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무비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오늘 다룰 영화는 2021년 개봉한 대만 영화 <폭포, 瀑布>입니다.
청몽홍(鍾孟宏) 감독이 연출하고 가정문(賈靜雯)과 왕정(王淨)이 주연을 맡은 영화 <폭포>는 2021년 대만에서 개봉한 작품입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이 추락하고 있던 시기, 팬데믹이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작과 흥행에 모두 성공한 영화입니다. 7천만 대만달러(약 28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저예산 영화이지만, 2021년 58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쾌거를 이뤘습니다.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만영화계를 지탱해준 귀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대만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 <폭포>는 엄마와 딸이 사는 집에서 일어난 가족사를 다룹니다. 이혼, 실직, 고립, 외로움 등 도시인의 삶을 다루는 이번 영화는, 특히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입니다. <폭포>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해시태그로 읽는 영화 이야기
#마스크
책을 사랑하는 '책사'가 선택한 해시태그는 마스크입니다. 본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실을 반영하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정에서 특히 눈빛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눈빛연기를 통한 배우들의 감정표현이 매우 강렬하게 전달되는 영화입니다.
‘신여성’은 이러한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엄마의 실직, 아빠의 바람, 기울어가는 가계와 같은 서사는 코로나19가 없더라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영화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중에는 엄마와 딸이 거주하는 집이 가림막 역할을 하는 방수포에 두 달간 가려져 있는데, 이러한 방수포가 고립과 같은 상황을 비유한다는 점을 본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마스크, 자가격리와 같은 코로나19의 상징물들이 이 시대를 기록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집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해시태그로 집을 선택했습니다. 꿈꾸미는 <폭포>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간들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합니다. 공사를 위해 방수포로 뒤덮인 아파트의 외관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리가 처했던 상황, 즉 단절과 고립을 묘사합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침전하는 상황, 심지어 집 안에서 가족들끼리도 서로 격리를 하게 되는 상황을 시사합니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고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따로따로 지내야 한다는 상황 말이죠. 그런 면에서 코로나-19는 이 영화의 배경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신경증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신경증이라는 해시태그를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는 도시공간이 히스테리를 유발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도시 공간이 제시하는 규격에 맞춰 삶을 강요받는 도시인들은, 도시 공간에서 위로를 받기보다는 히스테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아짐에 따라 도시의 공간들에서는 익명의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고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강남역 사건, 구의역 사건 등 지하철이라는 도시 공간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이러한 예가 되는 것이지요.
정신병원에 입원한 핀웬(가정문 분)이 바라보던 드가의 그림과 이를 해석하는 장면은, 앞만 보고 달리던 능력있던 커리어우먼이던 핀웬(가정문 분)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속도에 집중했다던 드가에 대한 설명은, 핀웬(가정문 분)의 정신질환이 방향을 모르는 채 달리기만 했던 도시인들이 겪게 되는 '속도의 병'이라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천스증
자막달린 중국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은 대만의 '코로나 영웅', 전 보건복지부 장관 천스중(陳時中)을 선택했습니다. 코로나-19를 반영한 본 영화에는 실제 뉴스 장면들도 등장합니다. 당연히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천스중(陳時中)도 등장하게 되는데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의 상황 속에서도 대만은 적절한 대응으로 방역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곳이었죠. 그 중심에는 전염병 대응체계를 정비한 보건복지부 장관 천스중이 존재합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과 같은 인물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천스중은 2022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타이베이 시장 민진당 후보로도 출마했던 분입니다. 대만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해시태그로 선택했습니다.
차이나는 한장면
<차이나는무비> 멤버들은 <폭포>에서 어떤 장면에 주목했을까요?
책을 사랑하는 ‘책사’는 엄마와 딸이 합세하여 마트 계산대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손님과 싸우는 장면을 골랐습니다. 핀웬(가정문 분)은 과자봉지가 작아졌다며 슈퍼 직원에게 화를 내는 다른 손님의 뒷통수를 때리고 일침을 가합니다. 이때 딸 샤오징(왕정 분)도 엄마 편을 들며 동시에 그 손님과 맞서는데요. 영화 전반부만 하더라도 관계가 좋지 않던 엄마와 딸이 한 편이 되어 싸우는 장면은 관계의 회복, 하나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지갑은 텅 비었지만 지식은 충만한 ‘신여성’은 집 안에 뱀이 있다는 핀웬(가정문 분)의 말에 샤오징(왕정 분)이 소방관을 부르는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당시, 핀웬(가정문 분)의 주치의는 딸 샤오징(왕정 분)에게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관점에서 이해해볼 것'을 조언합니다. 이에 샤오징(왕정 분)은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는 엄마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엄마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데요. 샤오징(왕정 분)의 이러한 노력이 빛나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뱀과 관련된 장면이었습니다.
핀웬(가정문 분)이 정신병동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샤오징(왕정 분)은 핀웬(가정문 분)은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텔레비전 쪽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샤오징(왕정 분)이 핀웬(가정문 분)에게 왜 그러고 있는지 묻자, 핀웬(가정문 분)은 집에 뱀이 있다며 혹시라도 샤오징(왕정 분)의 방으로 들어갈까 걱정이 되어 뱀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하죠. 고급아파트에 뱀이 있다는 핀웬(가정문 분)의 말은 다소 의심스럽지만, 샤오징(왕정 분)은 ‘소방관을 부르자’는 엄마의 말을 따릅니다. 집에 뱀이 있다는 핀웬의 말은 믿기 어려웠지만, 실제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엄청 큰 뱀을 찾아내죠. 두 달간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방수포를 타고 뱀이 올라온 것이라면서요. 따라서 이 장면은 핀웬(가정문 분)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믿어주는 딸 샤오징(왕정 분)의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으로, 단절되어 있던 엄마와 딸의 관계가 회복된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여성은 이 장면을 감독의 세심한 위트가 드러나는 장면이라 평합니다. 극중 이웃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조차도 고급아파트에 뱀이 있다는 핀웬(가정문 분)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지 못할 것을 알고 일부러 속임수를 쓴 것이라는 거죠. 이런 장면들은 아픈 엄마를 돌보는 착한 딸, 이혼한 집에 남겨진 엄마와 딸, 슬픔과 연민과 같은 어쩌면 뻔한 서사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의 중간 중간마다 리듬을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막달린 중국영화는 필요없는 ‘자영업’은 마지막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핀웬(가정문 분)과 샤오징(왕정 분)의 관계가 회복된 후, 딸 샤오징(왕정 분) 고등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계곡으로 물놀이를 갑니다. 그런데 댐이 예고없이 방류되면서 샤오징(왕정 분)은 물길에 휩쓸려가게 됩니다. 샤오징(왕정 분)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던 그 때,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옷을 통해 샤오징(왕정 분)이 구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 장면이 나오면서 핀웬(가정문 분)은 딸의 생사를 확인하개 됩니다. 핀웬(가정문 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끝나는 이 장면을 가장 흡입력있던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이 장면 역시 감독의 속임수 중 하나였는데요. 친구들과 계곡에 있던 바위 위에서 놀던 샤오징(왕정 분)은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난 상황에 결국 급류에 휩쓸려갑니다. 이처럼 샤오징(왕정 분)의 생사가 불투명해진 장면을 보여준 후, 마지막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고급 아파트는 과거를 상징하고 딸 샤오징(왕정 분)은 핀웬(가정문 분)의 미래를 상징한다는 평론도 있는데요. 집은 팔았지만 딸은 살아남았다는 스토리가 핀웬(가정문 분)의 새로운 삶이 이어질 것을 의미하는 것이란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잠도 많은 '꿈꾸미'는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방수포가 철거되면서 집 안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핀웬(가정문 분)과 샤오징(왕정 분)의 관계가 호전되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핀웬(가정문 분)이 환각, 환청에 시달릴 때의 아파트 내부는 매우 어두컴컴합니다. 샤오징(왕정 분)이 접시에 bitch라는 욕을 써둔 것도 핀웬(가정문 분)이 본 환각 중에 하나인데요, 이는 핀웬(가정문 분) 마음 속에 쌓인 분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핀웬(가정문 분)의 시끄러워진 속이 어둡고 어지럽혀진 집으로 그려지고 있기에, 집 내부로 빛이 들어오는 장면은 핀웬(가정문 분)과 샤오징(왕정 분)의 관계회복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한편 이 영화에는 대만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잘 담겨있는데요. 빨간 장미를 선물해주는 마트 본부장, 오랫동안 일한 정으로 불난 집을 함께 청소해주시는 가사도우미 선생님까지,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장면들도 무척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대만에서의 장소 이야기
이번에는 <차이나는무비>의 세번째 코너, 대만에서의 장소 이야기입니다.
‘꿈꾸미’가 소개하는 장소는 타이베이에 위치한 영화관 광점화산영화관(光點華山電影館)입니다. 타이베이 중산구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들이 있는 곳입니다. 본래 미국의 주 타이베이 총영사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이 개조된 곳이기도 하지요.
이곳은 에드워드 양(楊德昌), 차이밍량(蔡明亮)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 시대를 대표하는 ‘3대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허우샤오시엔(侯孝賢)이 운영하는 영화관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방문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신여성’은 코로나19 비대면 시기를 맞아 일종의 랜선로드를 준비했습니다. 신여성은 2017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한 <Life in a day>라는 작품을 떠올렸습니다. 리들리 스콧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3대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감독입니다. 2010년 7월 24일, 전 세계인의 하루를 기록한 9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와 유튜브를 통해 개봉된 바 있습니다.
한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동명의 이름으로 시즌2가 기획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격리된 사람들이 각각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묻자는 의도에서 제작되었는데요. 2020년 7월 24일 세계 곳곳에서 올려준 영상을 취합해 케빈 맥도날드 감독이 직접 편집한 작품입니다.
시즌1을 통해 본 2017년의 지구인의 하루는 주로 재미있고 신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첫 면도, 구애, 축제, 은혼식 등 밝은 내용들이 담겼다면, 시즌2에서는 혼자 수영하는 모습,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 코로나19 팬데믹 속 열악한 상황들이 보여집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연대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인의 하루를 살펴보고 싶다면 <Life in a day 2020>를 추천합니다.
‘책사’는 영화 제목을 따라, 대만에서 가장 큰 폭포인 스펀 폭포를 소개합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주인공들이 천등을 띄우던 장소가 바로 스펀 (十分)인데요, 천등을 띄우는 관습은 오지에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관광명소로 유명한 지우펀(九份) 바로 옆에 위치한 곳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높은 산들이 많은 대만에는 폭포도 많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산들의 해발고도가 2~3000m라면, 대만에는 3000m가 넘는 산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스펀에 위치한 폭포는 대만의 최대규모의 폭포로, 대만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도 불립니다. 높이 20m, 폭 40m의 거대한 규모의 폭포입니다. 예류와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함께 다녀오는 예스진지투어를 통해서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자영업이 선택한 장소는 까르푸입니다. 까르푸는 핀웬(가정문 분)이 일하던 정신병동에서 퇴원한 후 일하게 된 마트입니다. 한국에서 까르푸는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렸죠. 1994년 설립, 1996년 부천 중동신도시에서 시작된 까르푸는 2006년 이랜드그룹에 매각되어 국내에서 철수했습니다. 한국에서 까르푸는 철수한 상황이지만, 중화권에서는 나름 견고한 입지를 다진 프랑스계 마트입니다. 대만 까르푸에 방문하시게 되면 펑리수와 누가크래커를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는 다음에 또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가자 가자! 길 따라 영화 따라 <차이나는무비on the Road>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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