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보면서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 백세희 작가의《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이 어떤 배경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소개해볼까 한다. 저자는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어왔다. 이러한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과 감정을 치유하고자 정신과 전문의와 만나서 나눈 6개월간의 대화를《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 담아내고 있다. 책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와 대화는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의 독자들 대부분이 20~30대라고 보면 작가의 모습이 그 나이 또래들에게 먹혔다고 본다.
이 책을 눈여겨보아야 할 또 다른 특징은 ‘독립출판물’이라는 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텀블벅이라는 북펀딩을 통해 1,500만 원을 모아 책을 냈는데 많은 인기를 끌자 1인 출판사 사장이 빠르게 출판을 의뢰했고 정식 출판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2018년 6월에 출간됐는데 벌써 11쇄를 찍었고 몇 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가 이 책 하나만은 아니다. 현재 출판계에 불고 있는 현상이다. 현재 출판계는 독립출판, 독립서점, 독립출판물, 독립잡지 등 범독립출판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
독립출판의 정의는 무엇인가? ‘독립’의 사전적 개념은 여러 가지이지만 독립출판에 적용할 수 있는 사전적 의미는 ‘다른 것에 의존하는 일 없이 독립해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독립출판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디출판’, ‘자주출판’, ‘1인출판’, ‘자비출판’, ‘개인출판’, ‘셀프퍼블리싱(self-publishing)’ 등이 있으며 출판 콘텐츠를 개인이나 소규모로 책을 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책은 책이 아니다(꿈꿀 권리)>에서) 또한 독립출판은 독립출판사, 독립서점, 독립잡지 등 다양한 형태가 있고 관련 축제도 있다. 다시 말해 독립출판이란 일반인 혹은 전문 작가가 POD 방식과 같은 인쇄방식을 활용하여 메이저 출판사나 대형 서점을 통하지 않고 출판물을 유통하는 방식의 출판을 일컫는다.
평균적인 독자를 겨냥한 대량 출판과 유통, 일정량의 판매를 보장하는 유명 저자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 책 제작 기간의 단축을 위한 분업 제작 시스템, 홍보를 위한 촉진 활동의 최적화 따위를 기성출판의 속성이라 한다면 독립출판은 대체로 그 상대적인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수 독자를 위한 소량 출판과 소규모 개별유통, 이상이나 취향을 기초로 한 출판, 기획과 편집․디자인․제작의 일원화 등이 가장 큰 특징에 속한다.
독립서점은 대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을 말한다. 흔히 중소형 서점, 지역서점, 동네서점, 작은 책방 등으로 불린다.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 서점이 타격을 입었다. 당일배송, 할인 판매 등의 서비스가 이뤄지다보니 굳이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며 오프라인 서점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996년 5,378개였던 전국 오프라인 서점의 수는 2015년 1,559개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동네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개성과 전문성, 소비자와의 소통 등을 내세워 대형 서점을 찾던 소비자들의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서정가제의 시행이 한 몫을 했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며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들의 자본을 앞세운 대규모 할인이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동네서점들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SNS가 발달하면서 특이하고 재미있는 장소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동네서점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또 동네서점들은 대형 서점과 달리 번화가, 중심가에서 벗어난 작은 골목 등에 위치해 있지만 스마트폰만 있으면 위치 정보도 바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2015년 9월 1일 전국에 70군데 정도였던 독립서점은 2017년 7월 말 현재 257군데로 늘어났다. 동네서점 지도에 등록된 총 277개 독립서점 중 현재 운영 중인 책방은 총 257곳(92.8%)이다. 지난 약 2년간 폐점 및 휴점한 서점은 7.2%(20곳)으로 개점 1년 이상 운영 중인 서점은 73.6%(204곳)로 나타났으며, 2017년 개점한 독립서점은 31곳(19.1%)으로 한 주에 약 1개꼴로 개점한 셈이다. 독립출판 및 독립서점의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독립출판, 독립서점은 이 시대의 현상인가? 아니면 하나의 트렌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렌드가 아닌 문화현상이다. 문화흐름으로 봐야 한다.
독립출판은 출판의 패러다임을 저자-출판사-독자에서 저자-책-독자로 바꾸었다. ‘책’을 내는 접근성이 쉬워졌으며 ‘책’을 만드는 욕구가 커졌다. 이런 풍조를 불러온 데에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각종 SNS, 브런치, 유튜브, 팟캐스트 등 플랫폼의 다변화, 다양화, 접근 용이성 같은 변화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지금 모바일상에는 무수히 많은 자기표현의 공간이 존재한다. 마치 방송을 하듯 개인이 특정 주제에 대해 일정 시간 설명하는 음성이나 영상 등을 올리는 것도 콘텐츠 영역으로 보면 일종의 디지털 글쓰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독립출판의 성공 키워드는 '공감' '일상성' '소통'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인다. 대부분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남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걸로 만족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들어 있다. 소통하고 싶은 자기표현의 글쓰기가 책쓰기로 이어지고 독립출판이라는 양식과 만나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즉 그들에게 책은 또 하나의 채널이다. 더 이상 책은 출판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출판사가 의뢰하거나 출판사에 투고해야만 책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제 책 출간은 더 이상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하나, 독립출판물에 있어 필요한 성공 키워드는 ‘공감’임을 알 수 있다. 좀 더 덧붙이자면 ‘일상성’,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역시 절대적으로 공감이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어느 기자의 인터뷰 글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공감’에 있음이 드러난다. 우리가 못 본 척하거나 감추고 사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풀어서 분석하고 도움을 받으니까 독자들로 하여금 상담을 받고 위로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다.
한편 독립출판과 함께 독립서점의 등장은 동네의 소규모 서점문화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마니아들을 많이 모으고 있다. 동네서점들은 소설, 여행, 그림책, 중고서적 등 장르별 특화 서적을 내세워 비슷한 취향의 고객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나 책바(bar), 음악과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 겸 서점 등 작지만 복합적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작가들을 초대해 소규모 낭독회를 진행하거나 서점의 운영자가 중심이 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고객들과 모임을 만들며 활동하기도 한다.
독립출판물의 모습은 독립서점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야 할까?
독립서점은 대부분 영세한 동네서점들이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들과의 가격·이벤트·보유 서적 수의 경쟁에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며 찾은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독특한 운영방식을 선보인 동네서점을 ‘독립서점’으로 부른다. 또는 주인이 자신의 개성을 살려 특정 분야의 책을 잘 골라놓는다고 해서 ‘큐레이션 서점’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이렇게 동네서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소통과 휴식, 아날로그적 감성과 힐링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서점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책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서점 주인의 독특한 분류에 따라 정성 들여 고른 책들로 구성된 서점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독립서점은 서점을 방문한 독자들한테 편리나 재미, 의미 등 어떤 추가 경험을 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독립서점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독자와 지역과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책을 매개로 한 문화적 가치를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쳐지나가는 트렌드에 불과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독립출판, 독립서점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첫째, 창작자에 대한 비용 지원도 있을 수 있다. 창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로 인한 생활면에서 도움을 지원을 할 수 있는 구체적 안들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개인적인 글로 쓰고 독립출판을 하다 보니 원고 함량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읽는 독자가 판단할 수도 있지만 쏟아져 나오는 출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독립출판물이 보이는 공간이 독립서점으로 이어지는데 더 넓게 책과 공간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책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나아가 지역 속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 공간, 일곱 빛깔 이야기>는 (사)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소속 필진 7명이 함께 써가는 매거진입니다. 매주 1회, 최신의 문화콘텐츠와 트렌드를 색깔있게 소개하고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