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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Feb 15. 2023

맨 인 러브(2021)

차이나는무비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입니다. 

오늘의 영화는 은진호(殷振豪) 감독의 <맨 인 러브> 입니다! 


2021년 대만에서 개봉한 <맨 인 러브>는 황정민, 한혜진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2021년 대만 박스 오피스 1위를 달성했고,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개봉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박스오피스 5,425 US달러(약 750억원)를 기록하며 커다란 흥행을 이끈 작품입니다. 중화권에서 특히 큰 사랑을 받은 <맨 인 러브>는 1989년생 대만의 신진 감독 은진호(殷振豪)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합니다. 데뷔작부터 초대박을 터뜨린 은진호(殷振豪) 감독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맨 인 러브>는 사채업자 건달인 아쳉(구택 분)이 병든 아버지의 빚을 갚는 하오팅(허위녕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아쳉(구택 분)의 병으로 인해 결국에는 이어지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주 진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처럼 <맨 인 러브>의 주된 스토리라인은 원작인 <남자과 사랑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맨 인 러브>는 원작의 설정들을 대만 현지의 문화를 반영한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현지화한 덕분에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평이 있습니다. 대만 특유의 정서를 섬세하게 잘 살린 덕분에 원작과 구별되는 매력 역시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아쳉(구택 분)이 사탕수수(甘蔗)를 뜯어먹는 장면, 하오팅(허위녕 분)에게 버블티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장면 등 대만 현지의 문화적 요소들을 잘 녹여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대만 특유의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민난어(閩南語)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지역마다 가리키는 약어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길림성(吉林省)은 길(吉), 베이징(北京)은 북北, 상하이(上海)는 호(沪)로 불립니다. 北京)은 북北, 상하이(上海)는 호(沪)와 같이 각 지역을 나타내는 약어가 있는데, 민난어(閩南語)의 ‘민’(閩)은 푸젠성(福建省)을 가리키는 약어를 의미합니다. 민난어는 푸젠성 남쪽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청나라 시대부터 푸젠성 지역으로부터의 이주가 활발했던 대만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언어 중 하나입니다. 표준어인 만다린과는 발음과 억양이 크게 달라 우리나라의 제주방언 정도의 지위를 가진 사투리인데, 대만 국민의 대다수는 민난어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민난어는 <맨 인 러브> 전반에 걸쳐 등장하며 사투리 특유의 귀여움과 구수함으로 대만 현지의 느낌을 살려줍니다. 

 

1부. 차이나는 해시태그

영화와 관련된 단어를 이야기하는 <차이나는 해시태그> 코너입니다. <차이나는무비플러스> 멤버들은 <맨 인 러브>와 관련된 해시태그로 어떤 단어를 선정했을까요? 



#허위녕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 선택한 해시태그는 하오팅(허위녕 분)을 연기한 '허위녕(許瑋甯)'을 선택했습니다. 이탈리아인 아버지, 대만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위녕은 이국적인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만 내 많은 팬들을 가진 배우입니다. 특히 배우뿐만 아니라 모델로서의 커리어도 훌륭하게 쌓아가고 있는 다재다능한 인물입니다.

극 중에서 하오팅을 맡은 허위녕은 남자 주인공 아쳉(구택 분)의 죽음으로 못 다 이룬 사랑을 하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아쳉을 연기한 배우 구택(邱澤)과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극 중 커플에서 실제 연인으로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이지요. 


#남자가 사랑할 때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선택한 해시태그는 '남자가 사랑할 때'입니다. <맨 인 러브>의 원작인 한국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선택했습니다. 대만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當男人戀愛時인데, 이 역시 남자가 사랑할 때를 직역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삼각형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해시태그로 '삼각형'을 선택했습니다. 인생은 3개의 꼭짓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삼각형’을 골랐습니다. 그 3개의 꼭짓점은 바로 일, 사랑, 술입니다. 이 영화가 일도 사랑도 잃었을 때 남는 것은 술뿐이라는 일종의 인생의 공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꿈꾸미의 주장입니다. 술을 마시다가, 일에 빠지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아쳉(구택 분)만 보더라도, 이 인생의 공식이 꽤나 그럴 듯 하지 않나요? 

 

2부 '차이나는 한 장면’

2부는 '차이나는 한 장면'과 '차이나는 대사'를 담은 코너입니다. 영화 속 기억에 남는 대사나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가지고 이야기나눕니다.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선택한 장면은 아쳉(구택 분)의 형이 아쳉(구택 분)이 죽기 전 보낸 선물을 받는 장면입니다. 원만하지 않았던 형제 사이지만, 이발소를 운영하는 형에게 네온사인을 선물하는 그의 모습은 형에 대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형에게 이발소 네온사인을 선물한 장면은 원작에는 없는 <맨 인 러브>에만 있는 장면입니다. 형이라는 인물 역시 원작에는 없었던 <맨 인 러브>만의 설정이지요. 이런 모습은 서툴지만 책임감있고 의리있는 아쳉(구택 분)의 사랑표현이기도 합니다. 아쳉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하오팅(허위녕 분)의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당부하는데요. 끝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은 책임이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 고른 장면은 볼링장 장면입니다. 아쳉(구택 분)과 하오팅(허위녕 분)이 교제를 시작하고 놀러간 볼링장에서, 아쳉(구택 분)은 사람들 앞에서 하오팅(허위녕 분)을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릅니다. 이 장면은 비교적 사랑 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대만의 문화가 잘 녹아낸 문화이기도 한데요. 만약 한국이었다면 이런 상황을 민망해하기 일쑤인데, 하오팅(허위녕 분)은 오히려 이를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아쳉(구택 분)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사랑 표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만의 문화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3. 맨 인 러브 3부

3부는 '영화 속 그곳에 가고 싶다' 코너입니다. 시즌3 '온더로드'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킬러콘텐츠. 영화를 보고 떠오른 역사, 문학, 음악, 철학은 물론, 스토리를 가진 영화 공간을 소개합니다.


‘꿈꾸미’가 떠올린 대만의 문화는 바로 대만의 장례문화입니다. 3일장을 치르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아직도 장례를 최소 7일장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7일상뿐만 아니라 14일상, 21일상, 28일상까지 있다고 합니다. 약 1달간 상을 치리는 것이지요. 긴 장례기간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장례풍습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편으로 부고장을 보낸다거나 1주일 내내 대신 울며 곡을 해줄 사람들을 고용하는 문화 등은 장례의식을 길게 하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기간뿐 아니라, 대만의 장례식의 분위기 역시 매우 독특하기로 유명합니다. 비교적 정숙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한국의 장례식과 달리, 대만의 장례식은 일종의 축제와 같이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화려한 종이집을 만든다거나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물건들을 관 위에 올려두는 등 고인에 대한 존중이 강조되는 문화이지만, 조문객이 많을수록 고인에게 명예로운 장례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장례에 선정적인 춤을 추는 댄서들이 동원되는 모습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엄숙하게 진행되는 장례가 익숙한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문화이지요. 


허오팅(허위녕 분)의 아버지 장례식 첫날, 비가 오지 않음에도 주인공들이 우산을 쓰고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역시 대만의 장례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산의 ‘산’이라는 글자는 중국어로 헤어진다는 의미의 散(sàn)과 발음이 유사해 이별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즉, 대만 장례식에서 우산은 ‘당신과 헤어지겠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 가게 오픈일에 기념선물로 우산을 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우산이 장례용품인 대만 사람들에게는 이 역시 매우 낯설고 놀라운 것이겠지요?


‘책사’가 선택한 대만의 문화는 바로 버블티입니다! 원작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일(황정민 분)이 주호정(한혜진 분)에게 나중에 치킨집을 차리자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맨 인 러브>에서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바로 버블티 전문점을 차리자는 제안으로 바뀌었는데요. 한국에 국민 음식 치킨이 있다면, 대만에는 국민음료 버블티가 있는 것이지요. 


버블티의 원조가 바로 대만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한국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버블티 전문점들이 생겨났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버블티 전문점 공차 역시 대만에서 출발한 브랜드라고 합니다. 버블티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1986년 타이난의 한린차관(翰林茶館)에서 만들어졌다는 설과 1987년 타이중의 춘수이탕(春水堂)에서 만들어졌다는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밀크티 사랑이 유별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후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문화가 있듯이, 대만에서는 밀크티를 하루에 한 잔씩 마시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자영업’은 대만에서 사용하는 민난어(閩南語)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막달린 중국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자영업도 한국어 자막에 의존했습니다. 대만의 민난어가 만다린과 체계가 달라, 자막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만의 지하철을 타면 안내 방송에 다양한 언어들이 흘러나오는데, 만다린뿐만 아니라 객가어, 민난어 등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민난어는 대만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 중 하나인데, 대만의 인구 구성을 보면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만은 전통적으로 이민국가입니다. 현지 원주민은 소수에 불과하고, 1949년 국민당 정권이 국공내전에 패하면서 그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대만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그 전인 청나라 시대부터 대만과 인접한 지역들, 대표적으로는 푸젠성에서 사람들이 대만으로 간척 이민을 떠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만을 개발해 그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이주한 푸젠성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대만의 인구 구성을 살펴보면, 광동성 위쪽에서 온 객가인뿐만 아니라 장저우(漳州), 취안저우(泉州) 등 푸젠성 출신 사람들이 많아 민난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한편, 최근 들어서 미디어에서 민난어 등 현지어를 사용하는 콘텐츠를 발견하기 쉬운데요. 대만의 민주화를 반영한 현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랜 군부독재 시절이 있던 대만에서는, 표준어인 만다린의 사용이 강제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민난어를 사용한 콘텐츠들의 재등장은, 대만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짐에 따라 토착문화에 대한 환기가 이뤄지며 그간 억압받았던 소수의 언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뜻합니다. 특히 최근 현지 언어들을 사용하는 대만 작품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과 구별되는 독자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써 민난어가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여성’은 영화 중국어 원제를 보고 떠올린 노래 한 곡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마이클 볼튼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When a Man Loves a Woman)>라는 노래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해요

그는 세상을 바꾸려고 해요, 그가 찾은 소중한 여자를 위해 

만일 그녀가 나쁘다고 해도 그는 알 수 없어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그는 남은 한 푼까지 모조리 다 써버려요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붙잡으려고 노력해요, 그녀를.

그는 모든 안락함을 포기하고 비를 맞으며 자요. 

만약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렇게 해야 해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그녀는 그의 영혼 깊숙이 끔찍한 고통을 가져다줄 수도 있어요

만약 그녀가 그를 바보처럼 여겨도 마지막쯤에 알게 돼요. 

사랑하는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 걸.


준 만큼 받을 수 없더라도, 결국 모든 것을 주게 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말하는 가사입니다. 


끝으로 마이클 볼튼의 앨범을 하나 더 추천합니다. 신여성은 이 앨범을 가히 20세기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는데요. 마이클 볼튼의 크리스마스 앨범 <This Is The Time (1996)> 들으시면서 힘든 일이 있던 2022년 잘 마무리하시고, 2023년에는 더 좋은 날들을 맞이하시길 바라봅니다.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는 2023년에도 계속됩니다. 다음에 또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출발~



ㅣ예고편ㅣ

https://youtu.be/n_yPYqmhiYI


ㅣ팟캐스트ㅣ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시려면 팟캐스트 팟빵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3254        


ㅣ네이버 오디오 클립ㅣ

오디오클립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 오디오클립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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