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임언준 신입 덕후한테 숏컷이 어딨니?들이대 무조건

어느 40대 여성의 덕질하는 하루

by 흔적작가



질리도록 써. 신입 카피한테 숏컷이 어딨니?
무조건 많이 쓰는 게 장땡이지.
보는 놈도 읽다 읽다 질려서 카피 못 쓴다는 말 못 할 때까지.
도망치지 말고 들이대.

[드라마 ‘대행사’ 대사 중]



임언준 얼굴을 질리도록 그려. 신입 덕후한테 숏컷이 어딨니? 무조건 많이 보고 그리는 게 장땡이지. 보는 놈도 보다 보다 질려서 그림 이상하다는 말 못 할 때까지. 도망치지 말고 들이대.



드리마 '대헹사' 장면




임언준의 45도 얼굴을 그리고 싶다. 코에서 시작된 선이 입술을 따라 턱을 지나 목선까지 연결되는 그림을 오일파스텔로 디지털드로잉으로 그리고 싶다. 섹시하게 순수하게 댄디하게 따뜻하게 말이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만 그리고 싶다. 그것도 완전 잘. 정면도 그리고 싶은데 비율 맞추는 건 왠지 자신이 없다. 망치면 속상할 거다. 아니면 클로즈업이 된 얼굴을 그리면 될까. 손이나 모자, 옷으로 살짝 가린 얼굴이라면 정면이라도 그릴 수 있을 거다. 부담감이 적으니깐. 많이 가려주니깐. 춤을 출 때 복근이 살짝 나오는 컷도 좋겠지. 좋을 거야. 암. 좋고말고. 무엇이 되었든 그리고 싶다. 정말로. 멋지잖아 그림 덕질. 내 손끝에서 나오는 그 얼굴을 미소를 눈빛을. 와우, 심장 떨린다.




이러니 먹을 수밖에 없지. 맘을 말이다. 일요일 저녁에 결심했다. 임언준을 그리기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그려봐야겠다. 근데 마음을 먹는다고 끝이 빛날까. 그 과정을 참고 이겨낼 수 있을까. 역시 실력이 없으니 의심병이 올라오네. 근데 또 올라올만하다. 임언준 얼굴을 그려봤는데 민망하다. 아니, 그 잘생긴 얼굴을 왜 못 살리냐고. 색은 왜 이렇게 칙칙. 다운인 건가. 휴, 반성 중. 그 쨍한 색은 도대체 어떻게 뽑아내는 걸까. 궁금하다. 비법이 필요해. 비법 없인 배움 없인 그림이라고 말하기 쑥스럽다. 근데 당연한 거다. 배워본 적이 없으니, 그려본 적이 없으니 못 그리는 거다. 너무 당당한가. 괜찮아, 쫄지마. 흠흠. 마음먹은 게 어디야. 어깨피고 고개 들어. 자, 임언준을 생각해 봐. 45도, 옆모습, 정면. 로우앵글, 하이앵글. 흐뭇, 역시 손이 근질거려. 그리고 싶다. 온라인 디지털드로잉 수업을 듣자. 배우면 되지. 전시회 할 것도 아니구먼. 클래스 101이 있잖아. 아이패드도 있잖아. 프로크레이트 유료앱 깔았잖아. 다 있네 준비물.



에잇, 일단 수업 신청부터 하자.
신청 완료.





그림 초보가 덕심으로 준비… 땅.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어휴, 이 한 발이 떨리긴 하네. 완전 자동반사다. 땅 소리와 떨리는 심장은 세트다 한 세트. 그러니 숨 한 번 길게 내뱉고 한 발 더 걸어. 초급, 중급, 고급할 것 없이 땅소리에 심장 떨리는 건 똑같을 거다. 몇 걸음 더 걷다 보면 땅소리는 울리다 조용히 사라진다. 첫소리만 요란한 놈이다. 남은 건 심장 뛰는 소리다. 다 필요 없고, 내 심장 뛰는 소리만 들어. 신이 나서 미친 듯이 소리치는 심장만 느끼면 된다. 덕질하는 이유가 떨리는 심장을 만나고 싶어서 아닌가. 해본 적 없다. 잘 못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듣지 못한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헉, 그러면 정말 억울하지. 심장이 기뻐 미쳐 날뛰는 모습을 한 번은 보고 싶다. 그래, 심장이 그러길 원하면 까짓 껏. 손가락 한 번 빌려주자. 마음껏 그려봐. 임언준의 45도 얼굴.



캬… 어때 심장 행복하니?


아이가 처음 그림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언준을 그리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도전을 하기 전에 꼼꼼히 계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좀 충동적인 행동이다. 나름 오래 생각한 거지만 타인의 눈엔 급류다 급류. 갑자기 확 해버린다. 1일 1그림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혼자서 오래 하다. 갑자기 확. 기회가 생기면 순간 땡기면 그냥 저지른다. 물론 빠르게 급류를 탄다고 해서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어떨 때는 급류에 휘말려 상처 입거나 길을 잃어버린다. 그럴 땐 뭐 그냥 잊어버리려고 한다. 잠자다 이불 킥하는 성격이지만 좀 무뎌진 것도 있고, 킥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알아버려서 그냥 둔다. 실은 먹고살기도 바쁘다. 바쁘게 살다 보면 진짜 잊을 때도 있고, 스르륵 해결될 때도 있다. 해결이 안 되면 어쩌냐고. 인생, 해결 안 되는 것도 있지 뭐. 다 풀리면 그게 인생인가. 드라마지.




들이대고 들이대면 실력은 늘 것이다. 늘겠지. 매일 그리는데. 의심하지 마. 가끔 퇴보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퇴보 아니다. 점프를 위해 필요한 동작이다. 알잖아, 무릎을 굽혀야 점프를 할 수 있는 거. 시작만 하면 되는 거다. 혼자가 힘들 것 같으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으면 된다. 없다고? 없으면 만들어보고. 만드는 것도 힘들다고? 힘들면 안 할 건가. 할 거면 혼자라도 시작해야지. 욕망이 생겼으면 채우기 위해 펜이라도 들어야지. 혹시 모르잖아. 실력이 늘어 sns에 임언준 그림을 올렸는데 그림을 보고 진짜 임언준이 하트를 날려줄 수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꿈같은 이야기인가. 아니, 진짜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 흐흐, 그랬으면 좋겠다. 받고 싶다 하트. 와…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밖으로 나오려 한다. 하트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괜찮다. 받기만 한다면 말이지.


주문을 외워야 하나.
근데 주문은 중국어로 해야겠지.
음 그래야겠다.





근데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고,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왜 자꾸 예술적 감각이 필요한 세계에 발을 들이려는 건지. 그림을 좀 그린다는 사람들은 흰 종이에 낙서를 해도 작품이던데. 난 주로 도형을 그린다. 별, 하트, 원. 학생 때 만화책을 좋아해서 여주인공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앞모습, 옆모습, 목, 어깨, 팔, 몸통, 다리. 이상했다. 비율도 맞지 않았다. 손가락을 그리다 지우다. 눈을 그리다 지우다. 결국 지우개 자국으로 더러워진 종이만 남았다. 잘 그려보고 싶었는데 손가락이 문제인지. 그림답게 그려본 적이 없다. 슬프게도 말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워볼 거야. 뭐 이런 적극적인 생각. 못해봤다. 말 한마디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잠깐만. 휴우... 이젠 괜찮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면 된다. 도망치지 말고 들이대면 된다.



혼자 그려 본 첫 그림.디지털드로잉 참 매력있는데 어렵네. 한 달 뒤에 보자.






사진출처 : 네이버 / 유튜브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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