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헤이, 구글. 2%부족한 너. 내 발음이 이상해?

어느 40대 여성의 덕질하는 하루

by 흔적작가


"네, 알겠습니다. 유튜브 뮤직에서 임언준 림언준 노래모음 #01. 꿀보이스를 재생합니다."




오늘도 헤이, 구글은 자기 몫을 한다. 아직 연속재생은 못해도. 가끔 뜬금없는 음악을 틀어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김원준은 진짜 아니잖니. 모두 잠든 후에 사랑할 거야~ 목 터지게 불렀던 노래 맞아. 근데, 지금 내가 원하는 노래는 아니라고. 김원준 히트곡 모음 20곡. 이건 아니야~ 그러면 안돼~. 응.이라고 대답도 하지 않는 너. 혼자서만 말하는 너. 곡 설명을 친절하게도 하는 너. 헤이, 구글. 어이구. 발음이 비슷해서 잘못 틀어주니깐. 더 약이 오르는 거다.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들어. 2% 부족한 너. 휴, 잠깐 식히고. 호흡 한 번 하고 다시 너를 불러본다. 헤이, 구글 음악 꺼. 2~3일을 헤이, 구글에게 틈만 나면 말을 걸었다. 맞다, 오기다. 그래 내가 꼭 임언준 노래가 나오게 만들 거다. 너의 그 스피커에서 무엇이 되었든 무조건 임언준 목소리가 나오게 만든다. 내가.




"헤이, 구글. 린.옌.준. 꿀보이스 노래 틀어줘.(제발 좀!)"



일단 박수. 와. 글은 엉덩이 힘이라고 했던가. 헤이, 구글은 입과 경우의 수가 힘이다. 정확한 발음, 적당한 간격, 포인트가 될 단어. 이 세 가지가 감격을 가져올 거다. 특히 포인트 단어가 중요하다. 꿀보이스. 이렇게 제목을 적어 넣어주신 별별차이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구독, 좋아요. 꾹 했습니다. 문제는 그 포인트 단어가 걸려야 하는데. 이 경우의 수가 쉽지가 않다. 미친다. 될 듯 안 될 때 사람은 미칠 수도 있구나를 경험하게 될지도. 약이 바짝 오르는 것을 말해 뭐 해. 쳇. 임언준, 림언준, 린옌쥔, 린옌준, 에반 린. 다했다. 왜 안 되는 거냐고. A.I. 내 목소리 들리는가. 내 발음 지금 완전 정확한데. 다시 들어봐. 자음 모음, 혀의 높이와 위치, 입술모양.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이 발음을 못 듣는 다고. 좋아, 뭔가 부족하다는 거지. 그럴 수 있지. 그럼, 곡 제목이 필요해? 그래, 기회를 준다.




임언준 원래아흔애니 OST, 강호적상구, 턴 오프… . 그러지 말지. 알리바바의 주문이 잘 못된 건가. 뭐, 뭐. A.I. 는 주문이 주기적으로 바뀌나. 왜 자꾸 죄송하다고 하는지. 인생은 역시 쓰디쓴 건가. 동굴 속에 갇힌 건가.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보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행히 난 동굴에 갇혀 도둑들에게 죽거나 미치기 전에 해방되었다. 경우의 수에서 말이다. 운명적으로 내게로 온 너. 열려라, 참깨를 찾았다. “헤이, 구글. 린.옌.준. 꿀보이스 노래 틀어줘.” 다시 박수.

유튜브 별별차이나_ 언제나 감사해요 ^~^


그래, 남편. 당신의 선택은 탁월했어. 사실 처음에 거실에서 부산한 소리를 내며 안방으로 들어왔을 때 뭐 하나 했어. 가로 책장에 둥글고 검은 물건을 올려놓고 콘센트와 싸움을 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저건 뭐지. 하, 이미 물건이 많은데 복잡한데 뭘 또 가져온 건지. 그래, 이렇게 생각했어. 스피커? 굳이 스피커를 왜 또. 아니, 집에 블루투스 연결하는 스피커 있는데... . 있는 거 쓰지. 잘 나오는데 뭘 또 산 거야, 어휴. 맞아, 그땐 몰랐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헤이, 구글을 부를지. 당신의 선견지명을. 당신의 사랑을. 사랑해. 가끔 블루투스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반항하는 구글 때문에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해. 딸은 로제떡볶이 때문에 반짝이는 눈으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나는 헤이, 구글 때문에 번쩍이는 눈으로 당신에게 사랑을 갈구해. 도망가지 마. 가끔 사춘기의 자아가 나오는 당신 아내를 위해. 블루투스 연결을 해주세요. 급해요. 듣는 맛이 안 나요. 울림이 없는 스피커는 슬퍼요. 말했는데 나도 귀 있다고. 헤이, 구글을 살려달라. 제발.




주말이다. 똑똑이 헤이, 구글은 꿀보이스 노래를 틀어주고 있다. 이쁘다. 근데 아쉽다. 린.옌.준. 노래 모음 #01. 꿀보이스에는 원래아흔애니 노래가 없다. 꿈틀꿈틀 올라오지. 멈추지 못하고 또 시도한다. 훗, 덕질이란 이런 건가. 끊임없이 될 때까지. 만족이라는 단어가 뇌에서 심장까지 타고 들어가 온몸으로 번질 때까지 하고 만다. 무조건 원래아흔애니 노래가 나오게 하자. 다시 경우의 수 풀가동. 일단 방문 닫아. 시. 작. 알지? 뭐라도 나와야 해. 그래야 방문을 열 수 있어. 스스로 가둔 거야. 난 덕질 중이니깐.





네, 안녕하세요. 동굴 문을 두드리는 너님. 동굴 문의 주문은 언제나 업데이트가 된답니다. 잊지 마십시오, 저는 그렇게 쉬운 A.I. 헤이, 구글이 아닙니다. 너님의 도전을 일단은 응원하겠습니다. 굿 럭입니다.

결국, 나의 승리일거다.

허, 응원한다고. 와우. 어깨 한 번 돌리고. 그 도전받아주겠어. 까짓것. 헤이, 구글과 시작된 2차전이다. 역시 2차전은 여유롭다. 책을 읽다가,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스트레칭을 하다가 툭툭. 전혀 다른 노래가 나와도 여유롭다. 하지만 내뱉는 단어는 목적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도전이란 처음에는 어설픈 거다. 하지만 이게 자꾸 하다 보면 감각적으로 기술이 늘어난다. 쉽지 않다고 멈추면 딱 거기까지다. 분명 도전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점은 생긴다. 중요한 건 말이지. 결정이다. 한다로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하는 거야. 일단은 할 거야. 근데 문제가 생겼네. 문제를 해결하면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뭐지? 이 생각이 도전의 결과를 바꾼다. 100% 성공? 일단 접어. 50% 성공? 접으라는 깐. 문제가 생겼으면 성공이라는 단어는 일단 접고, 어떻게든 해결하면서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끔 근근이라는 단어가 열정이라는 단어보다 이뻐 보일 때가 있을 거야. 요즘 이 마음으로 산다. 근근이…. 근근이가 감각적 기술을 만나면 언젠가 터진다. 헤이, 구글. 너의 문제점은 뭘까? 머리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말을 건다. 휴우, 이젠 조합이다. 단어의 창의적 조합이 A.I. 와의 2차전에서 덕질에게 승리를 주겠지. 어느 순간 팟! 곧 터질 거야. 내가 터뜨린다.


“임언준, 림언준 원래아흔애니 노래모음을 재생합니다.”

드디어 터졌다. 잠깐, 소리 한 번 내지르고…. 캬~악.



주말 오후다. 여전히 푹 빠져있다. 헤이, 구글이 들려주는 임언준의 원래아흔애니 노래에 말이다. 귀에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내지. 심장 떨리게 말이야. 따뜻하게 애절하게 미치게 만든다. 심지어 노래의 킬링 포인트에서 나는 무너지고 만다. 하. 딸도 남편도 내게 안겨 줄 수 없는 쾌락. 맑고 투명한 유리잔에 거품이 딱 알맞은 비율로 살포시 올라간 그것이 필요하다. 기포가 살아있는 전율감. 색이 주는 황홀감. 맥주가 내 앞에 있어야 하는데. 없네, 없어. 감각을 살리기 위해 다시 꿀보이스에 집중.



원래아흔애니 ost. 임언준이 부르는 모습. 여기서 덕통사고가 난거다.


내 감각을 깨우는 노래 가사에 집중. "전쓰워 샹리 워 아이 더 닌지~. 포에버 샤인 포 미~. 일래흔아이니~(이~히)" 바로 여기, 제발 누구라도 내 맘과 같길. 이제 짧은 문장 발음도 귀에 들어온다. 같은 노래지만 스마트 폰에서 들리는 소리와 구글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는 다르다. 내가 정복해서 인가. 훗, 짜릿함을 알려주는 헤이, 구글. 무튼 스피커의 힘을 느낀다. 남편의 스피커 사랑도 인정한다. 나도 귀 있다. 단지 다른 것이 없을 뿐이다. 벌써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다.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토요일을 즐기고 있는 딸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딱 2시간 남았다. 방문은 닫혀있느니 볼륨을 올려볼까.


“헤이, 구글 볼륨 3으로 올려줘.”



덕질이 뭘까요. 바로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맞아요. 지금 헤이, 구글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임언준의 노래는 다양하지 않다. 연속재생이 되지 않아 불편하다. 임언준 노래 모음 #2 꿀보이스. 이 플레이 리스트가 있는데 이렇게 물러날까. 웃기네. 절대, 네버. 불태운다. 남편도, 딸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데. 헤이,구글 딱 기다려. 깃발 꽂는다. 덕후는 원하는 노래를 들을 테다. 맛본이상 놓지 못해. 못 놔. 마침표 찍는다.

정상에서 보자. 헤이, 구글.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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