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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기자의 긁적끄적 Sep 22. 2020

슬픔이 글이 되도록, 허락해준 분들에게

경향신문 <짧은 숨의 기록>

누군가의 비극으로 글을 쓴다. 누군가의 죽음을 캐물어 기사를 쓴다. 딜레마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걸 쓸 때도 몸 한 쪽이 내내 무거웠다. 아이들을 살려보려고 나름대로 애썼던 사람들을 만날 땐 더 그랬다.

어느 저녁에 선배가 말했다. 그래도 이 기획을 잘 써내서 뭔가 바뀌면, 죽을뻔한 아이들 몇 명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겠냐고. 그 말이 든든한 무게추가 됐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아이가 살고 죽는다. 안전한 곳에서 느끼는 한가한 걱정은 조금 줄여보기로 했다.

실제로 뭐가 얼마나 변할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아동학대 기획기사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바뀐 건 별로 없었다. 어디 아동학대뿐일까. 아무리 떠들어도 계속 반복되는 문제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널려 있다. '기사 하나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그래서 믿지 않는다.

대신, '내 글로 누군가의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말만큼은 철썩같이 믿는다. 솔직히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결국 자기 눈에 비친 자기만의 세상을 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씩, 천천히 확실하게 설득해가는 일. 1인분씩의 세상이 바뀌다 보면, 거창해보이던 뭔가도 기어코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거기 하나 보탰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하튼 그 노력의 가치를 누군가 인정해줬다. 이끌어주고 다독여주고 힘 나눠준 선배들과 동기에게 너무 고맙다.


무엇보다, 각자의 슬픔을 기꺼이 내게 나눠준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다. 때로 무례했을 내 질문에 답해준 당신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당신들의 기대를 기꺼이 오랫동안 짊어지고 가겠다. 끈질기게. 뭐든 한방에 끝나는 건 없으니까.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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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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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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