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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Feb 07. 2020

중국 IP 영화산업의 저작권 문제

-<삼생삼세 십리도화>를  중심으로 





2017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삼생삼세 십리도화》 소설책이 출간되었다. 표지 앞에는 ‘세 번의 삶,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쓰여 있으며, ‘중국 드라마 최고의 화제작! 유역비&양양 주연 영화 원작 소설’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저자는 공칠공자라는 필명을 쓰는 인터넷문학 작가다. 이 책은 웹소설이다. 웹소설에서 드라마로, 드라마에서 영화로 재가공되었다. 

우리는 2014년 박보검, 김유정 주연의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기억한다. 이 작품의 원작도 웹소설이었다. 웹소설이 이슈몰이를 하면서 필연적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이어졌다. 더 이전에는 〈커피프린스 1호점〉,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등의 드라마가 있었고, 〈늑대의 유혹〉, 〈엽기적인 그녀〉, 〈순정만화〉, 〈그놈은 멋있었다〉 등의 영화도 있었다. 

국내 문화산업에 불어온 콘텐츠 IP의 영향은 웹소설 분야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콘텐츠 IP란 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를 말하며 콘텐츠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2차적 활용을 할 수 있는 기본 단위로, 장르와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선 OSMU(One Source Multi Use) 사례가 확대됨에 따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 포스터


웹소설 시장은 2016년도 기준 800억~1,000억 정도의 규모를 보인다. 하루 평균 조회수는 201만 2,200회를 기록하며, 평균 8만 2,322개의 작품이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소설과 함께 웹툰 시장도 급속도로 커져가고 있다. 몇 해 전 드라마화되어 인기를 끌었던 〈미생〉부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최근 2019년 인기 드라마〈쌉니다 천리마마트〉에 이르기까지 웹툰이 원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중국은 IP 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웹콘텐츠의 생산과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무협, 판타지, 로맨스 분야가 강세인데 2009년에는 대표적인 무협 웹소설《랑야방》이 영화화되어 성공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017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삼생삼세 십리도화》역시 웹소설이다. 웹소설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유럽, 한국 등지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웹소설, 웹툰 등, 웹 콘텐츠의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 중 하나로 저작권 분쟁을 들 수 있다. 이미 국내는 몇 해 전 ‘구름빵 사건’을 통해 저작권에 관한 성장통을 겪었다. 이후로 저작권 분쟁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안건과 의견이 수렴되어 출판계약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2016년 벌어진 웹툰 플랫폼과 작가 간에 원고 제출 지각비 사건도 있었고, 어느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가들에게 저작권료 없이 무료로 연재를 진행해달라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최근 웹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창작자들의 우수한 역량으로 작품이 해외로 수출되는 등 국내 웹콘텐츠 시장이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웹툰 플랫폼이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만큼 과도기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콘텐츠 수익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포털과 달리 웹툰 플랫폼은 회사 매출과 콘텐츠 수익이 정비례하는 만큼 작가와 갈등이 자주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IP영화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삼생삼세 십리도화〉를 중심으로 중국 웹소설 기반 IP 산업의 저작권 문제를 살펴보자. 

 


<김비서가 왜 그럴까> 포스터


중국 웹소설 기반의 IP 영화 현황    

  

IP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로, ‘지적재산’이란 뜻이다. 여기에는 저작권・특허권・상표권 따위가 포함된다. 기존 창작물을 다른 문화 형태로 전환, 각색, 재창작하여 산업적 가치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이다. IP 영화란 기존의 창작물을 영화화하는 것을 일컫는다. 2014년 전후 재조명된 IP 영화가 중국 영화계에서 붐을 일으켰다. 그런데 중국에서 IP 영화는 ‘지적재산권’을 가진 기존의 창작물을 전환해 제작한 영화라고 하기보다 “인기 있는 소설・노래・연극・캐릭터・유행어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 가능한 모든 지적재산권을 가진 ‘원형’을 영화화한 경우”를 가리킨다. 양군의 논문에 의하면, IP 개념은 중국 내에서 2013년도에 시작되어, 2014년에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심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보고 IP 영화를 다음 여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참고: 양군, 중국 IP 영화산업 발전상황과 흥행요인 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첫째, 소설 특히 웹소설을 각색: 〈삼생삼세 십리도화〉  

둘째,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영화화: 〈아빠 어디 가〉 

셋째, 인기 게임을 영화화: 〈드래곤 네스트〉 

넷째, 애니메이션 및 만화를 각색: 〈시양양과 후이태랑〉

다섯째, 연극, TV 드라마 및 인터넷 단막극을 각색: 〈올드 보이스〉 

여섯째, 동명 노래를 영화화: 〈Who Sleeps My Bro(睡在我上鋪的兄弟)〉     


중국 IP 영화의 시작은 2011년에 상영된 영화 〈실연 33일(失戀 33天)〉로 볼 수 있다. 〈실연 33일〉은 2009년 5월부터 복경경(鮑鯨鯨)이 아이디 ‘대려화(大麗花)’로 웹사이트에서 ‘소설 혹은 지침서(小說或者指南)’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 《실연 33일》로 출판되었다. 2011년 11월 8일에 영화 〈실연 33일〉이 개봉되었는데 제작비 890만 위안(약 130만 달러)을 들여 3.5억 위안(약 51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얻었다.  


<실연> 포스터


예원그룹은 중국 웹소설의 우수성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을 대표하는 웹소설 플랫폼으로 ‘2017년 런던 도서전’에 참가한 바 있다. 그리고 중국 웹소설을 위한 해외 포털사이트로 ‘치디엔국제(起点國際)’를 준비하고 있으며, 주요 웹문학 작품들의 영문 초록을 만들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중국 웹소설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예원그룹은 세계 미디어 그룹들이 중국 웹문학을 원천 콘텐츠로 다양한 2차적 IP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활발한 저작권 수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웹소설은 종이책 출판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예컨대 초창기 웹문학인 〈첫 번째 친밀한 접촉〉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자, 몇 개월 후인 1998년 9월에 대만에서 종이책으로 출판되어 3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이어 간자체 판도 1999년 11월에 북경지식출판사에서 출판되어 50만 부 넘게 팔렸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다. 2012년 웹소설 원작 〈후궁진환전(后宮甄嬛傳)〉이 〈진환전〉이라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 들어와서는 웹문학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가 TV 드라마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랑야방〉, 〈미월전(羋月傳)〉, 〈하이생소묵(何以笙蕭黙)〉, 〈화천골(花千骨)〉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인기 웹문학은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향이 지속되었다. 2016년에는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번역관(翻譯官)〉, 〈미미일소 흔경성(微微一笑很傾城)〉 등이, 2017년에는 〈인민의 명의〉, 〈나의 전반생(我的前半生)〉 등이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랑야방> 포스터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저작권 문제       


인터넷 작가는 수용 대상과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몇 천자부터 혹은 몇 만자의 작품을 올려야 한다. 대량의 글쓰기는 품질과 예술성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자의 창작 능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인터넷 글쓰기는 문턱이 낮아서 전문성이 높지 않은 저자도 대량으로 유입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은 인터넷문학의 발전에 비해 아직 그에 맞는 전문적인 법률, 법규를 발표하지 못했고 관련 규정과 정책도 보완할 부분이 많고 체계적이지 않아서 깨끗한 인터넷문학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관련 종사자의 법률의식, 판권의식이 매우 부족하고 통상적으로 ‘저작권 침해’와 ‘저작권 보호’ 같은 인식이 없어서 근본적으로 표절 현상을 없애기 힘들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삼생삼세 십리도화〉 영화로 중국 인터넷 소설의 저작권 문제가 있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 스틸컷1


〈삼생삼세 십리도화〉가 영화로 상영된 뒤 저작권에 관련한 몇 가지 사건들이 발생했다.  팬들이 상영 예정인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티켓을 영화 시간마다 한 장 혹은 두 장 정도를 구매해서 영화관이 상영 스케줄을 취소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팬들은 같은 상영 시기에 있는 다른 영화의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적판을 일부러 유출했다. 

또한 원작의 표절 시비가 있었다.  당칠공자가 소설을 출판했을 때 이미 따풍꽈꿔(大風刮過)의 작품인 〈도화 빚(桃花債)〉을 표절한 것으로 지적을 받았다. 그러자 당칠공자는 오히려 스스로를 기소하고 나서서 전문 기구에 맡겨 〈저작권 사법 감정 의견서〉를 뗐다. 감정 결과는 문학작품 소설 〈삼생삼세 십리도화〉와 〈도화 빚〉은 줄거리, 인물 설정, 인물 관계, 줄거리 발전 방향이 서로 달라서 저작권 측면에서 보면 표절이 될 수 없다고 판정하였다. ‘표절’을 당한 따풍꽈꿔는 “개인적으로 표절을 많이 안 했다고 생각하고 불과 몇 문장만 사용하고 양식을 조금만 따라 쓰면서 몇 개 이름을 다시 지었고 결말을 다시 만들었다”라고 반어적으로 글을 올렸다. 당칠공자는  “내가 표절했다고 생각하면 날 신고해보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중국은 관련 법제, 법규가 없어서 저작권 소송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소송을 하면 창작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따풍꽈꿔는 더 이상 소송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했을정도다.

〈삼생삼세 십리도화〉 영화가 표절 시비에 걸렸을 때 이 작품은 다른 영화 몇 편과 같이 제7차 중요 작품 판권 보호 리스트에 등록되었다. 인터넷서비스 업자는 모든 보호 방법을 사용해 리스트에 있는 작품 자원을 노출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다운로드를 방지해야 된다. 

<삼생삼세 십리도화> 스틸컷2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게임 각색권자 사이에도 분쟁이 생겼다. 베이징춘티안엔터테인먼트사(北京春天互娛)는 2017년 8월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저자 당칠공자와 베이징 중련백문화사(北京中聯百文)에 소송을 걸어 위약금과 경제손실 1,100여만 위안의 배상 요청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에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춘티안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8월 당칠공자가 중련백문과 굿즈개발 저작권 협의서〉를 체결해 중련백문에게 웹드라마, 무용극, 게임 관련 굿즈 상품 개발의 권리를 주고 중련백문은 테스트 작품을 다양한 플랫폼과 PC게임으로 각색, 제작, 개발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중련백문은 춘티안엔터테인먼트에게 권리 부여 기한은 2년이고, 게임은 정식으로 출시하게 되면 테스트 작품의 게임 각색권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계약하였다. 그러나 당칠공자의 갑작스런 계약서 거절에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던  춘티안엔터테인먼트는 소송을 걸 수밖에 없었다. 

 

본 사례를 보면서 IP 저작권법에 관한 인식 및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웹 콘텐츠가 주목받는 오늘날, IP의 판권을 가진다는 것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IP 영화산업이 발달한 지금, IP 각색권, 영상제작권 등 판권을 소유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아 IP 저작권 분쟁이 잦은 혼란기에 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사례 외에도 중국에서 이슈가 된 저작권 분쟁사례가 있다. 인기 IP 웹소설 〈하이생소묵〉(何以笙簫黙, 영화명은 〈You are My Sunshine〉)의 영화 제작권에 관한 분쟁이 그것이다. 2015년 1월 10일에 첫 방송된 〈하이생소묵〉은 인터넷소설 작가 구만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중국의 스타 배우 종한량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 제작 회사인 관선영업(光線影業) 회사는 계약이 끝나기 전에 관련 상표를 등록하고 촬영허가증을 받았는데 계약기간이 끝나고 작가는 다른 악시영업(樂視影業) 회사와 다시 영화를 계약했다. 그래서 관선영업 회사가 받은 상표와 촬영허가증이 계속 유효한지에 대해 논쟁이 된 바 있다.

이같은 사례를 통해 웹소설 저작권 보호에 대한 관련 법규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웹소설은 온라인에 공표되고 출판사 등 구체적인 계약 당사자가 없어 2차 저작권에 대한 소유와 권리 이행이 선명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기존 저작권법 권리 이용 형태가 일반 소설 등의 저작물과 달라 시간이 흐를수록 저작권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 문화산업의 급격한 성장을 배경으로 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캐릭터, 웹툰/웹소설 등의 장르를 중심으로 콘텐츠 IP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급격히 팽창하는 콘텐츠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각 기업들이 다양한 콘텐츠로 파생될 수 있는 원천인 콘텐츠 IP의 확보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이를 경쟁적으로 확보해왔다. 중국의 콘텐츠 산업은 수입 중심에서 창작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활발한 OSMU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IP 권리를 미리 확보하는 것은 다양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낼 수 있는 인기 IP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IP는 대부분 소수의 권리자가 활용하는 배타적 권리이기 때문에 IP 권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까지《삼생삼세 십리도화》의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의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IP 영화산업의 문제점을 들여다보았다. 중국의 웹소설만큼 한국의 웹소설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웹콘텐츠는 가까운 미래에 더 크게 성장하리라고 예상된다. 향후 웹콘텐츠의 또 다른 저작권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 본 글은 2019년 12월호 <전자출판연구>에 실린 글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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