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임언준의 강호적상구, 넌 해파리 꽃으로 피는구나

어느 40대 여성의 덕질하는 하루

by 흔적작가
강호적상구_ 綱好的傷口_
불완전한 사랑_Imperfect love

임언준의 강호적상구
맞아요. 덕후는 점프예요. 한 곡을 끝도 없이 파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노래에 또 빠져있지요. 신기하죠. 벌써 아신다고요.


불완전한 사랑. 그 노랫말 안에 단어 하나가 또 일을 저질렀어요. 저의 심장을 훔쳤어요. 3글자예요. 아시는 분.

바다 탐험대 옥토넛을 아나요. 엄마표 영어하는 분들은 분명 알 거예요. 안 해도 알고요. 한글판도 있으니깐. 거기에 젤리피쉬(해파리 꽃) 에피소드가 있어요. 셸링턴(옥터넛 해달 생물학자)이 정원장어 관찰을 하기 위해 혼자 탐험선을 타고 나와있죠. 수줍음이 많은 정원장어라 관찰이 쉽지 않아 혼자서 하룻밤을 보내요. 셸링턴을 걱정하는 다른 대원과는 다르게 옥토넛의 대장 바나클(북극곰)은 괜찮다고 해요. 역시 대장이죠. 믿음직하지요. 바나클은 오늘 밤은 조용하고, 밖에는 작은 해파리 하나뿐이라고 하죠.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며 푸우욱 잡니다. 쿨쿨. 느낌 왔죠. 맞아요, 항상 일은 그럴 때 일어나지요. 대장이라고 모든 걸 다 알 수 없어요. 팀원이 필요한 이유죠.

바다탐험대 옥터넛

조용한 밤 어디서 왔는지 해파리들이 스으윽 내려와 바다를 뒤덮어버려요. 둥둥 떠다니기도 헤엄을 치기도 해요. 결국 부관 콰지(고양이)가 옥토 경보를 울리지요. 옥토포드(옥토넛 기지) 주위에 해파리 꽃이 피었어요. 단어가 뭔가 이쁘네요. 해파리 꽃. 해파리 한 마리가 살기 좋은 곳을 찾으면 동료 해파리들이 동시에 한 곳으로 몰려든데요. 그걸 해파리 꽃이 피었다고 하고요. 잉클링 문어교수가 알려주지요. 임언준 덕질과 바다 탐험대 옥토넛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요. 꼭, 해파리 꽃 같아서요. 임언준(린옌준 또는 에반 린)의 덕질이 이 해파리들이 꽃을 이루는 과정 같아서. 심지어 해파리 꽃은 분홍색이라. 덕질로 분홍분홍 해지는 내 맘 같아요. 분홍이 이상해요? 분홍이 없던 때가 이상한 걸 수 있어요. 정말 분홍에 몸이 떨린다면. 연분홍연분홍은 어때요. 연분홍을 연속으로 하니깐. 느낌이 좀 이상하긴 하네요.


임언준의 강호적상구, 넌 해파리 꽃으로 피는구나.
심장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네
해파리는 독이 있는데….
중독된 난, 어쩌지.



사실 분홍, 연분홍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그게 무엇이든 덕질할 수 있는 대상과 자신의 덕질을 기꺼이 인정하는 작은 용기가 중요해요. 덕질을 시작하고 도서관 앱으로 덕질 관련 책을 찾아봤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연애인(강다니엘, BTS), 스포츠, 철학, 문화, 영상번역가, 육류 덕후 레시피, 환경 덕후, 추리 덕후, 덕후를 위한 교양, 문자 덕후, 게임 덕후 과학자, 떡볶이 덕후, 지리 덕후, 기린 덕후, 우주 덕후, 산 덕후 다 썼나. 아, 고민 덕후, 축구 덕후, 마카롱 덕후, 과학 덕후, 자동차 덕후, 기차 덕후, 지하철 덕후, 히치하이킹 덕후, 끝나가요. 빵 덕후, 파스타면 덕후도 있네요. 많지요. 찾아본 저도 놀랐다는 사실. 여기에 언젠가 임언준 덕후 책도 나왔으면 해요. 표지엔 흔적. 이렇게 쓰여있길. 헤헤. 어떤 덕후가 궁금한가요. 좋아하는 건요. 그게 무엇이든지. 얇은 종이처럼 가벼운 좋아함이라도 괜찮아요. 어디에도 빠져본 적 없던 저도 있어요. 얇게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분홍분홍해 진다면.(색깔은 편하게 고르세요. 전 분홍시기가 없어서 그래요.)


덕후라고 검색해보면 많은 덕후책들이 있어요^^


심장을 훔친 3글자는 바로. 두둥.
‘ㅇㄱㄹ’
어쩌다 심장을 훔친 걸까.


수요일 밤, 요가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날카롭게 차더라고요. 차가운 바람이라도 느낌은 나쁘지 않은 데. 바람을 좋아해요. 미친바람이 아닌 이상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데. 그날은 왜 그렇게 바람이 날카롭고 마음이 쓸쓸하던지. 보통 빈야사를 끝내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기분이 좋아요. 몸은 조금 지치지만 출석도장을 찍었잖아요. 이번주도 2번 나왔다. 오, 멋지군. 이제 한 번 남았다. 금요일 오전에 아쉬탕가도 꼭 나가야지. 머리서기는 언제쯤 될까. 이제 그만 굴렸으면 좋겠다. 혹은 10초 이상 균형을 잡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게 보통인데. 참 알 수 없어요. 기분이란 감정은요. 딱 3걸음, 횡단보도와의 적당한 거리에서 임언준 노래를 들으며 에너지를 받고 있었지요. 그런데 앞에 있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참 별일 아닌데. 그냥 사람들이잖아요.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바나클처럼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자꾸 불편할까요. 초록불로 바뀌기도 전에 알아버렸어요. 앞에 있는 ‘이들’은 ‘이’가 아니었어요. 모두 함께였어요. 단 한 사람만 빼고. 지금 생각해도 몸도 마음도 춥네요.



어떤 기분인지 알겠죠. 나만 혼자네.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네 나만…. 휘이익 찬 바람이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소리 들리지요. 그날 밤, 갑자기 외로웠나 봐요. 훅 치고 들어오는 감정 때문에 머릿속은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가을밤도 아닌데 이상하지요. 바람이 유난히 날카롭게 차서 그런 건가. 뭐지, 왜 그래 갑자기. 혼잣말을 할 때쯤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맞아요, 바로 강호적상구. ‘임언준 노래 모음 #01. 꿀보이스’ 1번에 있는 노래. 머릿속에 이상한 감정이 들어와 멍하니 노래를 듣고 있는데.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과 묘하게 어울리더라고요. 뭐더라, 제목이….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봤어요. 그때 귀에 딱 들어온 말이 ‘이거런’이에요. 그 시간부터 온통 머릿속에서 이거런이란 단어가 떠나지 않아요. 왤까요. ‘이거런’ 단어 뜻도 모르는데 참 이상하죠. 도대체 어떤 것이 맞아서 그런 걸까요. 쓸쓸한 감정과 찬 바람, 이거런 단어와 임언준 목소리. 비슷한 감정과 음색을 갖고 있나.


도둑을 찾았다. 아니지. 은인을 찾았다.
바로 ‘이거런(一个人 _ 한사람)’
.
‘한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신기하죠.
쓸쓸함은 쓸쓸함을 알아보나 봐요.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OST ‘원래아흔애니’를 부르는 임언준의 영상을 보고 덕통사고를 당한 것과는 결이 달라요. 덕통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빠진 거예요. 강호적상구는 심장에 생긴 감정의 빈틈으로 작은 해파리 같은 단어하나가 들어오더니. 해파리 꽃처럼 노래의 리듬, 멜로디, 하모니가 한 번에 내려온 거죠. 거기에 임언준의 외롭고 쓸쓸한 목소리와 분위기가 더해져 쿵쿵 쿵쿵. 심장이 버틸 수 없죠. 그날, 그 밤, 그 시간 심장은 해파리들이 살기 좋은 바다였어요. 먹이가 많은 바다가 되어서 해파리 꽃들로 물든 거죠. 심장에서 둥둥 떠다녀요. 해파리 꽃이 꿀보이스로 내게 말을 거는데 홀릴 수밖에요. 어쩔 수 없어요.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이곡에 심장을 내주었으니 한 곡 반복을 누룰 수밖에 없지요.


강호적상구의 가사를 또 찾아요. 물론 한글로 뜻이 번역된 가사를 찾지요. 외롭고 쓸쓸할 때 심장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네요. 이별한 남자의 아픔을 노래했네요. 내일부터 한파래요. 공기가 진짜 차요. 당분간 강호적상구 노래를 들을게요. 지금은 쓸쓸하거나 외롭지는 않아요. 그냥 듣고 싶으니깐. 이유를 붙여봐요.


당신의 심장을 내준 노래는 무엇인가요?
외롭고 쓸쓸할 때 어떤 노래를 들어요?




사진출처: 네이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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