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자꾸 거부한다. 평일에 빠지지 않고 복싱체육관에 다닌 지 30일 차가 다 되어간다. 30일 차에 가까워질수록 뇌의 불평불만이 거세진다. 활활 타는 심장의 온도와 같았던 뇌였는데. 지금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뇌는 차디찬 얼음 비수를 사정없이 심장에 내리꽂고 있다. 얼음 비수는 유난히 차갑고 날카롭다.
월화수목금. 매일매일 땀 뺐잖아. 다닐 만큼 다녔잖아. 그만 꽉 채우자. 퐁당퐁당 해도 괜찮아. 일주일에 3일~4일을 다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 이제꽉꽉이는 끝낼 때가 되었잖아? 그래, 너 잘했어. 인정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 알아. 그런데 조금 쉬자. 아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나 파업할 거야. 보이지? 스트레스 쌓인 거. 나도 놀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뇌가 자꾸 피 터지게 얘기를 한다. 이놈의 뇌. 아, 스트레스받는다.이 게으른 뇌. 변화를 싫어하는 뇌. 으악~. 어쨌든 운동이 끝났으니깐.일단은 집에 가야겠다. 너무 힘들다. 몸도 힘들어 죽겠는데 뇌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속은 불편해도 연습은 해야 한다.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가 떠올랐다. 혹시 뇌의 거부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오늘 복싱체육관에 오기 전에 너무 급하게, 많이 밥을 먹어서 그런가. 배부른 상태로 운동하면 속이 거북하다. 힘들다. 운동하다가 가스도 올라온다. 아! 그래서 운동이 끝나도 개운한 맛이 없었나 보다. 아!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그래, 뇌는 지금 착각을 하는 거다. 원래 뇌는 착각을 잘한다. 진짜로 스트레스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 확실히 뇌가 착각을 한 것이다. 매일 운동을 해서 짜증이 난 것이 아니라. 밥을 많이 먹고 운동하니 속이 거북해서 그런 거다. 아마도 그런 걸 거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매일 운동 가기 싫어했던 감정은 진짜 감정이 아닌 것이다. 뇌가 착각을 한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 집에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내일은 최대한 저녁에 간단히 쉐이크를 먹거나 밥을 조금만 먹고 운동하러 와야겠다. 나는 매일매일 하는 운동이 싫은 게 아니다. 그러니 계속 운동할 수 있다. 일단 평일 운동 30일 차를 먼저 꽉꽉 채워야겠다. 협상은 나중에 하자. 뇌야. 오늘 복싱일지 끝.