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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Aug 03. 2019

임정 100주년에 다시 보는 <말모이> <귀신이 온다>

차이나는 무비 차이나는 중국문화

안녕하세요! 영화 속에 숨겨진 중국의 매력과 마력에 빠지는 시간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중국 영화 한 편과 한국 영화 한 편입니다. 2019년은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해입니다. 이를 맞이해서 <차이나는 무비>도 중국과 아시아 전역의 역사에 관한 영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중국 영화부터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강문 감독의 <귀신이 온다>입니다.

귀신이 온다 포스터


 강문 감독은 배우로 더 유명합니다. 이미 소개해드린 적 있는 <송가황조>에서는 송씨 세 자매의 아버지, 쑹자수(宋嘉樹)로 나왔죠. 그 외에도 <삼국지 : 명장 관우>, <천지영웅>, <붉은 수수밭>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귀신이 온다>는 200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습니다. 칸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어서 당시에 화제도 크게 되었죠. 그런데 오히려 중국에서는 상영 허가가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국인을 조금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고 하네요.



귀신이 온다 스틸컷 



영화는 1945년 일본의 항복 직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어느날 밤 시골에 사는 마다산의 집에 정체 모를 자들이 총을 들이밀며 쳐들어와 정월이 되면 찾으러 오겠다며 자루 두 개를 맡기고 사라집니다. 그런데 자루에는 일본군 포로와 통역관이 담겨져 있었죠. 정체 모를 자들의 협박 때문에 이들을 신고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하는 마다산이 이들과 함께 지내며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입니다.



 영화 제목은 <귀신이 온다>지만 귀신은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귀신’이라고 번역되는 鬼子guǐ‧zi라는 용어가 중국에서는 일본 군인을 지칭하는 은어로 사용됩니다. 일본 군인뿐만 아니라 외국 침략자에 대해 귀신 같이 무섭다는 나쁜 감정을 담아 사용하는 말이죠. 그래서 사실 <귀신이 온다>의 원제인 ‘鬼子来了guĭzi lái le’는 ‘왜적이 오고있다’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요.



귀신이 온다 스틸컷



 영화를 보셔도 <귀신이 온다>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코믹한 장면과 비극적인 스토리가 뒤섞인 영화라는 것을 바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통역관이 일본군의 말을 자기 멋대로 통역하는 장면도 그렇습니다. 통역관은 일본군이 뱉은 온갖 일본어 욕설을 ‘살려주세요’라고 통역을 해서 마을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죠. <차이나는 무비> 멤버 ‘책사’도 통역관과 관련된 장면을 차이나는 한 장면으로 뽑았습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동네 꼬마 ‘유아’가 너무도 비극적인 순간에 자신이 아는 유일한 일본어를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말은 포로로 잡혔던 일본군이 ‘사탕 주세요~’라고 외치던 유아에게 그 말을 일본어로 알려주겠다며 거짓으로 알려준 말. ‘니혼진 조조 이루요’였죠.

사실 그 말은 ‘사탕 주세요’와는 전혀 관계 없이 ‘일본인(日本人), 장성(長城), 있어요(いる, 이루)’. 이 세 단어를 말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포로로 잡힌 일본군의 위치를 알려주는 말을 ‘사탕 주세요’라는 말로 알게된 것이죠. 잔혹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에까지 이 말을 외치는 유아를 보면, 영화가 또 이 시대가 너무도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시정부 100주년 해에 맞춰 오늘은 한국 영화도 한 편 소개해드린다고 했죠. <귀신이 온다>처럼 해방 직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2019년 초에 개봉되어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부른 영화. 바로 <말모이>입니다. 



말모이 포스터


<말모이>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맡았던 엄유나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영화입니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는 경성에서 조선어학회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우리말 사전, ‘말모이’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죠.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합니다. 주시경 선생님이 1910년대부터 준비해 온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 이를 이어받은 조선어학회, 그리고 그들을 탄압했던 조선어학회 사건과 해방 이후 끝내 출판될 수 있었던 최초의 현대적 우리말사전 원고 ‘말모이’까지. 모두 실제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말모이 원고



말모이 원고 (출처 : 문화재청)


 영화 <말모이> 역시 앞서 소개해드린 <귀신이 온다>처럼 비극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 중간 중간 코믹한 장면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표준어를 정하는 과정에서 ‘엉덩이’와 ‘궁둥이’ 등 다양한 방언들이 터져나오는 장면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었죠. 그러나 역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울컥하게 되는 장면들도 담겨져 있습니다.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멤버 신여성도 차이나는 한 장면으로 매우 감동적인 장면을 뽑았습니다. '말모이' 편찬 작업이 큰 위기에 봉착하자 조선어학회는 마지막 도전처럼 잡지에 광고를 넣어 전국 각지에 도움을 구하죠. 그러나 조선어학회로 오는 편지들은 모두 조선총독부가 중간에 가로채갔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한 양심적인 우편부가 몰래 모아놓았던 편지들을 류정환(윤계상 분)과 김판수(유해진 분)에게 보여줍니다. 편지들을 통해 전국 각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조금씩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죠. 결국 ‘말모이’도 시민들이 한 땀 한 땀 써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또다른 멤버 ‘자영업’도 감동적인 명장면을 차이나는 한장면으로 뽑았습니다.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이 감판수와의 한바탕 갈등을 겪고 감판수의 집으로 가 다시 설득하는 장면입니다.



말모이 스틸컷


 

류정환은 김판수를 설득하며 민들레의 어원에 대해 말하게 됩니다.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놓여있다 하여 처음에는 ‘문둘레’로 부르다 점차 민들레로 변하였다는 것이죠. 이 장면이 차이나는 한장면으로 뽑힌 대사를 읽어드리며 <차이나는 무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민들레가 왜 민들레인 줄 아십니까?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꽃이라 해서 민들레. 그래서 민들레가 되었답니다. (아버지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리라 가르치셨습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그 걸음 걸음이 퍼져나가 세상을 바꾸고 결국엔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요.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있는 곳에 뜻이 모이고, 그 뜻이 모인 곳에 독립의 길이 있지 않겠냐고요.”

    -영화 말모이 中-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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