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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Nov 06. 2021

청설(2009)

<차이나는무비 플러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입니다! 오늘은 작년 여름에 이어 대만 영화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반교>, <워리어스 레인보우(시디크발레)>, <하이자오 7번지>를 다루면서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었죠.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 ‘뜨거운 대만’ 콘셉트로 대만의 청춘 영화를 다루어 봅니다. 하나의 장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만 청춘 영화 시리즈 바로 시작합니다.


영화 <청설>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뜨거운 대만, 대만 청춘 영화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소개할 영화는 <청설> 입니다. 2009년에 대만에서 개봉한 뒤 이듬해 국내 개봉한 영화로 당시 흥행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영화이죠. 제목인 ‘청설’은 우리말로 읽었을 때는 하얀 눈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뜻을 살펴보면 영화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제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들을 청(聽)과 말씀 설(說)이 결합된 청설(听说, tīngshuō)를 사전에 찾아보면 ‘듣는 바로는[듣자니, 듣건데] ...라고 한다’라고 뜻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듣고 말한다’는 한자어 풀이 그대로처럼 사전에서는 딱딱하게 풀어져 있지만 사실 중국어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관용어입니다. 조금 더 일상어로 풀어보자면 ‘~라던데’의 의미이죠. 가령 ‘오늘 비가 온다던데?’ 혹은 ‘걔가 그러던데’처럼 우리도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영어로 옮기면 ‘I heard’ 정도의 표현입니다.

 

영화줄거리 

포스터 속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이라는 문구처럼 영화는 듣고 말하는 혹은 반대로 들리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샤오펑(천옌시 분)은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같이 훈련에 열심히 임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샤오펑이 밝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동생 양양(천이한 분)의 헌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양양은 선교사인 아버지가 아프리카에서 선교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서서 자신이 언니를 보살피고 있죠.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항상 언니의 훈련을 지켜보며 응원에도 열심이죠. 그런 양양을 보고 티엔커(펑위옌 분)이 첫눈에 반하면서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는 것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부터 아르바이트 현장과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풋풋한 청춘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어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영화이죠. 또한 두 남녀와 자매가 말이 아닌 수어로 대화를 나누는 설정은 청춘들 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소통’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 초반 티엔커가 부모님과 말로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이 보이지만, 양양과의 수어 대화에서는 조금 더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 때문이죠. 이러한 모습은 말이라는 언어가 최고의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또한 언니 샤오펑이 수영을 한다는 설정도 주목할만 합니다. 물 속에서는 우리가 말을 하거나 듣는 것이 제한이 되죠. 물 밖으로 나와야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물 바깥 세상도 어쩌면 물 속 같을 때가 있다는 점을, 그럼에도 또다른 의사소통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영이라는 설정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말하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 <청설> 스틸컷(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차이나는 픽(PICK)’

<차이나는무비 플러스>의 새로운 킬러 콘텐츠! 영화 속 살리고 싶은 캐릭터의 대사나 장면을 정해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티엔커의 아빠(뤄베이안 분)가 엄마(린메이슈 분)의 성격을 묘사하며 한 대사 중 한 단어를 ‘차이나는 픽’으로 골랐습니다. ‘구경심연’이라는 단어입니다영화에서 엄마는 여장부 이미지로 마음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가끔 거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렇지만 아빠의 애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을 설명하며 ‘구경심연이지’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뜻이냐는 티엔커의 질문에 아빠는 ‘입은 걸걸해도 마음은 여리다고’ 대답합니다. 영화 속 너무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온 엄마의 성격을 잘 묘사하는 표현이라 ‘차이나는 픽’으로 골랐습니다. ‘구경심연’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궁금해 뜻을 찾아보니 입 구(口), 단단할 경(硬), 마음 심(心), 부드러울 연(軟) 자가 합쳐져, ‘입은 거칠지만 마음은 여리다’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합니다. 이 표현은 중국어 관용구인데요, ‘刀子嘴, 豆腐心(dāo‧zizuǐ, dòu‧fuxīn)’이란 표현입니다. 입은 칼같아도, 마음은 두부 같다는 뜻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의역되었지만 찾아보니 재밌는 관용구이죠.


영화 <청설> 스틸컷(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와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같은 장면을 ‘차이나는 픽’으로 가져왔습니다. 양양이 퍼포먼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티엔커와 함께 저녁을 먹고 계산하는 장면입니다. 훈툰면을 맛있게 먹은 뒤 계산을 하는데, 양양은 퍼포먼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동전으로 계산을 하려고 하죠. 동전을 일일이 세다보니 다른 손님들이 계산을 기다리게 되고, 티엔커는 지폐로 먼저 계산을 하고 양양과 함께 식당에서 나오죠. 그런데 여기서 양양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자신이 번 돈은 하찮아 보이고 동전 세는 모습이 부끄럽냐며 티엔커에서 서운함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티엔커는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던 것인데 서로 생각하는 포인트가 달랐던 것이죠. 사랑스러운 티엔커와 양양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귀엽게 연출된 ‘차이나는 픽’ 장면이었습니다.


꿈꾸미는 재미있는 대사도 ‘차이나는 픽’으로 골랐습니다. 이번에도 티엔커의 부모님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티엔커가 양양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입니다. 아빠가 못 듣는 친구라고 이야기하자 엄마는 ‘귀에 이상이 있어서 못 듣는다는 거지?’라고 되묻고, 아빠는 ‘그럼 코가 이상해서 못 듣겠어?’라고 다시 묻죠. 중국어에 조금 익숙하신 분이라면 재치 있는 아빠의 대사가 재미있게 들렸을 것 같습니다.


아빠: 那个女生听不见(nàgenǔshēngtīngbújiàn, 그 여자애 못듣는데)

엄마: 听不见?(tīngbújiàn, 못들어?)

你是说耳朵听不见的那种听不见?(nǐshìshuōěrduotīngbújiàndenàzhǒngtīngbújiàn? 귀가 안 들린다는 말이야?)

아빠: 废话, 不然是鼻子听不见的听不见喔?(fèihuà, bùránshìbízitīngbújiàndetīngbújiànwō

, 그럼 코가 안들리겠냐?)


이렇게 중국어 표현까지 살펴보면서 ‘차이나는 픽’ 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길 위의 인문학 드레싱

이번에는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의 두번째 코너.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감성을 더하여 더욱 풍요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 ‘길 위의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청설>에는 어떤 드레싱을 곁들이면 좋을까요?


책사는 대만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영화 속 샤오펑과 양양의 아버지는 선교사로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오죠. 대만의 기독교 역사는 1860년 샤먼에서 선교를 하던 더그라스와 멕캔즈 선교사가 대만에 파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맥케이 선교사가 타이베이 근처 단수이라는 지역에 장로교를 전파하며 이 지역 최초의 교회를 세웠죠. 단수이 지역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지로 잘 알려진 담강중학교가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담강중학교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진리대학교와 맥케이 선교사의 기념관도 들려보시면서 대만의 오래된 건물들의 멋과 역사를 즐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만의 종교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대만은 말그대로 다양성의 나라입니다. 원주민들의 샤머니즘도 현재까지 남아있고, 불교와 도교, 샤머니즘이 혼합된 형태의 종교도 있습니다. 바닷가이기에 해신을 섬기는 종교도 있죠. 또한 중국 대륙에서는 선교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한 중화권 선교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져 기독교가 강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장로교가 중심이기에 카톨릭의 교세는 조금 약한 편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교가 섞여 있는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대만에 간다면 종교 역사 이야기를 볼 수 있는 박물관, 기념관에 가보는 것도 좋겠죠.


꿈꾸미도 대만과 관련된 드레싱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와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가 함께 여는 “꽃보다 대만학교”입니다. 대만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모을 수 있는 특강입니다. 현재 대만을 주제로 연구하고,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강의이기 때문에 대만의 최신 동향부터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죠.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든 이 프로그램은 11월부터 진행되며, 2020년부터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만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곳에서 대만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니 한번 검색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은 영화 속 지적해야 할 내용을 드레싱으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장애인에 대한 호명의 문제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티엔커가 양양과 함께 식사를 했던 식당에 혼자 갔을 때, 티엔커를 청각장애인으로 생각한 식당 주인들이 수근거리는 장면이 있죠. 이때 ‘그때 같이 왔던 벙어리(哑巴, yābā) 여자는 안왔네?’, ‘이쁘게 생겼는데 벙어리라니 안타깝네’라고 이야기하죠. 이 말을 들은 티엔커는 곧바로 주인에게 벙어리가 아니라 청각장애인(听障朋友, tīngzhàng péngyǒu)이라고, 그녀도 이름이 있다고 반박하죠. 이 장면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부적절한 표현을 지적하는 장면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역시 장애인에 대한 호명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이 되고 있죠. 그만큼 호칭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고민하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죠. 영화 속 주인공들이 수어로 대화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듯 각자의 의사소통 방식과 사고 체계가 있는데, 이 차이를 줄이고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신여성 또한 장애와 소통을 다룬 드레싱을 가져왔습니다.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2012)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시청각복합 장애를 가진 남편과 척추장애를 가진 아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지만 남편은 목소리와 손을 통해 세상과 또 아내와 소통하고, 그 감성을 시로 담아냅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아내는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죠. 영화 속 자매의 사랑처럼 현실 속 부부의 사랑이 소통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고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럼 <달팽이의 별>에서 등장하는 남편, 조영찬 시인의 시 두 편을 짧게 감상하며 영화의 감성을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외로울 땐 외롭다고 하여라

피하여 달아나지 말고

돌이켜 뛰어들지 말고

그저 외롭다고만 하여라

어둠은 짙어야 별이 빛나고

밤은 깊어야 먼동이 튼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영화 <달팽이의 별>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청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과 꿈은 기적같은 일이다. 들리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통역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자막이 흘러 나옵니다. 각자의 소통 방식과 사랑, 진심에 대해서 고민해보면서 인문학 드레싱을 마칩니다.


차이나는 한마디

영화 속 중국어 한마디를 배우는 시간 ‘차이나는 한마디’ 입니다. 오늘의 차이나는 한마디는 티엔커가 양양을 위해 특제 도시락을 만들자 엄마가 그 모습을 보며 비싸게 받아야 하자 티엔커가 건넨 한마디입니다.


“사랑은 값을 매길 수가 없어요” “爱心是无价的啦”


“爱心 àixīn 是shì 无价wújià 的de 啦la”

(아이씬더우지아더라)


그럼 다음에 또 좋은 영화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再见!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podbbang.com/ch/13254        


또 있습니다.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podty.me/cast/182234 


ㅣ네이버 오디오 클립ㅣ

오디오클립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886          






      

최준란출간작가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2020)저자출판기획자, 문화콘텐츠학 박사. 영화 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플러스> 진행 중. 특히 영화 속 장소를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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