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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Aug 14. 2020

시네광주 1980 기념 영화 <김군>

팟캐스트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무비 플러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에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 하며 일하는 문화, 음식을 먹는 문화, 교육의 모습 등 많은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 하죠. 영화를 보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처럼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방식 대신 온라인을 통해 집에서 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인들이 한데 모여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축제, 영화제의 모습 역시 변화할 수 밖에 없겠죠. 그 변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시네광주 1980’ (사진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시네광주1980 홈페이지)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제 21회 전주국제영화제’와 5월 21일부터 5월 30일까지 열렸던 ‘시네광주 1980’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무관객 영화제를 선택했고 그 대신 영화제 기간 동안 ‘웨이브(wave)’라는 SK 텔레콤에서 제공하는 지상파 중심의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시네광주 1980’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며 영화인들과 서울시 그리고 광주광역시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로 네이버TV와 협력해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웨이브를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제에 참여해보실 수 있고, 시네광주 1980의 경우 영화제는 끝났지만, 지금도 공식 트레일러나 대담 형식의 상영 프로그램과 부대행사들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두 영화제는 서로 간 약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의 새로운 모습을 실험함으로써 기존 영화제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영화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을 던지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여파 속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영화’란 무엇인지, 단순히 상영관에서 보고 즐기는 것이 영화의 전부인 것인지 혹은 디지털 방식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보는 것이 영화인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하죠.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교육의 변화에서 ‘교육’이란 무엇인지 또 ‘강의’라는 것은 무엇인지, 일하는 환경의 변화에서 ‘노동’이란 무엇인지, 장례식과 결혼식 문화의 변화 속에서 ‘장례’와 ‘결혼’은 무엇인지 등 세상 모든 것의 본질을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화제와 다른 플랫폼 서비스와 협업을 단순히 더 많은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또 문화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셜 미디어 사회와 인터넷 모바일 미디어 (사진 출처 : Pixabay)


사실 인터넷의 발달과 같은 기술의 발달이 ‘문화 민주주의’를 촉발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례식이나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서 우리는 조문객이나 하객이 얼마나 왔고, 어떤 곳에서 진행했고 또 음식은 무엇이 나왔는지 등에 집중하게 되죠. 또 대학의 학술대회에 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역시 얼마나 좋은 강당에서 하는지, 케이터링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죠. 이런 물질적인 것에 대한 생각은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러한 불평등한 요소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어디서 누가 무엇을 하든 온라인이라는 평등한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코로나19 사태, 팬데믹 상황을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종식으로 넓혀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신화처럼 믿고 있었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세계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든 ‘돈’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업을 위해 다른 국가에 갈 때에도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더라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돈이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사는 공간과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기차표도 마련해야 하고, 숙소도 예약하고, 식사는 모두 외식으로 해결해야 하죠. 이 모든 행위에는 ‘돈’이 들 수 밖에 없기에 참여에 있어서 분명한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영화제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발생한 비용은 포스트-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는 사라지게 되었고, 이 새로운 시대에는 ‘문화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민주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배제된 취약 계층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디지털 시민성’도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이는 제도를 잘 지키는 교양인과 같은 기존의 시민성이 아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새로운 시민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참여하고 무엇에 참여할지를 고민하는 인문학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죠. 팬데믹은 반복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 속에서 이제는 국가별, 민족별, 언어별로 고민해왔던 것들을 보다 넓은 연결을 통해 격차를 줄이고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합니다.


영화 <김군> 포스터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은 <차이나는 무비>답게 영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오늘은 앞서 말씀드린 ‘시네광주 1980’에서 볼 수 있었던 광주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시네광주 1980>에서는 ‘광주의 기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장·단편 영화 15편을 상영했습니다. 영화들을 살펴보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장편 극 영화로 <꽃잎>(1996) <박하사탕>(2000), <화려한휴가>(2007), <26년>(2012)가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에 개봉된 <부활의 노래>가 있습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심의검열시스템은 영화에 소위 ‘가위질’을 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안에서 상영되었던 첫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편 심의검열을 거부한 영화도 있습니다. ‘장산곶매’라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창작 집단이 만든 <오! 꿈의 나라>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번에 같이 소개된 김태영 감독의 <칸트씨의 발표회>(1987)은 광주 항쟁이 끝난지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광주의 역사를 영화로 다룬 첫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편만 더 소개해드리면 올해(2020년) 9월 개봉 예정인 작품이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으로>라는 영화입니다. 공수 부대에 있었던 주인공이 본인이 광주 항쟁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다가 지난날을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피해자를 위해 대신 복수를 하는 스토리라고 합니다. ‘시네광주 1980’ 사이트를 통해 다른 영화들을 보며, <아들의 이름으로>를 기억해두셨다가 나중에 개봉하면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김군 스틸컷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다시 <김군> 이야기로 돌아오면, 영화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해하는 목소리 중 광주 민주화 운동은 북한군의 소행이고 광주 사람들이 여기에 부역했다는 주장에서 북한군이라고 이야기되는 사진 속 인물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에서 ‘김군’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해하는 주장을 반복하는 극우 인사 지만원씨의 인터뷰에서는 북한특수군 ‘제1 광수’로, 광주의 그날들을 보낸 광주 시민들의 인터뷰에서는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어디 사는 ‘김군’으로 이야기됩니다.

 인터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 속에서 지만원씨와 광주 시민들이 인터뷰는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지만원씨는 강한 확신에 찬 태도로 이야기를 하고, 광주 시민들은 “옛날 얘기라서...”, “그거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와 같이 “......”으로 끝을 맺는 대답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확신에 가득찬 모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분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왜곡과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확신에 가득찬 주장은 또 얼마나 위험한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 한편 영화는 우리가 이제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과 역사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듭니다. 영화 속 한 광주 시민분이 인터뷰에서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오늘 또 잠을 못자”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 이후 38년이 지난 후에야 서로 처음 영화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있지요. 그건 아마 그분들에게는 광주민주화 운동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또 그것으로 인한 상처를 꺼내어 보는 것 자체가 너무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광주 민주화 운동의 모자이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지만원 씨와 같은 극우 인사들은 상상 속에서 그 모자이크를 정교하게 맞추고 그것이 사실인 양 주장하는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영화는 그들의 상상된(허구의) 모자이크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전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또 그것에 참여한 분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여전히 문제가 풀리지 않고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는 이 상황에서 관객이 단순히 과거에 대한 슬픔과 연민의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고, 왜곡하는 자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넘어 사건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인 재평가를 이루고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이들의 목소리가 주체적으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의도가 충분히 잘 담긴 편집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다른 평가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 사건을 기억하는 것 조차 버거운 사람들을 한 극장에 모이게 해 예전의 사진들을 보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분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라는 물음과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무거운 서사를 오히려 누군가를 찾아가는 형식의, 일종의 추리물 같은 다큐멘터리로 풀어감으로써 우리가 사건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해볼 수 있는 것이죠.


영화 <김군> 스틸컷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의 킬러 콘텐츠!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죽이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혹은 더욱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장면들을 이야기 하는 코너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더해 색다르게 상상해보는 것이죠. 영화 <김군>에서는 어떤 ‘투비’와 ‘낫투비’가 뽑혔을까요?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건넸던 ‘주옥’(본인 분)을 ‘투비’로 선정했습니다. 영화 속 이 분의 인터뷰를 잠시 기억해보면 사진 속 ‘김군’이 ‘그때 우리 집에 가끔 왔다 갔다 했었던’ 사람인 것 같다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주옥의 아버지(주대체 본인)는 당시 ‘왕대포시음장’을 운영했던 기억을 인터뷰하는데, 그때는 서로 누군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냥’ 잘해주는 그런 상황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열심히 싸우더라도’, ‘목숨은 살아있어야 하니까’ 라는 그들의 말에서 당시 광주의 모습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주목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투비’로 뽑았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영화 속 ‘지만원’(본인 분)을 ‘낫투비’로 선정했습니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하학적 분석’을 언급하며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진 속 인물들이 북한 특수부대라는 주장을 반복하죠. 실제로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 2년형 등을 선고받기도 하였지만 그마저도 법정구속이 아닌 형에 불과했습니다. ‘명예훼손’이란 말을 뛰어넘어 어떤 수식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히 인터뷰를 하는 모습에 ‘낫투비’로 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이 계속해서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영화 속 장면들처럼 그에 호응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런 행위는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사실을 다루는 것이 아닌 올바르지 않은 정치적(경제적)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투비’를 뽑았습니다. 바로 영화 감독이자 영화 속 인터뷰어로 등장한 ‘강우석’ 감독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이 사건을 기억하고 새롭게 조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 ‘투비’로 선정한 것입니다. <차이나는무비플러스>에서 <주전장>이라는 2019년 영화를 소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잠깐 다시 링크를 소개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chran71/24 일본회의의 정체를 밝힌 영화 <주전장>


영화 <주전장>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우익 인사들의 인터뷰와 또 그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함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입니다. 감독인 ‘미키 데자키’와 <김군>의 감독 ‘강우석’처럼 끊임없이 의심하며 되돌아보는 의식을 가진 감독들이 더 많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 없는 자영업은 ‘투비’로 인터뷰에 참여한 ‘오기철’(본인 분)을 ‘투비’로 뽑았습니다. 이 분의 인터뷰에서 참 많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희생자 시신 관리를 했다는 이 분은 감독에게 사진 속의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이 놈을 찾아다니면서 이 놈 스스로를 증명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그게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거 아닌가’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이야기를 곰곰이 되새겨 보면 북한군이 들어와서 5·18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는 극우들의 주장이나 또다시 이걸 반박하기 위해 증거를 찾아 나서는 모습은 일종의 존재 증명에 대한 ‘강박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좌우를 떠나 우리는 계속해서 그분들이 겪은 아픔을 또 사건을 들추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분들을 도구적으로 대하지는 않았을까하는 반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당사자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잠 재웠던 걸 다시 깨우는 거나 똑같은 거’라는 이 분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너무 피곤하고 지쳐 이제는 자고 싶은, 잠시라도 눈 감고 싶은 사람들을 (괴롭히듯) 깨운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는 인터뷰가 조금 더 조명받아 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선정한 ‘투비’였습니다. 


‘인문학 드레싱’

이번에는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의 두번째 코너.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감성을 더하여 더욱 풍요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책사는 역시 책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소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입니다. 이 소설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동호’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를 이야기합니다. 책사가 가져온 이 책 드레싱에 신여성이 조금 더 소스를 얹어보았는데요, 이 책은 작가가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인터뷰와 연구를 거친 후 만들어낸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전라도 출신의 아버지(한승원 작가)의 영향, 광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 등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작가적인 부채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지만 그 묘사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한강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혹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드레싱이 있습니다. 바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11일, 개관한 ‘전일빌딩 245’입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진 금남로에 위치한 이 곳은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한 역사적인 건물인데요,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고 합니다. 탄환 흔적의 숫자인 ‘245’를 건물 이름으로 사용할 만큼 탄환의 흔적도 남긴 상태로 리모델링이 이루어졌고, 건물 내부에는 AR, VR 체험도 할 수 있고, 광주시민군을 상징하는 주먹밥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광주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면 혹은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우리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을 때가 온다면 ‘전일빌딩 245’에 가서 여러 체험들을 직접 해보고 또 광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은 또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를 <김군>에 얹을 드레싱으로 가져왔는데요,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2017) 입니다. 


영화 <외롭고 높고 쓸쓸한> 포스터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5·18민주화운동을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주체로 하여 이야기합니다. <김군>에서 ‘주옥’처럼 주먹밥을 준비하고, 마스크를 준비하고, 풍물패 등에서 활동한 여성 시민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죠.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5·18민주화운동을 다룰 때 남성 중심적 서사가 많았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꿈꾸미는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책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조슈아 웡(黃之鋒, Joshua Wong) 이 쓴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입니다. 작년(2019년) 한 해는 ‘범죄인 송환법’으로 올 한해는 또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계속해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과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산혁명’도 있었던 만큼 홍콩은 영국으로부터의 반환 이후 중국 공산당과 계속해서 마찰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조슈아 웡은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학민사조(學民思潮)’라는 그룹을 조직해 홍콩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였고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 학생 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학민사조’는  당시 중국이 ‘국민교육지침’을 통해 홍콩 학생들의 교육을 중국 공산당의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하자 그것에 반대하기 위해 조직한 것이었죠.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는 학민사조 활동부터 우산혁명까지 겪으면서 조슈아 웡이 썼던 에세이를 모은 책입니다. 여기서 ‘좁은 길’은 홍콩 광둥어 원어에서는 ‘소년’을 뜻한다고 합니다. 번역 과정에서 직역하여 ‘좁은 길’로 옮긴 것이죠.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라는 책 제목처럼 조슈아 웡의 생각들은 페이지를 넘어갈 수록, 조금씩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다 성숙해지고 완고해지고 또 보다 논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홍콩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지는 만큼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또 홍콩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생각하며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이 홍콩말고 중국에서도 불려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2년 중국 베이징 외곽의 농민공들의 공동체 마을 피촌(皮村)에서 열린 새해맞이 무대에서 농민공 밴드가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농민공들의 상황에 맞게 가사가 조금 바뀌었는데 ‘우리의 권리를 우리가 스스로 쟁취’하고, ‘노동하는 사람이 가장 영광’스럽다는 내용으로, 즉 노동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한국의 노동운동사가 이야기 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신여성은 광주 항쟁을 모티브로 한 소설 속 한 구절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황석영 작가의 『오래된 정원』 소설 속 한 구절입니다. 함께 감상하겠습니다.


“사는 조건이 지식인 나부랭이들보다 훨씬 열악했던 그들은 잊혀지고 저희 혼자서들 감당하며 고난을 견디었지만 나중에는 아무도 그들을 기억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군들 잊을 수 있으랴. 그들의 넉넉한 따뜻함과 시대 속에서 잊혀지고야 말 익명에도 당당했던 청춘을.”

- 황석영, 『오래된 정원』 中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한 공장 노동자가 무참히 삶이 짓밟힌 사람들을 추억하는 장면의 한 대목입니다. ‘김군’을 포함해 자신의 삶에서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노래로 소설로 또 영화로 기록되고 전파되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또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창작해내기를 바랍니다.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ㅣ네이버 오디오 클립ㅣ

오디오클립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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