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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란 Mar 16. 2023

《공간의 생산》을 읽고

오늘의 독서노트



‘문화공간’ 연구의 핵심 이론가로 앙리 르페브르를 들 수 있다.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는 프랑스의 마르크스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이다.  일상생활의 비평의 선구자, 변증법적 유물론, 마르크스주의 소외론, 스탈린 주의, 실존주의,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한 인물로 알려진 인물이다. 프랑스 랑드에서 태어났다. 신파리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20년 졸업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1901년 6월 16일에 태어나 1991년 6월 29일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마지막 저서는《리듬분석》이다. 르페브르의 연구는 그의 생애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는 전 생애에 걸쳐(1901∼1991) 프랑스가 근대화되고, 산업화되며, 도시화되는 것을 보았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 소농들이 향유하던 전통적인 삶이 급속히 파괴되는 현상을 지켜보아야 했다.(by 위키피디아) 


1920년대 초반은 프랑스 대중들이 산업화의 양식으로 재편되던 일터로부터, 그리고 관료적 양상으로 재조직되던 시민사회로부터 소외를 겪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런 상황이 르페브르로 하여금 소외 문제에 천착하도록 했고, 또한 마르크스와 헤겔의 철학과 사회비판 이론에 관심을 갖도록 하였으며, 나아가 그를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르페브르의 경력에는 커다란 공백이 발생하였다. 그의 저서와 원고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비시(Vichy) 정부에 의해 소각되었으며, 종전 후에도 공산주의 관련 저술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지적 중심부로부터 벗어난 상황에서 그는 프랑스 농촌의 변화에 관한 학위논문을 가까스로 마쳤다. 그러나 학위논문이 La vallée de Campan - Etude de sociologie rural(1963)으로 발간되면서 그는 농촌사회연구의 창시자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 르페브르는 낭따르(Nanterre) 근교의 한 신흥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게 되었고, 1968년 학생들이 소르본(Sorbonne)과 레프트 뱅크(Left Bank)를 점령했던 사태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인물이 되었다. 낭따르는 그가 근대 도시생활의 소외 문제를 비판할 수 있었던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그는 도시, 자연, 지역의 고정관념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구성물에 관해 비판적 입장으로 보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도시쟁점들이 학문적으로 세분화하는 현상, 이를테면 계획학, 지리학, 조사방법론, 건축학, 사회학, 심리학 등으로 나뉘는 것에 대해 커다란 회의를 제기하였다. 르페브르의 이론은 일상생활과 도시 사이에 사는 인간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세운 인간주의의 핵심은 일상생활의 ‘소외조건’을 비판하는 데 있었다. 그는 1930년대 후반 노버트 구터만(Nobert Gutterman)과 함께 이를 발전시키면서 그 결과를 1947년《일상생활의 비판(Critique of Every Life)》으로 출판하였다. 르페브르는 ‘일상성(Everydayness)’ 혹은 ‘진부함(banality)’을 근대성의 한 측면인 정신의 황폐화로 해석하는 마르크스적 전망을 따랐다. 인간의 소외 문제를 다룬 또 다른 철학자로는 하이데거가 있다. 하지만 르페브르는 하이데거와는 달랐다. 하이데거는 일상성 혹은 진부함을 형이상학적이거나 정신적인 문제로 간주했던 사람이었다. 반면 르페브르는 마르크스적 분석을 확장하여 새로운 형태의 소외를 발견하였다.

《일상생활의 비판》에서 가장 큰 변화는 르페브르의 비판이 일상생활 영역이나 가정과 사회 전반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부터 도시생활에 관한 전면적인 분석으로 옮겨간 점이다. 그의 도시생활에 관한 비판 작업은 모든 도시민은 ‘도시에 대한 권리(a right to the city)’를 갖는다는 데서 시작된다. ‘도시에 대한 권리’ 즉 도시권은 도시 일상생활이 쇠퇴하는 위기에서, 실존적 고통에 대한 반대작용에서 비롯되었다. 또 도시권은 이 위기를 똑똑히 직시해 대안적 도시생활을 창조하라는 명령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요구되었다.

도시민은 쇠퇴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대안적 도시생활을 창조하는 것도 도시에 대한 권리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르페브르가 말하는 대안적 도시생활이란 덜 소외되고, 더 의미 있고 활기 넘치는 것을 말한다. 

그 당시 프랑스는 1848년 2월 혁명 결과 공화정을 뒤엎고 루이 보나파르트가 황제가 되어 나폴레옹 3세의 칭호를 얻는 등의 정치적 격변기였다. 나폴레옹은 정치적으로는 자신에 반대하는 정치운동을 대대적으로 탄압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국내외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였다. 파리의 도시기반시설을 재편성하는 사업도 그 일환이었다. 나폴레옹 3세는 1853년 조르주 외젠 오스만(Georges Eugene Haussmann)에게 도시기반시설 재편성 사업을 추진하라고 명령하였고, 오스만은 ‘도시공간의 형성’이라는 과제 아래 도시개발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파리는 ‘빛의 도시’가 되었고, 소비, 관광, 쾌락의 일대 중심지로 변모하였다. 카페, 백화점 등이 세워지고, 패션산업이 번성하며, 대형박람회 등이 개최되면서 파리 시민의 생활양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파리 대개조를 뒷받침했던 금융 시스템과 신용구조가 과잉 팽창하면서 점차 투기적 성격을 띠게 되었고, 결국 1868년 도시재정이 파탄 나고 말았다. 오스만이 파괴한 기존 도시 체계와 파리 대개조 사업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되찾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열망이 원동력이 되어 파리 콤뮨대회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르페브르도 같은 이유로 이 대회에 가담하였다. 비록 이 대회는 실패로 끝났지만 파리 콤뮨대회를 통해 도시화 속에 인간의 기본 권리와 가치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르페브르는 도시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소외의 모습을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서 진정한 공간의 모습을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공간의 생산》이다.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간의 생산》에서 르페브르는 공간을 지각공간, 개념공간, 생동공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 번째로 ‘지각공간(Espace conçu; The conceived)’은 일상생활이나 상식적인 감으로 인지되는 일상적 공간이다. 

두 번째는 ‘개념공간(Espace perçu; The perceived)’이다. 공간의 전문가나 이론가들이 설정하는 공간으로 기획공간을 말한다. 여기는 지도제작자, 도시계획가, 부동산투자자와 같은 공간 전문가들이 기획하는 공간이다. 

세 번째 공간은 ‘생동공간(Espace vécu; The lived)’이다. 사람다운 삶이 구현되는 조건이 실현되는 공간을 말한다. 생동공간은 사람들이 상상 혹은 예술과 문학 등 문화를 통해 살아 있는 공간을 말하며, 대중적으로 감지되는 ‘지각공간’이나 여느 도시계획자들이 규정하는 ‘개념공간’을 넘어서는 삶과 공간화의 일체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을 말한다. 생동공간은 문화예술이 있는 나다움의 공간을 말한다. 생동공간은 재현의 공간이라고도 한다.      


르페브르의 공간 개념을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 개념도

   

르페브르가 말하는 생동공간은 사람들의 상상 혹은 예술과 문학을 통해 살아 있고, 또한 접근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생동(체험)공간 혹은 재현의 공간을 통한 나다움의 재현·구현(공간의 재현)은 궁극적으로 니체가 말하는 ‘완전한 인간’의 구현을 전제한다. 이는 공간과 삶의 일체화를 의미한다. 그의 공간 개념은 이런 점에서 공간성(공간 속에 사회적 삶이 녹아 있는 성질)을 뜻한다.


르페브르가 말한 생동공간은 공간의 성격에 대한 기존의 철학적 논쟁을 넘어섰으며, 공간 내(in)에 사람이나 사물을 중심으로 연구한 인문지리학, 도시계획, 건축분야의 논의도 뛰어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생동공간의 모습이 문화적 도시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르페브르의 공간 개념을 도시재생과 연관지어보면, 도시 내에 있는 건물들이 1차적 공간=지각공간이라면, 그 안에 목적을 가진 공간을 ‘개념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문화적 가치가 주어진 공간을 생동공간이라 할 수 있다. 르페브르가 말한 '공간적 실천', '공간의 재현', '재현의 공간' 이 세 가지가 서로 결합하여 복합적이며 유동적인 모습으로 도시 내에 나아가 우리 삶에 드러난다.    




References

앙리 르페브르. (2011). 공간의 생산. 양영란 역.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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