸다.


"잘 지내고 있어."


운전을 해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

나루와 바다도 살짝 긴장해 보였지만 눈을 감고 조용히 자거나 핸드폰을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쉬고 있었다. 아이들을 살피려 고개를 뒤로 돌릴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좁은 뒷좌석에서 길게 뻗은 다리는 어느새 앞 좌석에 닿을 듯하고, 창문에 머리를 기댄 아이들의 실루엣에선 더 이상 어린아이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부피가 차 안을 꽉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이제 나보다 더 큰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집 신체적 최약체가 된 나는 어쩌면 아이들에게 챙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다 컸네, 아가들.’ 속으로 가만히 되뇌어본다.


공항에 가까워 올수록 차창 밖으로 해가 서서히 떠오른다.

붉고 환한 해가 떠오르면서 그 앞으로 비행기들이 겹쳐 보였다.

저 멀리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거나, 부드럽게 내려앉는 비행기들이 보였다.

저 안에도 우리 같은 누군가가 타고 있겠지. 내리고 타는 이들이 모두 안전하기를, 그리고 곧 떠날 우리도 무사히 도쿄에 도착하기를 기도했다.


이번 여행은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 짧은 여행 준비 기간이라 주차 예약이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가기로 했다.

남편은 우리를 출국장에 먼저 내려주고 혼자 먼 외곽 주차장으로 떠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항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거짓말처럼 지상층에 빈자리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대박! 진짜 럭키다!"


남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주차를 바로 해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족들의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새벽의 피곤함 대신 기분 좋은 웃음이 차 안을 채웠다.

시작이 좋다.

이번 여행,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넷이서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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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를 수하물로 보내고 스마트 체크인을 마쳤다.

몸이 가벼워지니 이제야 여행이 실감 났다.

하지만 출국 심사대 앞에 서면 나는 여전히 작아진다.

아무런 죄를 지은 게 없는데도, 혹시라도 내 가방 안에서 뭔가 잘못되어 경보음이 울리지는 않을까.

보안 요원이 나를 따로 불러 세우지는 않을까.

그 쫄깃하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검색대를 통과한다.

차례대로 통과해 면세 구역에서 만나면, 먼저 들어와 기다리던 가족들이 보인다.

그 짧은 헤어짐 끝에 만나는 얼굴들이 새삼 너무 반갑다.

남편이 1번으로, 내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우리 가족만의 순서.

그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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