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무비플러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무비플러스>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화는 영화와 선거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로 이 인물을 통해 선거란 무엇이고 시민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국회의원, 시장 선거 등 출마하는 선거마다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선 당시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도입된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다.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도시에서 치러진 대국민 이벤트. 쟁쟁한 후보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제주 경선 3위, 울산 1위, 그리고 광주까지 석권한 지지율 2%의 꼴찌 후보 노무현이 전국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개봉은 2017년, 이 다큐를 만든 이창재 감독은 굉장히 감성과 논리를 잘 버무리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날카롭고 스마트한 면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성적인 면을 갖고 있어 당시에도 호응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앞부분에서는 굉장히 담담하게 회고록처럼 시작하고, 특히 두 축이 가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에 저항하고 싸웠던 세력의 축에 있던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시선과 그의 최측근들이 증언하는 인간 노무현을 증언하는 이야기들을 실줄 날줄로 잘 엮어서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하나는 공인 노무현의 모습, 하나는 사인 노무현의 모습 이렇게 두 가지로 드러나는데 공인 노무현의 모습은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설정한 비전을 시민들과 국민들에게 그 비전에 함께 하자며 설득하는 모습, 사인 노무현은 열등감도 많고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도 알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굉장히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노무현의 모습에 대해 증언하시는 분들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사람을 대할 때에 진심을 다해 대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정치하는 분들은 주변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을 도구화하는 순간 사람과의 관계가 각박해지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일화로 노무현 대통령의 운전기사분의 결혼식날 본인의 차를 가지고 와 신혼여행지인 경주까지 태워다주며 오늘은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라 하며 운전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이 쇼를 할 수가 없어요. 정말 그분을 존중하는 마음, 당신이 얼마나 존귀한 사람인지 알게 해주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서 쫓아다니면서 기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것처럼 어떤 일이 벌어진 이후에 제작하는 상황에서는 기록영상들이 한계가 있기에 인터뷰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방식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나레이션을 대신하게 되는 거잖아요. 인터뷰가 나레이션을 대신하여 쓰게 되는 경우에서는 기존의 나레이터가 설명해주고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계몽적이지 않으면서도, 그 인터뷰를 하는 평범한 한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거울 효과와 시점이 다각화 된다는 장점이 있게 됩니다. 인터뷰이 선정과 인터뷰의 배치가 지위와 세대, 지역을 막론하는 활동을 고군분투하며 살았다는 퍼즐을 맞춰 놓고 전략적으로 잘 배치하고 정리하여 노무현이 참 좋은 사람이구나를 잘 알게 해줍니다.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차이나는무비플러스>의 킬러 콘텐츠! '투비오어낫투비(TO BE OR NOT TO BE)’, 말그대로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살리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 장면들(TO BE)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부분(NOT TO BE)은 다시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프롤로그 영상이 나오잖아요. 아주 경쾌한 사계라는 음악이 나오잖아요. 온갖 80년대, 90년대를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을 영상 속에 보여줍니다. 2-3분 안에 그 사건들을 다 담아내었다는 것이 굉장히 경이로웠습니다. 마지막에는 문재인변호사가 유서를 읽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요. 그 유서의 내용이 ‘너무 섭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라’ 였는데, 비하인드 얘기로는 문재인변호사가 다큐멘터리 속에서 대답들이 다 단답형이었대요. 그러고 나서 촬영을 끊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다시 연락이 왔다는 거예요. 그때서야 북받쳐서 얘기를 하는 것이 이 유서가 짧고 명료한데 원래는 이렇게 글을 쓰시는 분이 아니라고, 길게 쓰고 그것을 갈고 닦아서 맨 끝에 나온 글이니 그 앞에서가 얼마나 무수히 많이 고민했고 얼마나 많이 외로웠을까 하며 토로하는 것이 이 다큐에는 담겨있지 않지만 감독이 이야기 한 것을 제가 봤어요. 그것을 듣고 다시 제가 좀 더 눈물을 안 흘릴 수 없었죠.
이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유세하는 모습이잖아요. 이인제 후보와 맞붙었던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지지율이 너무 낮아서 그냥 군소 후보 중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가, 첫 경선인 제주경선에서 2등을 했나요? 그러면서 그때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죠. 연설했던 장면들 중에서도 유명한 장면들이 많아요. 특히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공격을 했는데 공격 내용 중에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것으로 공격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이것을 해명하기 위해 원고에 없는 즉흥 연설을 하셨는데, 장인어른이 좌익활동하셨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결혼하기 훨씬 전 돌아가신 분인데 어떡하란 말이냐.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 라는 말로 그 상황을 한번에 정리했죠. 굉장히 유명한 연설 아닙니까?
하나 더 인상깊은 장면을 또 소개하면요, 울산 경선에 가서 표를 달라고 하는 연설이 또 인상적이었어요. ‘경상도에서 표를 줘야 내가 전라도에 가서도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있다. 전라도 사람은 나한테 물을 것이다. 너 영남 출신이라며, 부산 출신이라며, 경상도 표 어디있냐? 여기서 표를 주셔야 내가 이 표를 가지고 전라도 사람들에게 지지해달라고 할 수가 있다. 그래야 동서화합이 된다’ 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연설이 있어요. 아 정치는 저렇게 자신이 세운 목표와 비전이 분명할 때에는 표를 달라고 정정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구나. 그래서 이 이후에 연설을 보면 도와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얘기를 계속해요. 울산에서 이기지 못했으면 그 바람이 쭉 타고 올라오기 힘들었을 텐데 강원도에 가서 또 이기면서 좋은 결말을 얻게 되었죠. 그때 당시에 긴박했던 상황을 사람들은 주말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 경선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경선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한 사람에게 열정적이거나 몰표를 던졌을 때에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무게들이 있잖아요. 그게 너무 강하게 되면 결국 그 사람을 지치게 해서 그 사람의 선택의지가 없어지지는, 그래서 결국 그런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람은 약한 존재인데, 사람이 항상 착하고 항상 정의롭고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서 차라리 낙선이 되었다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해군기지 반대하고, 위안부 할머니 옆에 서있고 그랬을 텐데. 젊은 세대들에게 꼭 노대통령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선거를 할 때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을 하려 하는 것이고요.
길 위의 인문학 드레싱
이번에는 <차이나는무비플러스>의 세 번째 코너.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 등 인문학적 감성을 더하여 더욱 풍요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 ‘길 위의 인문학 드레싱’입니다. 영화 속 풍경과 장소, 인물에 주목해보며 <노무현입니다>에는 어떤 드레싱을 곁들이면 좋을까요?
먼저 꿈꾸미는 인문학 드레싱의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로 노무현을 다룬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인데요. 2013년에 개봉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에 인권 변호사로 변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죠. 부산에서 일어난 항림사건 즉,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이고요. 1981년 9월 독서모임에서 사회과학 관련된 책을 읽던 사람 22명을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를 하고, 고문을 통한 자백을 받아내어서 처벌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이 수사를 진두지휘를 했고요.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사람이 노무현 변호사입니다. 김광일 변호사와 함께 변호를 맡았고요.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가 있다면 영화 <변호인>이 있다. 둘 다 봐야 할 영화입니다.
신여성은 너무 열성적이고 감정적이라서 적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고, 그래서 그 모욕감을 견디지 못한 것도 있었을 것인데,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우리 사회가 견디기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돌아가신 노회찬의원을 생각했어요. 너무나 바르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외치다가 내가 그것에 부합되지 못했다는 자책과 부끄러움을 죽음으로 대신하겠다 생각했던, 그래서 <노회찬6411>이라는 다큐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다큐는 <노무현입니다>를 제작했던 최낙용 프로듀서가 제작을 했고, 날 것 그대로의 다큐멘터리스트인 민환기 감독이 감독하여 인간 노회찬이 아니라 노회찬을 진보운동가, 진보정치인으로 해석하여 보여줍니다. 그래서 여성의 날마다 꽃을 받았던 미화원노동자라든지, 장애인들 중 노회찬의원의 정책에 굉장히 연대했던 사람들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이 기억하는 노회찬의 모습이 이 <노회찬6411>이라는 다큐에는 잘 담겨져 있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몰랐던 진보운동에서 한 획을 그었던 사람들이 나와서 노회찬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진보 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었는지에 대해 증언하는 다큐가 된 거죠. 일종의 인물 현대사 같은 느낌이 나죠. 그러다 보니 <노무현입니다>의 느낌을 기대했다가 어디서 공감해야 할지 모르거나 가슴 울림이나 울컥함의 감정이 안 올 수가 있죠. 제목에서 6411버스가 노회찬 의원이 탔었던,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 버스인데 그 6411 버스 번호가 제목에 들어가 있을 때에는 버스를 타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감정키워드가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운동, 진보운동사에 관심이 있으시면, 그리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추모와 그리움이 있다면 한 번쯤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사는 오늘 이 다큐에서 처음부터 많이 등장했는데 얘기가 안 된 분, 노무현재단 이사장였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다시 한번 소개해보겠습니다. 초판이 1988년에 나왔고요. 그동안에 100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절판한 다음에도 계속 책에 대해서 문의가 왔다네요. 그래서 전면 개정을 했다고 합니다. 유시민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 중간중간 핵심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세계 역사를 기본으로 놓고 잘잘못에 대한 본인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상으로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를 여기서 마치고 다음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영화 이야기에 인문학을 얹었다! 한중일 횡단 토크쇼 <차이나는무비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