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무비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오늘의 영화는 멀티버스 판타지 로맨스 <상견니>입니다!
일명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사람)' 신드롬을 만들어 낸 대만 드라마 <상견니>(2023)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드라마 <상견니> 흥행의 주역인 배우 가가연(柯佳嬿), 허광한(許光漢), 시백우(施柏宇) 등 출연진 및 제작진이 다시 모여 의기투합해 만든 본 영화는,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 황천인(黃天仁)의 첫번째 영화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누적 조회수 10만뷰를 돌파한 흥행 드라마 <상견니>(2019)를 원작으로 만든 본 영화는, 드라마와 스토리를 확장시키면서도 원작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습니다. 일명 '상친자'들이라고 불리는 팬들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영화 <상견니>는 단일한 세계관을 전제로 하던 드라마와 달리, 멀티버스 세계관을 주축으로 전개됩니다. '내가 속한 세계는 수많은 우주 중 하나이며, 또 다른 우주에서의 내가 이곳의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살아간다'는 멀티버스 세계관은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로 합니다. 특히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고 영화로 <상견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라면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흥행했던 양자경 주연의 <에브리씽 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3)도 멀티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했지요. 이처럼 최근 멀티버스 세계관 영화들이 눈에 띕니다. 최근 타임슬립물은 후회되는 사건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던 기존의 타임슬립물과 달리, 지금 내가 놓여있는 이 곳도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며, 우주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몸을 가진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내가 선택한 길 외에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상상하는 것이 특징이지요.
1부. 차이나는 해시태그
영화와 관련된 단어들을 이야기하는 <차이나는 해시태그> 코너입니다. <차이나는무비플러스> 멤버들은 어떤 단어들을 선정했을까요?
#상친놈 (상견니에 미친 놈)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 선택한 해시태그는 바로 상친놈입니다. 상견니에 미친 사람이라는 의미의 이 신조어는, 드라마 <상견니>가 국내에서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상견니>는 넷플릭스 누적 조회수 10억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편성된 배우들의 내한 무대인사도 불과 2분만에 전석 매진이 되었다고 하네요.
#운명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선택한 해시태그는 바로 운명입니다. 책사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세계관을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그 둘의 사랑은 운명적이었다는 메시지였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책사는 이 영화의 복잡한 세계관이 결국 운명을 이야기한고 말합니다. 이에 신여성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운명과 관련이 깊은 캐릭터는 천원루라고 말합니다. 운명을 거스르기도 하고, 자신을 죽이기도 하고, 소외시키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타임슬립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해시태그로 타임슬립을 선택했습니다.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의미의 타임슬립은 타임루프, 타임리프, 타임워프로 구분됩니다. 타임루프는 같은 시간대가 반복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자고 일어났는데 다시 똑같은 날을 살게 되는 영화가 이에 해당합니다. 타임루프와 유사한 개념인 타임리프는, 영화 속 캐릭터가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어바웃 타임>(2013)이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타임워프는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 스토리입니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시월애>가 이에 해당합니다.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이 중요한 영화에서, 시간과 관련된 상상력들이 이런 장치들을 만들어낸 동력이 아니었을까요? 시간을 편집해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시간을 뒤섞는 과정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하나의 장르처럼 정착시킨 결과 오늘날 타임슬립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타임슬립물에서는 공간이 매우 큰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나라 드라마 <시그널>, <나인>의 경우만 떠올려봐도 그러하죠. <시그널>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무전기를 통해 연결되고, 각기 다른 시간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나인>도 네팔의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향초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이처럼 타임슬립물에서는 특정 시점으로 이동하게 도와주는 공간이 매우 중요한데, <상견니>에서는 레코드 가게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워크맨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타임슬립의 계기가 되는 워크맨을 해시태그로 선택했습니다. 영화에서 이 추억의 물건, 워크맨을 판매하는 레코드 가게는 시간을 뛰어넘는 공간으로 나오지요. 특히 이 영화에서 레코드 가게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레코드 가게에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떠올려보세요. 계속 돌면서 감아지는 이 카세트테이프는, 다시 재생이 가능할 뿐더러 리와인드도 가능하고 뒤로 돌아가기도 가능합니다. 특히 앞면, 뒷면 모두 가지는 테이프는, 인생을 두 번, 세번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살 수 있다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인 장치이기도 합니다.
2. 차이나는 한 장면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리쯔웨이(허광한 분)가 비오는 날 천인루(가가연 분)의 뒷모습을 그리는 것을 차이나는 한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극 중 천인루(가가연 분)는 엄마 대신 동생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범생이지만, 학교에서 소외되어 내면에 억눌린 것이 많은 아이로 나옵니다. 천인루(가가연 분)의 몸에 황위시안(가가연 분)이 들어가면서, 리쯔웨이(허광한 분)가 천인루(가가연 분)를 좋아하게 됩니다. 사실은 천인루(가가연 분)가 아니라 황위시안(가가연 분)을 게 된 것이지요. 본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 황위시안(가가연 분)은 리쯔웨이(허광한 분)에게 자신은 천인루(가가연 분)의 몸에 들어있지만 천인루(가가연 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리쯔웨이(허광한 분)는 그런 황위시안(가가연 분)을 잊지 않으려고 네가 미래로 가더라도 너를 알아볼 수 있다면서 그림을 그려두죠. 이는 이후 황위시안(가가연 분)이 일하는 밀크티 가게에 리쯔웨이(허광한 분)가 찾아와 노래를 묻는 장면과도 이어집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레코드 가게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니의 워크맨으로 노래를 들었던 신여성에게도 레코드 가게는 향수의 공간인데요. 시간을 돌리고 되감는 영화의 세계관이 레코드, 테이프와도 딱 맞아떨어집니다. 특히 넷플릭스의 여유있는 제작환경 덕에 잘 살아난 레코드 가게의 디테일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입니다.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 선택한 장면은 <last dance>가 흘러나오는 장면입니다. 작년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해 큰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1996년 우바이(伍佰)의 <last dance>도 상견니를 통해 역주행한 곡입니다. 대만 특유의 진한 억양이 매력적인 곡입니다. 잠시 가사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러니 잠시 눈을 감아봐
어둠속에서 떠도는 나의 기대
평온한 얼굴은 찬란하게 빛나고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3부 차이나는무비 온 더 로드
봉남고등학교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가 소개하는 장소는 <상견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타이난의 봉남고등학교입니다. 타이난은 대만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대만 남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만의 동쪽은 바람이 많고 태풍이 잦기 때문에, 주요 도시들은 주로 동북쪽, 서쪽 라인을 따라 발달했습니다. 지룽, 타이페이, 신주, 타이중, 타이난 순으로 위치해있습니다. 가장 남쪽에 위치한 타이난은 대만의 남부 문화를 많이 갖고 있는 도시입니다.
오늘 소개할 장소인 봉화(鳳和)고등학교는 극중 봉남(鳳南)고등학교 촬영지입니다. <상견니> 팬덤 이름도 극중 학교 이름을 따서 펑난 소대(鳳南小隊)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봉화(鳳和)고등학교는 드라마 <상견니>가 대히트를 친 후 팬들에게 성지가 된 학교입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학교 측에서도 이를 환영하며 극 중 주인공들이 다니던 3학년 8반 교실도 관광객들에게 개방해주었다고 하네요.
<상견니> 주인공들이 다니던 봉남(鳳南)고등학교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비화가 있습니다. 맨 처음 제작진이 학교 측에 촬영 허가를 받을 때, 학교 측에서 흔쾌히 허가를 해주며 대신 조건으로 극중 학교의 이름을 실제 학교명인 봉화(鳳和)를 그대로 사용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극중 학교 이름을 봉화로 설정해 사용하던 중 드라마 <상견니>에서 해당 학교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측에서 수정을 요구해 이름을 살짝 수정해 봉남(鳳南)고등학교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기존 봉화에서 두번째 글자만 타이난의 '남(南)'자를 따서 봉남으로 변경한 것이지요.
또한, 타이난에 가시면 모쥔제(시백우 분) 할머니가 하시던 빙수집, 용천병점 (龍泉冰店)도 직접 다녀와볼 수 있습니다. 모쥔제(시백우 분)가 큰 사건에 휘말릴 때 할머니가 모쥔제(시백우 분)를 믿어주며 꾸준히 지지해주는 뭉클한 장면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지요. 타이난에 방문하시게 된다면, 리쯔웨이(허광한 분)처럼 '단팥 우유 빙수에 푸딩과 연유 두 번' 넣어 빙수를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자막달린 중국 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이 추천하는 장소는 타이페이 101입니다. 타이페이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진 101층의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타이베이 세계금융센터입니다. 매년 새해마다 신년맞이 불꽃놀이가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극중에서도 리쯔웨이(허광한 분)와 황위시안(가가연 분)이 정식으로 교제하기 전, 타이베이 101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장면이 나오지요.
2003년 완공해서, 2004년 12월 31일에 개장한 타이베이 101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2010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828m의 부르즈 할리파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했지요. 지진대에 위치한 대만은 일본과 지리적 조건이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대만에 이런 고층건물을 세우는 건 흔치 않아, 타이베이 도심사진을 보시면 타이베이 101만 유독 높이 솟아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101에는 윈드댐퍼라고 불리는 매우 큰 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진동완충장치로, 지진이 발생시 추가 흔들리며 건물이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건물 외관 디자인도 독특합니다. 여덟 팔자를 뒤집어서 대나무 모양으로 포개놓은 외관 디자인도 매우 유명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대나무를 매우 좋아하는데, 대만도 대만 문화를 설명할 때 대나무의 꼿꼿한 기개와 절개를 많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방문하시게 되시면, 외관도 주의깊게 살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또, 건물 내에는 딘타이펑 본점도 위치해 있으니 방문하시게 되면 딘타이펑도 들러주세요.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소개하는 건물은 중국 상해에 위치한 동방명주입니다. 극 중에서는 천인루(가가연 분)와 사랑에 빠지는 양하오(김세가 분)와 관련이 깊은 동네이기도 하지요. 양하오(김세가 분)는 대만에 잠시 출장을 온 상해 사람으로 나옵니다. 앞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두 곳을 설명해드렸는데요, 세번째 높은 건물은 이 상해에 위치해있습니다. 상해에 위치한 상하이 세계금융센터이지요.
소개드릴 곳은 와이탄에 위치한 동방명주로, 상해에 가면 필수 관광지이기도 하지요. 와이탄은 청나라 말기, 중국의 경제적 이권을 침탈했던 서구 열강들의 조계지입니다. 중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통용 지역이었지요. 그래서 와이탄에 가보시면 고풍스러운 서구식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와이탄은 외국기업이나 금융기업들이 많이 위치한 상해의 노른자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해에 방문하시게 되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와이탄에서 동방명주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는 다음에 또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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